이진휴(동방의료기 이사)

이진휴 동방의료기 이사
이진휴 동방의료기 이사

[라포르시안] ‘감사는 감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독립성을 유지해야한다. 독립성 저해 요인이 있을 경우 감사는 회장에게 동 저해요인의 제거를 요구하거나 이사회 보고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협회장 유철욱) 정관 감사규정 제1장 총칙 제5조는 감사가 협회장의 역할을 견제하는 것은 물론 이사회 운영과 사무국 업무를 감사할 때 자료 제출과 출석 답변을 요구할 수 있는 감사권을 보장하는 등 ‘독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협회장이 추천해 총회 동의를 받아 선출되는 감사는 협회장과 동일한 3년 임기가 보장되며 해임의 경우 이사회 의견을 통해 총회 인준이 필요한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한다.

감사의 독립적인 직무 활동을 보장하는 동시에 역할과 권한 수행에 있어 협회장 등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 같은 명문화된 규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감사가 협회장의 부당한 사직 종용으로 중도 사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진휴 동방의료기 이사는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17일 유철욱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감사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2004년부터 법규위원장, 홍보위원장, 윤리위원장, 체외진단위원장, 유통구조TF팀장 등 왕성한 활동을 해왔고, 전임 이경국 협회장을 거쳐 현 집행부에서도 감사를 맡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진휴 이사는 “유철욱 협회장과의 갈등은 지난해 의료기기업체 대표이자 협회 법규위원장이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특허출원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며 “감사로서 당연히 협회장에게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실 규명과 함께 즉각적인 위원장 교체 등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법규위원회는 대관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도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고 위원장 역시 높은 윤리성이 요구된다”며 “해당 사건의 특허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논란 자체로도 법규위원회 활동이 위축되고 협회 또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진휴 전 감사와 유철욱 협회장은 지난해 11월 라포르시안이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 문건 관련 보도 이후 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관련 기사: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로 유통전문대리점 공식화?>

해당 문건은 ▲의료기기 도매업 허가제 신설 ▲치료재료 관리료 산정 ▲의료기기 유통관리 일원화 등 제도개선 의견을 담은 초안 형태 보고서로, 협회가 회원사들의 의견수렴 없이 정부기관에 전달한 정황이 밝혀져 큰 파문이 일었다.

이진휴 이사는 “협회가 복지부에 전달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안이 협회장과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며 "협회 유통구조위원회로부터 의견 수렴과 검토조차 받지 않은 채 협회장이 사무국에 지시해 전달한 개선안은 절차상 문제도 크지만 내용 자체가 부실하고 실현 가능성 또한 낮다는 점에서 협회 내부적으로도 반발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이사는 “협회 감사로서 협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개선안이 용역보고서 초안임을 감안하더라도 회원사 의견 수렴과 유통구조위원회 검토조차 없이 제출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련해 공식 입장 표명과 해당 개선안의 이사회 보고·제출 및 개선안 철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철욱 회장은 이메일 회신을 통해 개선안이 완성된 최종 보고서가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이사회 제출을 거부했다.

이 이사는 “(유철욱 회장은) 오히려 감사는 추진 중이거나 일반 업무에 대해 사전에 관여해서는 안 되며, 협회 임직원들의 업무가 위축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업무를 진행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감사 본연의 역할과 권한을 축소하고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철욱 회장은 유통구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본인이 원하는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며 “협회는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당연히 협회장은 회원사를 위한 회무 운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회원사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진휴 전 감사가 지난해 12월 17일 제출한 감사 사직서
이진휴 전 감사가 지난해 12월 17일 제출한 감사 사직서

이진휴 이사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법규위원장 교체 의견을 제시한 후 갈등이 시작했고 이때부터 협회장으로부터 감사직을 사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감사 사임을 종용 받을 때마다 이사회 의결과 총회 인준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사임 요구가 반복되자 지난해 12월 17일 유철욱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바로 감사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협회장은 주변에서 협회 감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정보건의료특보단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 우려가 높다는 이유를 내세워 감사 사임을 종용했고, 이 자리에서 사직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며 당시 상황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유철욱 협회장 취임 후 협회 내부적으로 편 가르기가 있었다”며 “협회장과의 갈등 때문에 더 이상 협회 내 반목과 분열이 심화되고 회원사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협회장 요구대로 그 자리에서 A4 용지의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감사로서 보장된 임기를 마치지 못했지만 의료기기산업협회에 대한 애정은 누구 못지않다.

이진휴 이사는 “협회는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됐다. 협회장의 역할은 개인의 신념이나 일부 집단이 아닌 회원사 전체 이익을 대변하고 공익에 기반 한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우선해야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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