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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2)] 디자인만으로 병원내 감염·폭력사고 줄인다윤성원(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지털융합팀 팀장, 미래의료원정대 생애맞춤 건강관리 분과 총괄위원)

최근 재정 부족에 기인한 정부의 투자 미흡으로 공공보건의료 분야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의료분야(사회보장 및 건강보험 지출 제외)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비율은 1%로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아시아 개발도상국들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라 한다. 그로 인해 필수적인 보건의료서비스 조차 받지 못하는 의료 취약층이 늘고 있다.

더욱이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전과 출산율 저감으로 인해 의료 취약층을 위한 재정여건은 앞으로도 계속 악화될 전망이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국민에게 체감되는 변화를 가져올 방법을 시급히 찾아야 할 상황이다. 생활 속에서 국민이 많이 체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서비스에 디자인적 사고를 접목하는 사소한 시도로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환자의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

영국의 전 국민이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의료서비스(NHS)와 디자인 진흥기관인 디자인카운슬은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고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병원 환경을 만들 목적으로 ‘환자 존엄성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Patient Dignity)’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디자인카운슬은 서비스디자이너, 제조사, 왕립예술학교 헬렌함린센터의 의료보건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된 6개 팀을 만들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입원해봤거나 병실에서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통적인 환자복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 것이다. 유니버설 가운(그림1)은 어깨가 열리는 형태의 가운으로 링거를 맞고 있거나 호흡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는 환자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으면서도 신체노출 위험을 크게 줄이고 환자들의 다양한 문화·종교적 선호도를 충족시키는 기능성 환자복이다. 그리고 기존의 환자복보다 제작비용이 더 들지 않는다.

캡슐형 워시룸(그림2)은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사면의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서 기존의 시설에 전기 플러그를 꽂아 설치가 가능하고, 스마트 미러(그림3)는 세면대 공간을 정리하고 개선하기 위해 기존 시설에 부착 가능한 형태로 개발되었다.

▲ 사진 왼쪽으로 그림 1, 2, 3

병원내 폭력 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디자인

병원 내, 특히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공격 등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NHS는 매년 1,2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출하고 있었다. 일부 이용자의 폭력적 행동은 병원 종사자와 환자 그리고 병원을 이용하는 다른 고객들에 폭넓게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직접적 피해 외에도 폭력이 원인이 되어 병원을 그만 두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게 되는 교육비용이 발생하며 폭력으로부터 병원을 보호하는 보안 전문인력들을 고용하기 위한 초과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서비스디자인 전문가와 병원 내·외부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병원의 시스템, 프로세스, 인테리어 구조, 가구, 장비, 커뮤니케이션 또는 서비스 방식이 병원 내에 폭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하는가를 서비스디자인 방법으로 연구했다.

이용자의 전체 경험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고객여정맵’ 방법을 통해 사용자의 도착–대기–치료 및 최종결과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경험을 분석하고 가장 시급한 개선방안을 찾은 결과 정보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병원 내 정보를 전달하는 사인 시스템을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 순으로 배열하여 의문점이 생기지 않도록 했으며 대기시간에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는 안내물을 배치하는 등 세심하게 환경을 조정하는 것으로 환자와 이용자의 불안감을 줄여 폭력 문제를 개선할 수 있었다.

병원내 재감염 사고를 줄이는 디자인

영국에서는 매년 5천명이 병원 내 재감염의 문제로 사망하고 있어 많은 사회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영국 디자인카운슬과 보건부가 함께 실행한 ‘디자인 세균 퇴치’(Design Bugs Out) 사업을 통해 10개의 제품 프로토타입이 제안되었고 이중 6개의 제품이 대량 생산까지 이어졌다.

그 중에 병실 내에서 쓰이던 커튼에 작은 손잡이를 달아서 사람들이 천을 잡지 않고 그 손잡이만 잡고 커튼을 조작하게 유도하여 커튼을 만지는 손에 의해 세균이 감염되는 것을 방지한 사례가 있다. 정말 너무나 사소하기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변화이다. 하지만 터치를 통해 옮겨지는 세균 감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점에서 분명한 혁신이다.

▲ 탈/부착 식 커튼 클립으로 커튼 클립을 따로 장착하도록 디자인함으로써 커튼을 직접 만질 필요가 없어 2차 감염의 위험이 줄어들도록 한 디자인. 표면이 매끄럽도록 디자인하여 쉽게 청소할 수 있게 하고 2차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하였다.<출처 : 의료서비스분야 디자인 혁신사례집(http://cafe.naver.com/usable/1895) 에서 재인용. 2013. 한국디자인진흥원 >

우리가 쉽게 느끼지 못하는 곳곳에 숨겨진, 작지만 분명한 혁신은 디자인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사례로 살펴보았듯 이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거창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낭비되고 있는 많은 예산을 큰 폭으로 절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는 수요자의 다양한 처지와 요구를 감지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며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국가로 진화되어야 하는 당면 과제가 있다. 디자인 주도 혁신을 통해 어려워져가는 예산 조건을 극복하고 보건의료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실행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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