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 미국 NIH 임상연구센터 전경

베타아밀로이드(Aβ)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전형적으로 발견되는 단백질 덩어리로, 뉴런을 사멸시키고 시냅스를 절단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Aβ를 겨냥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신통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실망한 일부 과학자들은 "이제 「Aβ 가설」을 폐기하고, 다른 약물표적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되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선행연구들이 실패했던 것은 약물 투여 시점이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비가역적 뇌손상이 일어난 후에 약물을 투여해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9월 18일 "「Aβ 가설」을 유지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연구에 3,3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끝장 임상시험」은 알츠하이머 예방계획(Alzheimer`s Prevention Initiative: 알츠하이어병의 생체지표와 치료법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의 대규모 컨소시엄)의 일환으로 실시되며, 연구비는 총 1억 달러를 상회하여, 제약회사들은 남은 신약개발비를 긁어모아 이 임상시험에 투자해야 할 판이다.

이번 임상시험을 지휘하는 배너 알츠하이머연구소(Banner Alzheimer’s Institute)의 에릭 레이먼과 피에르 태리엇 박사는 650명의 피험자들에게 「미지(未知)의 항아밀로이드 신약」과 위약을 투여할 계획이다. 피험자들은 한 쌍의 APOE4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이 유전자들은 만년(晩年)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10배나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모든 피험자들의 나이는 60~75세로 건강상태가 양호하며,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전혀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중 약 1/3은 뇌 안에 축적된 아밀로이드의 양이 적어, 신약이 아밀로이드 축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교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연구하는 게리 랜드레스 박사(신경과학)는 "이번 임상시험은 항아밀로이드 약물이 알츠하이머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매우 합리적인 접근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되는 연구비의 규모를 감안할 때, 임상시험에 사용할 약물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껏 개발된 항아밀로이드 약물들 중에 임상적 효과를 보인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 절망한 과학자들과 대중들이 최후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인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건 한마디로 도박"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현재 진행중인) 또 하나의 항아밀로이드 약물 임상시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임상시험은 남미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지역의 치매 유전자 보유 가계(家系) 구성원 5,000명 중 선발된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early-onset form of Alzheimer’s disease)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먼 박사와 태리엇 박사는 콜롬비아 연구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이번 연구를 진행할 계획인데, 그 이유는 "콜롬비아 연구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그 결과를 `대표성이 우수한 연구`에서 신속히 검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알츠하이머 연맹(Alzheimer’s Association)의 마리아 카리요 부회장(의학 및 과학 담당)은 NIH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렇게 말했다: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참가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이번 연구기간 동안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항아밀로이드 약물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지를 - 굳이 10~15년 이상을 기다릴 필요 없이 - 단시간 내에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050년에는 1,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에 미국정부는 알츠하이머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컨대 2011년에 공표된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법(National Alzheimer’s Project Act)은 보건복지부로 하여금 "2025년까지 알츠하이머병을 효과적으로 예방/치료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NIH의 프란시스 콜린스 원장이 2013년 알츠하이머 연구용으로 배정해 놓은 4,500만 달러의 예산을 대부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4,500만 달러 중에는 미 국립 노화연구소(NIA)로부터 지원받은 500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껏 「Aβ 가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은 조기에 평가되어야 한다"고 NIA의 신경과학부문을 이끌고 있는 닐 부크홀츠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연구비를 긁어모아 하나의 연구에 올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 연구 외에도 올해 NIH는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치료를 위해 총 5개 연구에 88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인데, 그 개요는 다음과 같다:

① 150만 달러: 선천성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3개의 새로운 항아밀로이드약물(gantenerumab, solanezumab, 미정)의 효능을 테스트. 워싱턴 대학교의 랜달 베이트만 박사 지휘. 4년간 총 600만 달러 지원.

② 240만 달러: 경미한 인지기능 손상 및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스테로이드제인 allopregnanolone의 효능을 테스트. UCLA의 로버타 브린턴과 론 스나이더 박사 지휘. 동물실험 결과, allopregnanolone은 아밀로이드 농도를 낮추고 인지기능을 회복시키며, 새로운 뉴런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음. 12주간 240만 달러 지원(1상).

③ 170만 달러: Religious Order Study와 the Rush Memory and Aging Project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인지기능 하락과 알츠하이머병의 분자 메커니즘, 유전적 위험인자, 새로운 약물표적을 찾는 연구. 브리검 여성병원의 필립 드 제이거 박사와 러시대학교 메디컬센터의 데이비드 베넷 박사 지위. 임상 1상을 완료한 약물에 중점을 두며, 5년간 790만 달러 지원.

④ 160만 달러: 알츠하이머병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기존의 약물을 이용하여 알츠하이머병을 예방/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함. 마운트시나이 의대의 에릭 샤트 박사 지휘. 5년간 820만달러 지원.

⑤ 160만 달러: 면역계와 뇌의 염증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 연구. 플로리다 대학교의 토드 골드 박사 지휘. 5년간 770만 달러 지원.

출처 : 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3/09/nihs-33-million-alzheimers-ga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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