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민(고려대병원 미디어 파트장, 병원디자인협의회장)

국내 병원에도 서비스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공급자(병원) 중심의 의료시스템 개선만 갖고는 경쟁 우위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식이 병원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이 의료소비자를 위한 인간중심 디자인을 추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병원의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병원 홍보팀에서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도 서비스디자인이 병원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병원디자인협회는 최근 들어 의료서비스디자인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열띤 강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병원디자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최정민 회장(고려대병원 미디어파트장)을 만나 병원의 서비스디자인 도입 현황과 과제를 들어봤다.    


 -병원디자인 실무자들이 모여 협회를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병원디자인협회는 지난 2005년 5월 ‘병원이미지 통일화 작업에 대한 연구(HI : Hospital Identity)’를 시작으로 모이게 됐다. 처음엔 주로 서울 지역 대학병원의 디자인 실무자를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다가 전국 대학병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들어 협회는 의료서비스디자인(Healthcare Service Design)과 디자인방법론(Design Thingking)에 주목하고 이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국내 병원에서도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은 뭔가.

“병원이 더 이상 규모의 경제만으로 의료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서인지 최근 의료서비스의 방향이 공급자(병원) 중심에서 수요자(고객)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고객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으로 평소 고객이 느꼈던 불편 등의 터치포인트를 찾아 보완하는 의료서비스 프로세스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이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를 설립한데 이어 서울대병원은 의료정보서비스디자인 워크숍을 개최했다.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 등에서도 관련 세미나가 열려 국내 주요 대형병원의 서비스디자인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 국내 병원에서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혁신을 이룬 사례를 꼽는다면.

“아직까지 국내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해 서비스 개선 효과를 본 사례는 미흡하다. 하지만 병원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이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툴(Tool)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명지병원은 건강보험검진 결과지와 정형외과의 외래 진료실을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리디자인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소화기암센터와 응급실의 경우 리모델링 수준을 넘어 고객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최대한 반영한 동선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 외국의 병원 서비스디자인 사례 중 국내 병원에도 접목할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IDEO라는 세계적인 디자인회사가 실용화한 간호사 정보 공유키트(Nurse Knowledge Exchange)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키트는 간호사 근무 교대 시 다음 간호사와 환자를 초대해 당일의 진료 프로세스를 이미지 카드를 통해 설명하는 도구다. 간호사 교대 시 발생하는 환자의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음은 물론 의료 프로세스에 환자가 개입해 신뢰감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영국의 Anthony Dickens Studio가 고안한 입원실 커튼락(Curtain Lock)도 국내에 도입할 만하다. 이 커튼락은 하나의 조각으로 이뤄진 모듈형 플라스틱 고리를 커튼레일에 끼워 커튼이 특정 지점 뒤로 열리지 않게 만들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했다. 뿐만 아니라 연결된 커튼을 함께 집어 커튼락을 끼우면 병실을 분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병원 공간의 활용성을 높였다.”

- 병원의 서비스디자인 도입에 있어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인가. 또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나.

“보수적인 조직에서 의료서비스디자인을 통한 서비스혁신이라는 단어는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다. 결국 서비스디자인 도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개념 인식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병원이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해 획기적인 성공사례를 만들어낸다면 국내 병원계에서도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리라고 본다. 앞으로 서비스디자인은 병원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것은 물론 홍보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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