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성별에 상관없이 여자나 남자나 모두에게 생길 수 있다. 2020년 국내 수면연구에 의하면 남녀를 합하면 불면증의 유병률은 10%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성인 남성의 불면증 유병율은 8.7%에 이른다. 남성도 여성과 똑같은 정도로 심각한 정도의 불면 증상을 경험한다. 잠이 들기 어려울 수도 있고, 중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깨서 다시 잠을 이루기 어렵기도 하다. (La YK, Gender differences influence over insomnia in Korean population: A cross-sectional study, 2020) 불면증이 생겼을 때 이를 빨리 치료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만성이 되기 쉬우며, 시간이 지나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쉽게 재발한다.

특히,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40대 남성에서의 불면증이다. 중년 남성의 불면증은 시작은 단순한 직업적인 압박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시작할 수 있지만, 복합 불면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우리는 흔히 잠을 잘 못 자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이 심리적인 이유로 인한 불면 증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여성과 달리 남성의 불면증은 이러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한번 생기면 장기적으로 이행하기 쉬우며, 일단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불면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스트레스 이외의 신체적인 원인을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한다.

2020년 한 해 동안 불면 증상을 동반한 수면장애로 본원에 내원한 40대 남성 중 60%는 적어도 중등도 이상에서 중증의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되었다.(unpublished data) 수면무호흡증은 자면서 코를 골거나 코를 골지 않아도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중대한 내과적인 질환이다. 장기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수면무호흡은 고혈압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합병증을 높인다. 불면 증상과 수면무호흡이 동반되었는데 수면무호흡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불면증을 개선하는 약을 복용하게 되면 약의 내성이 쉽게 생길 뿐 아니라 약물 복용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자주 잠을 깬다든지, 다음날 아침에 머리가 많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등 약물 부작용이 흔히 나타난다. 또한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이 동반된 경우를 외국에서는 이를 코미사(COMISA, COMorbid Insomnia and Sleep Apnea) 로 부르면서 단순 불면증이나 단순 수면무호흡과는 달리 진단과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질환으로 분류한다.

피곤하고 낮에 많이 졸리는 일반적인 단순 수면무호흡과는 달리, 불면증과 동반된 수면무호흡 환자는 주간에 피곤하기는 하지만, 졸리지 않고 오히려 몸과 마음이 예민해져서 각성된 상태가 되고, 소리나 빛에 예민해지면서 흡사 불안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낮에는 물론이고 밤에도 잠을 잘 들기 어려운 불면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이다. 코미사 상태에서는 수면호흡에 대한 치료 중 대표적인 지속적양압장치(CPAP)에 적응하기 어렵고, 불면증에 대한 치료에서 약물 내성이 생기기 쉬운 매우 까다로운 상태가 되기 쉽다. 숙련된 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평생 불면증과 수면무호흡을 앓게 될 위험이 매우 높다.

만약, 평상시에는 코를 골면서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이 들던 사람이 어느 날 불면증이 생겨 이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된다면 더 미루지 말고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 진단을 놓치게 되면 반복되는 불면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서울 드림수면의원 이지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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