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정부가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진료기록부가 지체 없이 작성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급성 백혈병 투병 중 의료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먼저 보냈다는 39세 아빠가 올린 '의료사고 방지를 위한 대응 법안 마련 청원' 답변을 통해 이렇게 약속했다. 

청원인은 아들의 억울함을 풀고, 더 이상 의료사고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신속한 의료법 개정 ▲24시간 내 의무기록지 작성 법제화 ▲의료사고 수사 전담부서 설치 등을 요청했다.

이 청원에는 18일 현재 21만 6,040명이 동의했다. 

답변에 나선 강 차관은 "정부는 진료기록부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는 청원인의 취지에 공감하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진료기록부가 지체 없이 작성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를 갖추고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각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진료기록부에 서명해야 하며, 추가 기재·수정이 있을 경우 추가 기재·수정 전후의 원본을 모두 보존해야 한다. 진료기록부를 거짓 작성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질 수 있다.

문제는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는 시기에 관해서는 구체적 규정이 없다. 그 기준은 판례와 해석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진료기록부의 작성 시기와 방법에 대해 1997년 '당해 의료행위의 내용과 환자의 치료경과 등에 비추어 그 기록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강 차관은 "이런 규정 방식은 의료행위의 다양한 종류와 상황에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명확하게 이를 예측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는 진료기록부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성되어야 한다는 청원인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강 차관은 청원인의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도 "국회에 관련 의료법 개정안 2건의 발의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정부에서도 입법을 위한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청원인이 걱정하는 환자 피해 방지 및 권익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 요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했다. 

강 차관은 "업무상 과실 여부에 따른 유죄 또는 무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를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경우에 따라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상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이를 통한 법률적 근거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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