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20개로 늘었지만 일부는 시장서 퇴출되고, 일부는 생산실적 전무

 

종근당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정'이 식품의약품안정처의 제조판매 허가를 획득함으로써 국산신약이 20개로 늘었다.

제1호 국산신약인 SK나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1999년 허가)가 등장한 이후 14년 만이다.

국산신약은 외형상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내실이 없는 빈껍데기나 마찬가지다.

일부는 시장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고, 또 일부는 생산실적이 전무해 신약 허가 당시의 화려했던 등장이 무색할 지경이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2012년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지금까지 개발된 신약 19품목 중 작년에 생산실적이 집계된 제품은 14개에 그쳤다.

19품목 중 이미 지난 2009년 8월 품목취하된 CJ제일제당의 백신제품 '슈도박신주'를 제외하고, SK케미칼의 '선플라주', 동화약품의 '밀리칸주', 구주제약의 '아피톡신주',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 등 4품목은 생산실적이 전무했다.

국산신약 7호로 기록된 슈도박신주는 CJ제일제당이 14년이란 연구개발 기간을 거치면서 총 15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제품이다.

중증 화상환자의 녹농균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지난 1995년 임상시험용 품목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지난 2003년 식약청(현 식약처)으로부터 6년 이내에 3상 임상시험 성적자료를 제출한다는 조건으로 `국산신약 7호`의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를 구하지 못해 식약청에 3상 임상자료를 제출하지 못함으로써 제약사 스스로 자신 품목취하를 결정하면서 국산신약 7호는 쓸쓸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생산실적이 집계된 국산신약의 성적도 초라한 수준이다.

외견상으로는 전년도인 2011년(12품목 823억원)과 비교해 4%의 생산실적 증가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품목별로 보면 제대로 시장에 안착됐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제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2010년 9월 허가를 획득한 보령제약의 혈압강하제 ‘카나브정’이 253억원으로 가장 높은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동자제약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정(183억원)’, 부광약품의 간장질환용제인 ‘레보비르캡슐(61억원)’, JW중외제약의 퀴놀론계 항균제인‘큐록신정(54억원)’과 같은 회사의 발기부전치료제인‘제피드정(53억원)’, 대원제약의 해열.진통 소염제인 '펠루비정(52억원)' 등의 순이었다.

 

부광약품의 레보비르캡슐은 지난 2011년 224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61억원으로 무려 72%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들 제품 외에 나머지 국산신약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10~40억원 수준에 그쳤다.

유한양행의 소화성 궤양용제인 '레바넥스정'이 40억원의 생산실적을,  LG생명과학의 퀴놀론계 항생제인 '팩티브정'이 30억원, 종근당의 항암제인 '캄토벨주'가 30억원, LG생명과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정' 28억원, 일양약품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캡슐' 22억, 대웅제약의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인 '이지에프외용액' 11억원, SK케미칼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엠빅스정' 11억 등이었다.

다만 이들 국산신약 중에서 팩티브정과 이지에프외용액 등은 해외수출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국산신약의 생산실적을 보면 2004년 7품목 131억원에서 2010년 9품목 654억원으로 증가했고, 2011년 12품목 823억원, 2012년 14품목 856억원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 개발에 10여년의 기간과 수백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들인 공만큼 성과는 없고 되레 손해만 본 셈이다.

일부 국산신약은 국내 허가를 획득한 이후 해외 임상에서 부작용 논란 등으로 임상시험이 중단되거나 아예 국내에서 임상시험 참가자를 찾지 못해 제약사 스스로 품목취하를 하며 체면을 구겼다.

또 일부 제품은 유사한 효능의 의약품과 경쟁에서 밀려 시장 출시 초기부터 힘을 쓰지 못한 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을 상실했다.

국산신약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처방권을 지닌 의료진이 국산신약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쉽사리 약 처방을 바꾸지 않는 보수적 처방관행이 더해지면서 국산신약의 시장진입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이 장악하고 있는 '레드오션'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력을 갖지 못했고, 제한적인 적응증 때문에 처방에 한계가 따른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단기적인 해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제약업계는 개발비용이 저렴한 제네릭에 기대 성장해왔다.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대신 리베이트를 제공해 처방을 확대하는 데만 몰두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체질개선이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지나 5월 23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이 주최한 글로벌 헬스케어 포럼 오찬 강연에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오늘 포럼에서 제약사에 대한 정부의 보다 활발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에 동의하지만 국내 제약사에 지난 70년간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국내 제약사들은 그간 정부의 보호 속에 온실 속에서 안주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산신약이 존재감을 발하고, 외국계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잠식당한 '제약주권'을 되찾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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