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의정연 소장, JKMA 기고글 통해 제안..."자본·정치에 의한 의료가치 훼손 막을 대항 세력은 의사노동조합"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의사단체로 거듭나려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우선 중점과제가 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대한의사협회지(JKMA)'  최근호에 기고한 '의사협회 조직 강화와 회원의 연대를 위한 개선'이라는 글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안덕선 소장은 "의료기관 거대화와 자본화, 피고용 의사의 증가와 함께 정부는 의료비 억제와 무제한 의료보장을 추구하는 등 의료의 본질적 가치와 의사의 권리가 훼손당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익단체로서 의협의 조직과 구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의협이라는 단체 성격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덕선 소장은 "의사협회의 조직 구조는 이익단체인 미국의사협회 구조와 유사하고, 미국의사협회는 영국의사협회가 모델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국의사협회는 단체적 성격을 의사들의 노동조합임을, 그리고 미국은 이익단체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에 따르면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의사협회 집행부와 대의원회에 개원의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졌고, 대의원회의 정책적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의사회 제도를 본받아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KMA Policy가 출발했다.

그러나 주요 핵심 보직인 대의원회 의장, 협회장, 시도의사회장 등의 임기는 대부분 단선 직선제 특성을 보여 의협 회무에 대한 전문성, 연속성 그리고 정책의 일관성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안 소장은 "영국의사협회는 노조의 형태를 취하고, 미국은 풀뿌리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데 비해 이들 의사회를 기초로 만들어진 대한의사협회는 계층구조를 구성하는 일반회원, 대의원, 시도지역 간부 등 다양한 회원 참여가 필요함에도 현재는 소수 인원에 의존하고 있어, 회원의 의견수렴과 의사소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사노동조합 필요성도 역설했다. 

안 소장은 "의료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 공적 사안으로 변하면서 의료기관 고용주나 정치인의 입지 강화를 위한 의료가치 훼손도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이 됐다"면서 "이를 방지할 강력한 대항 세력 구축이 바로 의사 노동조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는 순수 노동계급이나 근로자는 아니다"며 "그러나 의사는 공익을 위한 지식과 기술, 육체적 노동, 감성적 노동을 수행하는 고도의 지식근로자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근로자적인 속성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전문직 이익단체 운영은 권력투쟁의 정치적 작동원리와 구별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 소장은 "협회 구성조직이 마치 정치체제의 여당과 야당 이분적 구도로 나뉘어 상호 투쟁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는 소모적이고 정쟁적인 기관이 되면 절대로 안 된다"면서 "전문직 이익단체는 각종 대표단의 의견 청취와 논의 과정을 거쳐 회원 간 합의된 의제를 일관성과 전문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소장은 의협을 구성하는 주요 기구인 속칭 집행부인 상임이사회와 사무국, 이사회, 대의원 운영위원회, 시도의사회와 기타 가입단체 간의 유기적 소통과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한 구조적 제도화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이익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의협이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의사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우선 중점과제가 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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