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교육수준 따라 사망률-의료서비스 이용률 등 격차 커…"한국형 건강형평성 지표 개발 시급"

사회경제적 인구집단별로 사망률이나 의료서비스 이용률 등에 있어서  건강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건강불평등이 부모에서 자식 세대로 대물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동진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건강형평성 현황 및 대책'이란 보고서를 통해 건강형평성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건강형평성학회의 연구, 국민건강영양조사, 국가암등록자료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소득수준별 암환자의 의료이용 현황을 분석한 기존 연구 등을 인용해 교육이나 소득수준별로 사망률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1995~2010년까지 교육수준별 사망률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연령집단에서 사망률의 상대적 불평등이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여성의 경우 30~44세에서 대졸 이상인 집단에 비해 중졸 이하인 집단이 사망할 위험은 1995년에 약 3.2배 높았으나, 2005년에는 7.3배, 2010년에는 8.1배로 증가했다.

남성은 30~44세 사망률의 상대적 불평등이 2005년에 비해 2010년에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대졸이상인 집단에 비해 중졸 이하인 집단의 사망 위험은 8.4배로 여전히 높았다.

2010년 한해 동안의 남성사망률만 보면 30~44세 연령집단에서 중졸이하 집단은 대졸 이상인 집단에 비해 사망률이 8.4배 높았고, 고졸인 집단은 대졸 이상인 집단에 비해 사망률이 2.2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일한 연령집단의 여성 사망률 역시 대졸 이상인 집단에 비해 중졸 이하인 집단은 8.1배, 고졸인 집단은 1.8배 높게 나타났다.

자살사망률도 교육수준별로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자살 사망의 경우 1995년에 비해 2010년 들어서 절대적 불평등이 증가했으며, 특히 중졸 이하 집단에서 증가 경향이 두드러졌다.

2010년을 기준으로 30~44세 남성사망률의 경우 대졸 이상인 집단과 중졸 이하 집단과는 무려 7.1배, 고졸인 집단과는 2.3배에 달하는 사망 위험 격차가 발생했다.

30~44세 여성에서도 대졸 이상인 집단에 비해 중졸 이하인 집단은 8.1배, 고졸인 집단은 1.9배나 높은 자살 사망 위험을 보였다.

주관적 건강수준을 인식하는 측면에서도 교육수준별, 직종별로 차이를 드러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직종별로 비육체직에 비해 육체직의 주관적 불건강 인지율이 남성은 2.5%p, 여성은 11.5%p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2008년 이후 직종별 주관적 불건강 인지율의 격차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2010년 30~64세 인구집단을 기준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집단에 비해 낮은 집단의 주관적 불건강 인지율은 남성은 2.9%p, 여성은 9.3%p 더 높았다.

연도별로는 남성의 경우 교육수준별 불건강 인지율의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으나, 여성은 격차가 유지되고 있거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의료서비스 이용률·미충족율도 소득 따라 격차 의료이용 측면에서는 외래 및 입원의료 서비스 이용과 필요의료서비스 미치료율이 소득별로 차이가 드드러졌다.

암환자를 소득계층별로 구분해 의료기관별로 의료이용 정도를 살펴본 결과, 남녀 모두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이른바 메이저병원으로 불리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의료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빅4' 병원만 놓고 볼 때 소득 1분위(소득수준이 가장 낮음) 계층 남성 암환자의 입원 부문에서 의료이용 집중지수는 0.95로, 소득 5분위(소득수준이 가장 높음) 계층의 집중지수(1.75)보다 더 낮았다.

소득 1분위 계층 남성 암환자의 외래 부문에서 의료이용 집중지수는 2.57로, 소득 5분위 계층의 집중지수 5.21과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암환자의 의료이용 격차는 생존율의 격차로 이어져 남녀 암환자의 1, 3, 5년간 생존율 모두 소득이 낮은 집단에 비해 소득이 높은 집단의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 1분위에 속하는 남성 암환자의 1, 3, 5년 생존율은 각각 47.25%, 29.10%, 24.04%에 그친 반면 소득 5분위에 속하는 남성 암환자의 생존율은 61.94%, 43.42%, 37.84%로 훨씬 더 높았다.

여성 암환자의 경우 소득 1분위의 1, 3, 5년 생존율이 각각 71.02%, 57.14%, 52.35%인 반면 소득 5분위는 77.37%, 65.72%, 60.81%로 격차가 벌어졌다.

필요의료서비스 미치료율 역시 소득수준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미치료율은 소득수준 하위 계층은 21.2%로 소득수준 상위 계층의 7.4%와 비교해 3배 가까이 더 높았다.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도 포기한 경험은 2011년 기준으로 소득상위 계층은 6.2%에 그친 반면 소득하위 계층은 29.9%에 달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건강불평등의 세대간 대물림 현상이다.

청소년의 건강수준 또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버지 교육수준에 따른 청소년의 주관적 불건강인지율을 살펴본 결과,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아버지의 교육수준에 따른 집단간 불건강 인지율 격차가 벌어졌다.

청소년 흡연율에 있어서도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여학생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흡연의 불평등 정도가 증가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서의 건강불평등은 어느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간에 대물림되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청소년기의 건강 혹은 건강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청소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 격차로 나타날 수 있음을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건강불평등 해소는 물론 자식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강불평등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줄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라며 "한국형 건강형평성 지표 개발 및 생산은 더 늦출 수 없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