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국립암센터 내분비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혈관내피성장인자(VEGFR)에 작용하는 표적항암제(TKI)가 등장하면서 전이·재발성 갑상선암의 치료 성적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사성요오드 치료(RAI)가 불가능 하거나 종양이 빠르게 진행되는 갑상선암 환자의 경우 ‘렌바티닙(렌비마)’와 ‘소라페닙(넥사바)’ 등의 TKI 치료를 고려한다. 그러나 ‘거북이암’이라는 갑상선암의 이미지와 대부분의 환자가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여전히 TKI 치료 시작을 주저하면서 질병이 현저하게 악화될 때까지는 감시·대기하는 치료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삶의 질이 중요한 전이·재발성 갑상선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치료 효과까지 높일 수 있는 TKI 치료 시기는 언제가 가장 좋은지 이은경 국립암센터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최신 치료 방법을 들어봤다.

- 최근 갑상선암 병기 가이드라인이 변경됐다. 진행성 갑상선암은 어느 병기에 해당되고 증상은 어떠한가.

“갑상선암은 원발 장기에서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는 원격전이로 진행될 확률이 5% 정도로 높지 않은 편이다. 원격 전이된 환자 중에서도 일부 환자는 완치가 가능한 독특한 암이다. 진행성 갑상선암이라고 하면 4기 이상, 즉 주변 장기로 침습이 있거나 원격전이가 있는 상태의 갑상선암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개정된 8차 미국 NCCN 가이드라인 병기 구분에 따르면 종양이 크고 병이 많이 진행돼 있더라도 환자의 여명(생존기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인 경우 4기에서 3기로 변경됐다. 또한 갑상선암이 주변으로의 침습이 없이 크기만 크거나 가까운 임파선까지만 전이가 있는 경우 기존에는 3기로 진단했으나 최근에 2기로 변경됐다. 

갑상선암은 특이하게 병기 분류 시 나이를 고려해 나이가 많으면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이전엔 45세를 기준으로 했다면 이제는 55세를 기준으로 바뀌었다. 기존 병기 분류에서 일부 예후가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상태를 다운스테이징(Down staging)한 것이다. 기존 병기대로 환자를 구분했을 때 환자를 더 세분화해서 분석해 보니 3기나 4기라도 일부 생존기간이 더 긴 환자가 있다는 것이 발견돼 이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이·재발될 경우 환자 생존율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1,2기 갑상선암의 경우 생존율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6년 중앙암등록본부의 암 등록 통계에 의하면 갑상선암은 100.5%의 생존율을 보여 갑상선암에 걸리면 더 오래 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조기검진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갑상선암도 방사성요오드 치료에 듣지 않는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원격전이를 동반하는 경우 10년 생존율이 9% 정도로 급격히 떨어진다. 아주 미세한 전이가 있는 갑상선암 환자는 방사성요오드 치료에도 완치가 될 수 있지만 원격 전이된 진행성 갑상선암의 경우 수술이나 치료를 해도 계속 재발되며, 이를 반복하다 보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 진행성 갑상선암 치료 성적이 과거와 비교해 어느 정도 향상됐나.

“방사성요오드 치료가 잘 듣느냐 안 듣느냐가 진행성 갑상선암 결정에 중요하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하고도 병이 진행되면 진행성 갑상선암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방사성요오드 치료에 불응한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이 없었다. 내가 수련을 받을 때만 해도 방사성요오드 치료 외에는 전신적인 치료를 할 방법이 없었고 전이가 되어 문제가 되면 그 부위를 수술하거나 외부 방사선 조사 치료를 했다. 뇌에 전이되면 뇌수술, 뼈에 전이되면 뼈 수술을 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급한 불을 끄는 식이었다. 그러다 소라페닙와 렌바티닙와 같은 TKI가 등장해 지금은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 환자의 표준 치료로 TKI가 권고된다. 두 치료제를 선택해 쓸 수 있는데 렌비마가 좀 더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 렌비마가 다른 약제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점은.

“갑상선암은 종양의 크기 말고도 병의 진행속도도 병기나 치료제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암의 크기가 커도 진행속도가 느리면 그 심각성이 덜하고 크기와 상관없이 진행속도가 빠르면 예후가 좋지 않다. 소라페닙은 간암, 신장암 등 굉장히 여러 가지 암 종에서 쓰이는 약이다. 개발된 지 오래되어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나 효과 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다. 소라페닙은 암이 너무 크지 않은 상태에서 효과가 좀 더 좋다. 종양 크기와 상관없이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렌비마가 좀 더 효과적인 경향이 있다. 부작용 면에서도 두 약제 간 차이가 있다. 소라페닙은 손과 발의 피부가 벗겨지는 수족증후군이나 설사, 구내염 등의 부작용이 주로 심하고 렌비마는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다. 고혈압 같은 경우 의사를 자주 방문해서 혈압약 용량 조절하는 등 면밀한 관찰과 약물 투여량 조절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

- 갑상선암은 소위 ‘거북이암’으로 알려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될 때까지는 주로 대기·감시하는 치료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겉으로 보기에는 환자인지 구별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픈데도 잘 보이지 않고 숨이 차는 증상도 별로 없어 환자 스스로도 생활에 불편함을 잘 못 느낀다. 그런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하자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치료 시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부작용을 감내하면서까지 항암치료를 통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높아 문제가 생겨도 금방 의사를 만나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우리보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외국에서 좀 더 적극적인 치료 자세를 취하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받고 싶어하는 환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환자가 적극적인 치료보다 지켜보기를 원할 때는 그런 의사를 존중해 줄 필요도 있다. 갑상선암은 혈액암과 달리 항암제를 한 번에 강하게 쓴다고 치료에 도움이 되는 질환이 아니라서 약을 한번 쓰기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이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을 오래 쓸수록 경제적인 측면으로도 영향이 있다. 그래서 환자의 경제적 상태와 약을 써야하는 기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 갑상선암에서는 어떤 환자가 TKI 치료를 받아야 하나.

“전문가들에 의하면 종양크기가 2cm 이상이어야 (TKI치료를 시작)하며 1cm 이하로 작다면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종양이라도 진행 속도가 빠르고 기도 등 주변의 중요한 장기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종양이 자라는 속도가 보통 종양의 부피가 2배 이상이 되는데 1년 이내로 걸린다면 치료 대상으로 본다. 종양 크기가 2배가 되는 시점이 6개월 정도면 진행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으로 보고 있다. 2~3년 정도 걸린다면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갑상선암은 치료 시 종양 크기, 진행 속도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크기가 작아도 기도 옆에 붙어 환자가 금방이라도 객혈을 한다거나 증상이 나타나 문제가 될 때에는 기다리지 않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 TKI 치료는 환자들이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TKI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치료를 하지 않는 환자보다는 치료를 받는 환자가 결과적으로 분명히 이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TKI 치료로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연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전체 생존기간을 늘려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소라페닙과 렌바티닙 모두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데이터가 있다. 렌비마는 65세 이상에서는 총 생존기간도 연장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렌비마 3상 임상연구에 따르면 렌비마 치료군의 PFS 중앙값은 18.3개월로 위약군의 3.6개월 대비 약 5배 높았다. 소라페닙은 3상 임상연구에서 10.8개월의 PFS를 보여 위약군의 5.8개월 대비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1차 치료제로서만 효과가 있다고 증명됐지만 1차에서 좋은 효과로 인해 전체 치료에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TKI를 권유하게 된다."

- 갑산선암 치료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두 가지 정도 제안할 만한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갑상선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은 두 가지뿐이다. 해외에는 카보잔티닙 등 새로운 치료제도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허가 승인이 나지 않았다. 1차 치료에서는 (렌바티닙, 소라페닙) 둘 중 어느 약을 써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둘 중 하나의 약을 1차에서 사용하고 2차 치료를 받을 차례가 되면 보험 적용되는 약제가 없어 환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에 갑상선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연간 500명으로 추정되므로 치료 혜택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환자가 연간 500명 정도 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갑상선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길기 때문에 치료 기간도 길다. 1차 치료제의 중앙 무진행 생존기간을 고려하면 선택한 1차 약제로 1~2년 정도 치료를 하고 두 번째 약으로 1~2년 더 치료를 받는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생존기간이 긴 갑상선암의 특징을 고려하면 전체 치료기간 중 절반 이상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받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1차 전신치료를 받은 환자도 2차에서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전이가 되어도 생존기간이 긴 편이다. 그래서 원발한 갑상선암과 나중에 발견된 원격 전이된 부위의 조직으로 유전자 변형 상태를 비교하는 검사를 진행한 결과 두 암 조직의 특성이 각각 달랐다. 최근 개발되는 표적치료제들은 특정 유전자 변형을 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치료 패러다임 자체도 각각의 유전자 특성을 보는 것으로 변화했다.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암이라고 모두 동일 시 하는 것은 오래된 치료 패러다임이다. 즉,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해당 종양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면 치료 효과도 높아질 거라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유전자 검사에 대한 지원이 제한적이다. 우리의 의학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유전체적 진단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므로 갑상선암에서도 유전자 검사 허용 범위를 확대해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강조할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 병원은 워낙 진행성 갑상선암 환자가 많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의사가 환자에게 정성을 기울이면 치료가 어려운 환자라도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 중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환자 입장에선 당연히 몸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의사에게 하소연을 하거나 비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힘든 시간을 넘어가야 좋은 결과가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잘 알려 줘야 한다. 표적치료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갑상선암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은 두 가지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들이 이를 잘 활용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의사로서 환자에게 정성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폐에 8~9cm 전이가 있어도 약으로 좋은 효과를 보시는 분도 계시니 환자들이 지치지 않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표적치료제를 충분히 오래 사용하면서도 좋은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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