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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고혈압 치료, '임상적 관성' 깨고 철저하게 처방해야"성지동(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라포르시안] 국내 고혈압 환자 중 60%는 2가지 이상의 고혈압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따라서 동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많아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70세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고, 복용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복약 순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고혈압 초기 신속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2제, 3제 단일제형 복합제를 선택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가 최근 개최된 유럽심장학회(ESC 2019)에서 고혈압 환자들의 단일제형 복합요법 복약순응도를 연구한 'AMTRAC' 임상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성지동 교수를 만나 고혈압 치료 단일제형 복합요건과 이번 임상 결과 의미에 대해서 들어봤다.

- 국내 고혈압환자 대부분이 2가지 이상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고, 고령 환자의 경우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아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가지 고혈압제만 먹고 혈압이 조절 되는 경우는 3분의 1정도에 불과하고 두 가지 이상 복용해야 하는 환자가 절반 이상으로 훨씬 더 많다. 전체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따져본다면 필요한 약의 개수는 1인당 평균 2.5~6개 정도로 나온다. 그리고 다른 동반 질환이 많으니 당뇨병 약, 고지혈증 약 등까지 포함해 복용해야 할 약의 개수가 굉장히 많은 것이 아주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꼭 필요한 약들이어서 처방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환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심리적인 부담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single pill combination’, 즉 여러 가지 성분이 한 알에 들어가 있는 복합제가 환자의 입장에서 개발돼 사용되고 있어 더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고혈압 약제는 두 가지 이상 쓰이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두 가지의 약제가 하나로 나온 약제가 사용된 지 이미 한참 되었다. 그러다 보니 왜 세 가지는 하나로 합치면 안되겠냐는 논의가 있었고, 이에 세 가지 약제가 하나로 합쳐진 약까지 개발됐다. 뿐만 아니라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이 합쳐진 복합제도 나오는 등 다양한 유형의 복합제가 나오면서 결국에는 복용해야 하는 알약 개수를 줄여주는 효과를 갖게 된다.”

- 복합제 사용으로 복용 편의성이 높아진 건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심리적인 부담을 경감시키는 측면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효과 면에서는 성분이 똑같은 약제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전문의 입장에서는 기존 약제를 각각 두 가지 쓰다가, 그 두 가지 약제를 복합제로 처방할 때 사실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 두 가지 약제를 각각 복용하고 별 문제 없었던 환자라면 두 가지 약의 복합제를 복용했을 때 효과 면에서 차이가 나는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간혹 환자 입장에서는 ‘됐습니다, 그냥 원래 먹던 대로 먹겠습니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알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면 환자들도 그쪽을 더 선호한다.”

- 2017년부터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의 변화가 있었다.

“여러 가지 바뀐 대목이 있지만 고혈압 진단 기준이 바뀐 게 가장 주목을 끌었다고 본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진단 기준 자체를 종전에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낮췄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 되었는데, 이것을 놓고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국내 전문가들끼리 많은 토론을 거친 끝에 진단 기준 자체는 140/90mmHg으로 종전과 똑같이 유지하자고 입장을 정했다. 이는 유럽 가이드라인과도 입장을 같이 한 것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연구 결과나 근거와는 동일한데,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이냐에 따라 다소 입장 차이가 있었다. 진단 기준을 낮추자는 미국 가이드라인은 앞으로 더 경각심을 일으키고 보다 철저히 관리하자는 뜻이고 유지하자는 쪽은 더 많은 사람들이 환자로 분류 됐을 때 생길 문제점들을 고려해서 종전과 같이 유지하자고 의견을 제출한 것이다. 

다만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고위험군, 예를 들어 여러 개의 심혈관계 질환이 이미 있거나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아주 높은 사람의 경우 치료 목표는 진단 기준을 낮춰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하자는 절충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눈 여겨 보지는 않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고혈압을 진단하는데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과 집에서 측정한 혈압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보통의 경우 혈압은 병원에서 측정할 때 높게 나오는데, 그래서 최근 가이드라인은 병원에서 측정한 경우만 진단에 참고하지 말고, 병원 밖에서도 혈압을 반드시 측정해서 꼭 참고 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

“많은 환자들이 헷갈리는 점이 혈압을 측정할 때마다 변동이 심하다는 것이다. 근데 혈압이라는 게 워낙 변동성이 있고, 그래서 다양한 상황에서 많이 측정을 해서 평균치가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의 혈압 측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병원에 와서 측정하면 의료진이 측정해 주는 것이 기껏해야 1~2회 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본인이 스스로 전자혈압계로 다양한 상황 가운데 많이 측정해서 횟수가 20~30회씩 쌓이고 나면 평균이 얼마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제일 높을 때 제일 낮을 때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중간에 평균 근처에 많이 몰려 측정된다. 이렇게 평균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야 덜 불안하기도 하고 또 평균치를 참고해 전문의가 치료 계획을 잡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고혈압 환자 치료에서 제일 중요하고 우선시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평상시에 혈압 전혀 신경 안 쓰고 안 재고 있다가 어쩌다가 검진 등의 이유로 병원에서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혈압약을 처방 받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다소 성급한 결과라고 본다. 환자의 입장에서 고혈압 약은 본인이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이므로 스스로 충분히 측정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 유럽심장학회 총회에서 국내 고혈압환자의 단일제형 복합요법 복약순응도를 연구한 ‘AMTRAC’ 연구의 초록이 구연 세션에 채택돼 발표했다. 어떤 내용인가.

“이 연구는 고혈압치료제의 복용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복합제가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연구 중에는 두 알을 각각 복용하는 것 보다 한 알을 복용했을 때 복약 순응도가 더 좋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 점을 좀 더 확실하게 증명하기 위해서 이 연구를 계획했다. 기존의 연구는 관찰 연구로 전문의가 알아서 약 처방을 하고 진료해 사후 분석을 해서 비교를 하는 것이라면, 이번 AMTRAC 연구는 그것을 한 차원 더 높게 확실히 증명을 하기 위해서 소위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을 계획 했다. 세 가지 동일한 성분의 약제를 복용해야 할 환자들에서 그 세 가지 성분을 한 알로 구성한 약제를 복용하는 그룹과, 세 가지 성분을 두 알로 구성한 약제를 복용하는 그룹 간의 비교를 해서 복약 순응도에 차이가 날것인가를 살펴본 것이다. 순응도를 평가하는 방법도 별도로 설계 했는데, 기존 연구들은 보통 처방이 나가고 환자가 실제로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에서 약을 받은 기록까지만 확인했다. 많은 환자의 기록을 모아서 연구하기엔 편하지만, 약국에서 약을 받았다고 다 먹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찰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 AMTRAC 연구는 그걸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MEMS(medication event monitoring system)라는 기계를 이용했다. MEMS 방식은 평범한 약통을 그대로 사용하되, 약 뚜껑에 장치를 하여 뚜껑을 열면 복용했다고 기록이 되는 개념이다. 약제를 MEMS방식의 약통에 담아 양쪽 시험 군에게 12주씩 처방을 해주고 약통을 회수해서 데이터를 분석하면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몇 퍼센트를 먹었는지 등을 상당히 상세하게 알 수 있다. 복약 순응도를 아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AMTRAC 연구의 장점으로는 관찰연구가 아닌 임의 배정 임상시험 이라는 것, 이 이슈를 가지고 임상시험을 한 것은 처음이고 MEMS를 사용해서 평가를 한 것도 처음이라 이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AMTRAC 연구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연구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복합제보다 단일제를, 즉 한 알만 처방한 그룹 쪽이 복약 순응도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로 보면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프로 그려보면 조금 명확히 드러난다. 두 알 처방 받은 군에서는 한 알을 복용하지 않은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심리적 저항감 때문에 두 알 중 한 알을 아예 복용하지 않는 경우들이 약 다섯 케이스 정도 나타난 것이다. 반면 한 알만 처방 받았던 그룹에서는 아예 복용하지 않은 경우가 한 케이스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율 상으로는 차이가 별로 안 나는 것 같지만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복약 순응도를 올리는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 그래서 기존에 단일복합제가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개선할 것이라는 생각을 좀 더 과학적으로 확정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AMTRAC 연구가 3제 복합제 ‘세비카에이치씨티’의 단일제형 복합제의 복약 순응도를 연구한 것인데, 연구에 근거했을 때 세비카에이치씨티의 장점은 무엇인가.

“세비카에이치씨티가 이 AMTRAC 연구에 실제로 사용이 되기도 했고 지금 3제 복합제 중 가장 앞서서 나온 약이다 보니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 약을 처방하면서 느끼는 이점은 일단 세 가지 성분이 합쳐져서 약의 크기가 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복용할 알약의 개수가 적은 것도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약의 크기가 작은 것도 무시 못 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래서 세비카에이치씨티처럼 알약 크기가 작은 약으로 교체해 처방하게 될 때면 간혹 착각하는 환자들이 생기기도 한다. 약을 두 알을 먹다가 하나로 줘서 사이즈는 더 작은데, 효과는 더 강하기 때문에 약을 왜 줄였냐고 되묻는 것이다. 결국, 복용은 편하고 약효는 더 잘 나오기 때문에 환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효과 면에서는 이미 충분히 훌륭한 데, 왜냐하면 기존에 세비카라는 복합제의 성분인 올메살탄과 암로디핀의 조합이 굉장히 혈압강하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성분에 HCT라고 하는 이뇨제계열이 붙어 세비카에이치씨티가 됐다.”

- 유럽심장학회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은 초기 치료단계에서부터 2제, 3제 단일제형 복합제를 선택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MTRAC 연구결과가 갖는 의미는 어떤건가.

“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일단 약물복용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복약 순응도가 낮아지는 것은 대단히 흔한 현상이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이런 걱정 때문에 약 복용을 시작할 때도 거부감이 있고 복용을 시작하고 서도 꾸준히 복용하도록 잘 설득해야 하고, 그러다 조절이 안 돼서 복용할 약이 늘어나면 또 거부감이 생긴다. 그래서 유럽심장학회에서는 처음부터 이런 환자들의 심리적 반응을 고려해 복합제를 쓰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이다. 환자의 상태가 어차피 두 가지 성분을 통해 혈압을 낮춰야 할 수준이라면 하나 썼다가 조절이 안돼 두 가지로 늘리지 말고 처음부터 복합제를 쓰라는 의미다. 결국은 환자의 부담을 덜고 충실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고혈압환자를 보는 의료진이 치료상의 혜택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처방법을 소개한다면.

“우선 철저하게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다른 심혈관 질환들 특히 뇌졸중, 심부전 합병증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는 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진료현장에서 보면 환자들의 불편과 거부감 때문에 약물의 복용 순응도가 낮은 문제점이 생기니, 의사들도 처방에 보수적이 된다. 환자들의 반응을 생각해 약을 하나 더 써서 철저히 처방하는 게 나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임상적 관성(Clinical Inertia)이 작용해 용량 증가나 다른 약물을 추가하지 않고 적당히 처방하는 데 머물러 버리는 일이 많다. 환자를 잘 설득해서 약을 하나 더 철저하게 처방하는 것이 맞지만 타성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초기부터 복합제를 사용해 한꺼번에 혈압을 떨어뜨리면 안 좋은 거 아니냐’ 라고 걱정하는 의료진도 있는데, 혈압이 너무 많이 떨어지면 약을 줄이면 된다. 한 가지 약 쓰다가 부족하면 두 가지 쓰고 이런 식으로 늘려 나가는 것보다 실제로 처음부터 두 가지 쓰다가 너무 과하면 줄이는 것이 오히려 낫다. 이런 점은 초기부터 환자를 잘 교육시켜서 대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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