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협회 "병동제 도입시 의료쳬계 영향 커" 우려...요양병원협회 "병동제 방식 회복기재활 도입해야"

2018년 8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의료와 지역사회돌봄 연계를 위한 공청회' 모습.
2018년 8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의료와 지역사회돌봄 연계를 위한 공청회' 모습.

[라포르시안]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앞두고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9월부터 15개 병원을 지정해 회복기 재활병원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급성기에서 회복기로 전환한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 재활을 해 기능 향상과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본사업 추진을 앞두고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4일 설명회를 열고 1기 재활의료기관 지정 기준을 공개했다.

회복기 재활병원을 지정받기 위해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 이상(서울과 인천, 경기 이외의 지역은 2명 이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1인당 입원환자 40명 이하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6명 이하 △전체 입원환자 중 뇌손상, 척수손상, 근골격계 등의 회복기재활 환자 비율 40%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관련 대한재활병원협회(회장 우봉식)는 “도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도가 안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우봉식 재활병원협회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회가 그동안 합리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제안했던 질병별 회복기 입원료 산정의 일정 기간 보장, 회복기 재활치료 단위제 수가 체계를 도입, 환자 수 산출시 진찰 없는 반복적 외래 물리치료 환자 수 제외, 지역사회 연계수가 신설 등이 정책에 반영된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재활병원협회는 다만 △본사업 대상 기관이 30곳(5천 병상)에 불과한 점 △재활의학과 전문의 및 간호사 인력 기준이 지방 도시의 경우 맞추기가 매우 힘든 점 △회복기 대상 질환군이 축소 적용된 점 △회복기 재활치료 시간과 적용에 있어서 현재보다 줄어든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했다.

우봉식 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기 병원 제도는 노인인구 14%가 넘는 고령시대를 맞은 현 시점에서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정책과제가 됐다”며 “제도 도입 초기 문제점이 다소 있더라도 안정적으로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재활병원협회는 요양병원계가 주장하는 '회복기재활 병동제'의 경우 관련 법규정이나 의료환경을 고려할 때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우리나라는 현재 의료법령상 병원 단위로 의료기관의 기능을 나누어 운영하고 있으며 병상 총량제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동제를 도입하는 것은 의료체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재활의료기관 지정 자격에 관한 '장애인건강권법' 관련 규정에도 병동제로 지정할 수 없게끔 돼 있다"고 밝혔다.

병동제가 도입될 경우 대형 요양병원을 제외한 중소형 요양병원에는 재활환자 수요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는 "만일 병동제가 실시되면 형평성 차원에서 급성기 병원과 한방병원에도 회복기 재활병동을 허용할 수밖에 없어 종합병원이나 급성기 병원, 한방병원 등에서 회복기 재활병동을 대거 개설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일부 대형 요양병원을 제외한 중소형 요양병원에는 재활환자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봉식 회장은 “현재 요양병원에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그처럼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재활난민'이 왜 생겼는가"라고 반문하며 “재활난민 문제는 요양병원의 재활치료에 만족하지 못한 환자들이 급성기 병원을 전전하면서 입퇴원해 생긴 것으로 요양병원에 병동제를 허용해 준다고 해도 결국 요양병원의 재활치료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는 한 재활난민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재활의료기관 본 사업이 시작부터 모두를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나 지속적으로 제도를 확대해 나가다 보면 머지않아 우수한 제도로 정착할 것”이라며 "대한의사협회, 대한재활의학회, 재활의학과의사회 및 재활병원협회가 서로 힘을 합쳐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추진하면 회복기 재활병원 대도시 집중돼"

한편 요양병원계는 급성기병원 중심의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시행할 경우 재활난민 및 의료비용 상승 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요양병원 회복기재활 병동제를 도입해야 이런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회장 손덕현)는 지난 19일 상임이사 및 시도회장 합동회의를 열어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요양병원협회는 복지부가 발표한 회복기 재활병원 지정기준을 따를 경우 대도시 이외의 중소도시에서는 의사인력과 환자비율을 충족하고 유지할 수 있는 재활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협회는 "현재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15개 재활병원의 지역 분포만 보더라도 이런 예상이 가능하다"며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 기관을 보면 서울 등 대도시에 위치하거나 도립병원이 대부분이다.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에 참여할 급성기병원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요양병원이 급성기병원으로 전환해 지정받지 않으면 현재의 시범사업처럼 일부 대도시에만 재활의료기관이 설립되는 상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양병원이 급성기병원으로 전환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따르면 요양병원 가운데 최대 4인실 이하, 병상간 이격거리 1.5m, 주차장 시설면적 150㎡ 당 1대(요양병원 300㎡ 당 1대) 등의 재활의료기관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거의 없으며,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시군구 소재 요양병원은 의료인 구인난, 재활환자 비율 등을 이유로 재활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협회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을 강행하면 회복기재활병원이 대도시에만 집중해 시군구 지역 환자들은 재활난민으로 전락하고, 더 많은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회복지 재활병원 본사업이 이대로 추진되면 회복기 재활환자들까지 대도시로 몰리면 지방 중소도시 의료체계는 완전히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의 회복기재활 인프라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용효과적인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전문재활치료를 수행하는 요양병원만 해도 전국적으로 366개에 달해 대도시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의료전달체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이 회복기재활을 충실히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전문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재활 심사기준과 수가구조가 급성기병원과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급성기병원과 재활기준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명했다.

요양병원협회는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 허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이 사업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을 완화하면 극히 일부 요양병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지만 환자 중심의 재활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유일한 대안은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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