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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국회 문턱 못 넘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개별병원 경영 논리에만 맡겨진 적정 인력확충..."국가가 책임지고 나서야"

[라포르시안]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낮은 기술수준과 적은 자본으로도 풍부한 노동력만 있으면 가능한 산업을 의미한다. 섬유나 잡화 등을 제조하는 산업 분야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병원은 보건의료 분야의 높은 기술력과 함께 시설과 장비를 도입하는데 큰 자본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병원은 가장 노동집약적인 곳으로 꼽힌다.

입원환자 병동을 운영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연중무휴로 24시간 내내 돌아간다.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인력 등이 진료의 연속성과 신속성을 위해 밤낮없이 근무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외래진료와 응급의료까지 포함하면 잠시도 중단이 없다. 야간에도 3교대로 근무를 한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긴급한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업무 수행 중 긴장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는 노동집약적이다. 아무리 시설이 개선되고 첨단장비를 도입해도 운영과 최종 결정은 의료인의 몫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높은 전문성과 판단력을 요구하는 의료인력의 노동력을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과 양은 타 서비스업종과 비교해 훨씬 길고 많다.

의료서비스가 노동집약적이란 말은 그만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의료서비스 현장은 노동학대의 공간이다. 의료인력이 항상 부족한 상태다. 간호사 4~5명이 담당해야 할 일을 1명이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OECD 헬스 데이터 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6..8명으로 OECD 평균(9.5명)의 2.7명 적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병원에서는 간호사 5~6명이 담당하는 일을 한국에서는 1명의 간호사가 맡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병원에 적정 수의 인력과 함께 숙련된 의료인력이 근무해야 의료서비스의 질과 함께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 의료현장, 특히 간호부문은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노동조건 악화, 이직과 구인난의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

인력이 항상 부족해 1명의 간호사가 4~5명이 해야 할 몫을 담당하고, 업무부담이 가중되면서 노동조건은 악화된다.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고, 인력이 부족한 병원은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간호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노동조건은 더 악화된다.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해 출산 후 복귀하지 못하는 간호인력도 많다.

숙련된 간호인력은 의료현장을 떠나고 그 자리를 신규 간호사로 대체하는 방식의 저비용 구조를 통해 병원은 경영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병원 경영자들은 적정 간호인력 확충과 처우개선이 아니라 인건비가 싼 신규 간호사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만 제기한다.

그런 주장대로 간호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신규 간호사 배출이 늘었지만 여전히 병원의 간호인력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의료현장을 떠난 유휴 간호인력만 늘고 있다.

지난해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대한간호>에 실린 '병원간호사 근로조건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간호사 면허자 수는 37만6000여 명에 달하지만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18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의료현장을 떠난 유휴간호사 중 20∼50대가 모두 1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인력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은 인건비가 싼 전공의 인력을 통해 그동안 몸집부풀리기 식의 병상 확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더는 힘들게 됐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의사인력을 확충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T아트홀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주최로 '보건의료인력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과제 대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인력 문제,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재앙과 같은 상황 직면할지도" 

지금처럼 개별 병원의 경영적 판단에 맡겨서는 적정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국가적 차원에서 적정 의료인력 확충 노력이 가해지지 않으면 해결하기 힘들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보건의료인력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이 절실하다.

앞서부터 전국보건의료노조가 19대 국회 때인 2012년부터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을 추진해 왔으나 7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지난 10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다시 발의했다. 이 법은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현행법에 미비한 보건의료인력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국가는 보건의료인력 수급 관리 및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관할지역 내의 보건의료기관에서 우수한 보건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 보건의료 환경 및 특성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보건의료기관의 원활한 인력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보건의료인력 수급 지원 및 개선에 필요한 종합적 실태조사를 3년 마다 실시하도록 했다.

단순히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추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별로, 기관별로 인력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법적 근거도 담았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의 수립·시행과 양성, 수급관리 등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규정을 뒀다. 복지부장관은 장기적인 인력수요 전망을 고려해 지역 간·보건의료 기관 유형 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한 수급관리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법안은 또 복지부장관이 보건의료인력의 의료기술 향상 및 역량증진을 위해 필요한 교육훈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보건의료인력 양성기관을 지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뒀다.

현재 이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로 넘어갔지만 본격적인 심의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윤소하 의원은 보건의료노조 주최로 지난달 28일 열린 '보건의료인력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과제 대토론회'에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하고 공청회도 거쳤다. 내년 2월 정기 국회 내에서 꼭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당장 간호사 수급을 늘린다고 결정해도 실현에는 4년이 걸린다. 따라서 보건의료인력 문제도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후에 재앙과 같은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며 "고령화, 건강보험보장성 확대문제, 수도권 대형 병원 쏠림 문제, 의료인력 부족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금이 보건의료인력법 제정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에서도 이 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곽순헌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도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관련 토론회에서 “의료인력자원에 대한 체계적 기반이 구축되는 법안이 생긴다면 인력수급관리, 인력양성, 근로환경개선 정책을 추진 할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이 되리라 기대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통과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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