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가정, 자녀 지출 중 '의료비' 부담 가장 커... 65% 의료·양육비 부담에 추가 출산 기피

[라포르시안] 출생 당시 몸무게가 2.5kg 이하이거나 재태기간 37주 미만인 '이른둥이'를 출산한 가정에서 자녀를 위한 지출비용 중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건 의료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른둥이는 신체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채 태어나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탓에 감염 등으로 잦은 대형병원 방문과 입원, 재활치료 등 생후 2~3년 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른둥이 출산 후 양육을 위해서 경제활동 중단이나 축소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른둥이 출산에 따른 의료비 부담 증가와 양육을 위한 경제활동 위축이 겹치면서 소득 상실은 커지고, 이는 다시 양육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른둥이를 출산 한 부모의 65%가 더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른둥이 가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의료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한신생아학회(회장 김병일)는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2개월 간 이른둥이 부모 539명, 일반아 부모 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생아 양육 실태 및 부모 인식조사’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른둥이 가정 중 월평균 소득이 ‘399만원’ 이하가 53%에 달했다. 2016년 기준으로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약 44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둥이 가정의 절반 이상이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보다 소득이 낮은 셈이다.

맞벌이 부부 비율도 이른둥이 가정(32.3%)이 만삭아를 둔 가정(46.5%)보다 13.2%p 더 낮았다. 반면 양육 부담으로 엄마가 전업주부인 비율은 이른둥이 가정(62.5%)이 만삭아 가정에(47.35%)에 비해 15%p 높았다.

이른둥이 가정의 83.2%는 양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해 만삭아 가정(70.4%)에 비해 13.2%p 더 높았다.

 

표 출처: 대한신생아학회
표 출처: 대한신생아학회

실제로 자녀에게 지출하는 연평균 비용을 보면 이른둥이 가정은 '200~500만원'이란 응답이 20.8%로 가장 높았고, 만삭아 가정은 '50~100만원'이라는 응답이 19.7%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에게 지출하는 비용 가운데 가장 부담이 큰 항목으로 이른둥이 부모는 ‘의료비(38.8%)’를 꼽았다. 다음으로 '식비(32.2%)', '보육/교육비(15.8%)' 순이었다.

만삭아 부노는 ‘식비(34.8%)’와 ‘보육/교육비(34.8%)’를 가장 부담이 큰 항목으로 꼽았다. 의료비를 부담이 큰 항목으로 꼽은 비율은 11.7%로 이른둥이 가정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른둥이 가정의 자녀 연평균 지출 의료비는 '500만원 이상'이 약 30%, ‘50~100만원'이 26.1%, ‘50만원 이하'가 24.9%였다. 반면 만삭아 가정은 '500만원 이상'이 10.7%, ‘50만원 이하'가 39.9%, ‘50~100만원'이 32.5% 등으로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훨씬 더 컸다.
 
자녀 출산 후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는 ‘양육을 위한 경제활동 중단/축소’가 공통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이른둥이 가정은 ‘과다한 의료비’(45.1%)를, 만삭아 가정은 ‘과다한 보육비’(46.5%)를 각각 꼽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이른둥이 부모는 의료비 지원정책에 대해서 높은 인지도와 요구도를 보였다. 

정부가 올해부터 조산아 및 저체중아(재태기간 37주 미만 또는 2500g 이하)를 대상으로 한 외래진료비 경감혜택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이른둥이 부모의 인지율은 81.5% 수준이었고, '정책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81.8%에 달했다.

또 이른둥이와 같은 고위험군 아기에게 필요한 RS바이러스 예방 접종에 대해 ‘다태아나 외동 이른둥이에게도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5.8%로 높게 나타났다.

자녀의 발달 지연을 예방하기 위한 재활치료를 받은 이른둥이 가정은 26.3%로, 재활치료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치료기관 방문에 따른 시간적 부담(50.0%)’, ‘비싼 치료 비용(33.3%)’, ‘전문 시설 및 인력의 부족(29.0%)’등을 꼽았다.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 ‘비싼 치료 비용’을 꼽은 응답자가 20%에 달했다.

표 출처: 대한신생아학회
표 출처: 대한신생아학회

이른둥이와 만삭아 가정의 출산 후 자녀계획 변화에도 차이가 났다.

출산 후 자녀 계획이 변화한 비율은 이른둥이 가정은 65.0%, 만삭아 가정은 50.4%였다. 이른둥이 부모의 자녀 계획이 변화된 이유는 ‘향후 태어날 아기가 또 이른둥이일까봐 걱정된다(35.2%)’, ‘이른둥이 치료와 양육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33.9%)’ 등의 순이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육아 지원 정책으로 이른둥이 가정은 ‘아동에 대한 양육비 지원(38.7%)’, ‘믿을 수 있는 보육서비스 제공(35.3%)’ 을 꼽은 비율이 높았다. 만삭아 가정은 ‘믿을 수 있는 보육서비스 제공(46.8%)’,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조정 및 단축 기회의 보장(33.2%)’ 등을 꼽았다.

김병일 신생아학회 회장은 “이른둥이는 생후 2-3년 적극적 보살핌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만, 여전히 이른둥이 가정은 의료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이른둥이를 우리 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함께 키운다는 책임감과 국가적 차원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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