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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막론하고 복지지출 확대 위한 증세 담론에 공포감”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전환점에 놓여...새로운 정책방향 수립 필요성 제기

[라포르시안] 향후 건강보험을 비롯한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나아갈 방향은 임금격차를 줄이고 소득보장제도로 소득격차를 축소하며, 주거와 교육 등의 소비영역에서의 지출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은 사회보장제도는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사회보험 중심체계를 넘어 대안적 사회보장모델을 모색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연구위원은 '아시아 사회보장정책 비교연구 - 아시아 주요국 사회보장체계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현황과 제도개선 방향을 짚었다.

표 출처: '아시아 사회보장정책 비교연구 - 아시아 주요국 사회보장체계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

노 연구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사회보장정책을 비교하면서 한국의 사회보장체계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4대 사회보험을 도입하면서 확대되고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행 사회보장체계는 ▲빈곤층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복지급여에서 배제 ▲공적연금과 사회부조제도의 매우 낮은 급여수준 ▲복지전달체계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그리고 중앙부처 간 분절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역사를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80년대 ▲1987년부터 1997년까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등 시기적으로 4단계로 구분했다.

1단계로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권위주의정부의 지지세력을 부양하고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했던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2단계로 1987년부터 1997년까지는 민주화운동을 통해 사회보장제도가 서서히 확장되던 시기로 봤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역사에서 민주주의는 복지 발전을 촉진하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며 "이 시기의 민주화 운동이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종사상 지위와 같은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에 따른 복지격차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3단계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진보정권이 추동하는 복지확장기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당시의 사회보장체계 확장전략이 집권 정치세력이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에 따른 것이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발생한 실직과 저임금 그리고 빈곤 문제의 충격을 흡수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복지 확대의 성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단계로 2008년 이후 현재까지는 보수정부가 주도하는 복지조정기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모두 일정 수준의 이상의 복지 확장을 경계하는 성향을 보였고 특히 복지재원을 확대하는 문제에 대한 적극적 검토를 기피했다고 여겨진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는 거대한 토목사업을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일부에서는 당시 근로장려세제나 보육료지원 등이 이뤄져 복지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주장하지만 이런 정책은 모두 노무현 정부에서 결정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단계를 거쳐 현재 한국 사회보장제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서 발생하는 빈곤과 박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사회서비스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재원 확보이다.

지금까지 사회보장제도가 개개인의 기여(contribution)를 중심으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보장체계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는 데 취약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사회서비스 공급 확대에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사회보험 가입률을 제고하고 사회보장재원을 확충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정부예산을 통한 복지 확장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것이 한국의 사회보장체계가 현재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위한 논의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게 바로 복지지출 확대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치권이 복지지출 확대를 대하는 태도를 흥미롭게 다뤘다.

보고서는 "한국의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리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복지지출 확대를 위해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인상해야 한다는 담론을 채택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며 "이러한 공포는 사회보험료를 인상하거나 별도의 사회보장세를 징수하자는 주장보다는 재정절감을 통하거나 국채를 발행가거나 비공식 부문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추가적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복지지출 확대를 위해 사회보험료 인상이나 사회보장세 징수 대신 재정절감을 통해 추가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실제로 지속가능한 대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표 출처:: '아시아 사회보장정책 비교연구 - 아시아 주요국 사회보장체계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

사회보장정책 가운데 의료보장제도의 두 축을 이루는 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급여가 빈곤층의 건강권 보장 책임을 서로 미뤄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십여 년간 빈곤층에 대한 의료보장의 책임은 국민건강보험제도와 의료급여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사이에 존재하는 방대한 의료보장의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명확한 정책방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사회보장정책과 관련된 현안으로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논쟁 ▲사회보험과 대안적 복지패러다임의 모색 ▲저출산․고령화의 문제 ▲소득보장체계의 개편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재원조달 방안을 꼽았다.

이런 현안 과제를 풀어야 전환점에 들어선 한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지속가능성을 갖고 원래의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첫 번째로 노동·소득·소비 영역에서의 배제와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정책기조가 노동시장 또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박탈의 문제를 사회보장제도가 해결한다는 것이었다면 향후 각 정책영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그것은 임금격차를 줄이고 소득보장제도로 소득격차를 축소하며 주거와 교육 등의 소비영역에서의 지출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해 나가는 일"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책의 층위와 대상에 맞게 보편 프로그램과 선별 프로그램을 조합 ▲사회보험 중심체계가 강화돼 수급률이 일정 수준에 이르는 시점까지 사회보장세 형태의 새로운 재원 조성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한 입법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협의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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