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발생했을 때 다른 일에 신경을 쓰면 통증 감각이 다소 둔화된다. 그러나 왜 그렇게 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생리학적인 메커니즘이 독일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 메디컬센터의 크리스티안 슈프렝거(Christian Sprenger) 박사는 통증 발생시 신경을 다른 데 쓰면 척수에서 뇌로 올라가는 통증신호가 감소하면서 통증 감각이 완화된다고 밝힌 것으로 사이언스 데일리가 17일 보도했다.

슈프렝거 박사는 건강한 사람 20명(평균연령 27세)을 대상으로 피부에 열을 가해 통증을 유발하고 동시에 단어를 암기하는 일을 시키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통증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척수의 활동을 관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이들에게 통증유발과 함께 한 번은 간단한 단어들, 또 한 번은 어려운 단어들을 암기하게 하고 fMRI로 통증을 뇌에 전달하는 척수의 활동을 관찰했다. 이와 함께 시각통증등급(visual analog scale) 측정도 진행됐다.

fMRI는 통상 뇌 활동의 변화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기술발전으로 척수의 활동변화를 평가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암기작업이 진행되면서 시각통증등급도 떨어졌다. 간단한 단어를 외울 때보다 어렵고 복잡한 단어를 외울 때 더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fMRI로 관찰된 척수의 활동에 그대로 반영돼 어려운 단어 암기 때 척수의 활동이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프렝거 박사는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이번에는 15명(평균연령 25세)에게 같은 실험을 진행하면서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자연진통제인 내인성 오피오이드(endogenous opioid)를 차단하는 약 날록손(naloxone) 또는 식염수을 투여했다.

그 결과 날록손이 투여되었을 때가 식염수가 주입되었을 때에 비해 통증감각이 40%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가지 실험결과는 통증 발생시 다른 일에 주의를 돌리면 내인성 오피오이드가 증가하면서 통증감각이 둔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슈프렝거 박사는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온라인판(5월17일자)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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