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간(肝)을 날로 먹고 개회충에 감염돼 비싼 검사를 받거나, 심지어는 암으로 오인돼 항암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데도 생간을 드시겠습니까?"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임재훈 교수가 최근 국제학술지(JKM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생간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에 경종을 울렸다.

25일 이 논문에 따르면 개회충증은 암처럼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다른 병으로 오인돼 불필요하고 비싼 검사를 하거나 심지어 수술,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개회충은 두 가지 경로로 우리 몸에 들어온다. 개회충 알이 들어 있는 흙이나 먼지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소의 간(간천엽)을 날로 먹어서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소의 간은 음식점에서 식욕을 돋우고 눈에 좋다고 해서 많이 먹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약 5% 정도가 개회충증 양성으로 판명됐을 정도로 위해성이 큰 편이다.

개회충은 우리 몸에 들어와서 간이나 폐에 기생한다. 길이가 0.5㎜ 정도여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렇게 작은 기생충은 간이나 폐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염증을 일으킨다. 초음파검사나 CT 또는 MRI 검사에서 이들 염증은 작은 결절(혹)로 보인다.

문제는 개회충증에 걸려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는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러다가 병원에서 다른 이유로 영상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면 간암이나 폐암 또는 전이암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드물게는 개회충이 척추신경으로 들어가 척추마비를 일으키고, 눈으로 들어가 눈에 염증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또 혈액 성분 중 호산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호산구 증가를 일으키는 알레르기나 암 등의 원인질환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잦다.

임재훈 교수는 "기생충에 감염된 줄도 모른 채 CT나 MRI 검사를 하고, 심지어는 조직검사와 항암치료를 하다가 수술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면서 "특히 위암이나 대장암 등에 걸린 사람들이 암치료에 좋다는 생각에 동물의 간을 먹는 경우 그 폐해가 심각한 만큼 무엇보다 소의 생간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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