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에 거주하는 K씨(남, 68)는 고지혈증으로 20여년을 고생해왔다. 진료 받고 약을 타려면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보건소에 들러야 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갈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하지만 영양군이 4년 전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마을 보건진료소에서 멀리 떨어진 보건소 의사의 화상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약도 진료소에서 타거나 지정 약국을 이용하면 된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해당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범사업 지역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내용의 주민 청원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 경북 영양군의 한 보건진료소에서 여성 환자가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2008년부터 총 4곳(강원 강릉시, 경북 영양군, 충북 보령시, 충남 서산시)에서 진행되고 있고, 의료법 개정안(원격의료 허용)이 통과되기 전까지만 진행하기로 돼 있다.

경북 영양군은 원격의료 허용을 원하는 주민 6,200여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내주 안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영양군은 복지위에 제출할 청원서를 통해 원격의료 허용 관련 의료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할 방침이다. 영양군은 의료취약지 특성 상 원격의료 시범사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역은 2008년 원격의료 시범사업 지역 4곳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서비스가 도입됐고, 2009년 1,770명, 2010년 3,185명, 2011년(11월말 기준) 3,825명이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원격의료서비스 내용을 보면 만성질환자가 주거지 근처의 보건진료소 8곳에서 화상시스템을 통해 보건소(1차), 안동의료원(2차), 영남대의료원(3차)에 근무하는 특정 의사들로부터 진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영양군보건소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의 호응도를 조사한 결과, 98%로 매우 높았다”며 “고혈압 및 당뇨 등 만성질환자,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연로한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영양군과 비슷한 시기에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충남 보령시도 시범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보령시보건소 관계자는 “매년 1,000여명이 (원격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도서지역에 거주하는 거동 불편 주민이나 노약자들은 화상진료가 없으면 안 될 상황”이라며 “원격의료법 허용 방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호응을 얻으면서 일부 지역에서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 요구 움직임과 관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송인 사무관은 “그동안 여야간 원격의료에 대한 이견차로 의료법 개정안 제출 이후 복지위 전체회의에도 상정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시범사업 지역의 호응에 힘입어 의료법 개정안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원격진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의학적 안정성이 부족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도 지역 접근성에 기반하고 있는 개원가의 몰락을 부를 가능성과 ‘화상 원격진료’에만 한정된 정부 안이 거시적인 원격의료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원격의료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원격의료법 개정 이후 의료계가 걱정하는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수가차등화를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송인 사무관은 “원격의료 예산 추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요양기관종별로 수가를 차등화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며 나아가 “원격진료 시간이 대면진료 보다 오래 걸리는 것을 감안해 수가를 차별화하는 대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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