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시행 1년이 지난 리베이트 쌍벌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협회 내에 '불합리한 쌍벌제 개선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해 위헌소송을 추진하는 한편 보건복지부 주도로 준비 중인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에도 불참을 통보했다.

위헌소송 금지대상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이미 형법에 근거해 불법 리베이트를 처벌할 수 있는데 또 다시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 청구 이유다.

자정선언에 대해서는 "불합리한 관행의 근절은 선언으로 될 일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1년간 쌍벌제를 묵묵히 감내하던 의협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구속되었던 한 회원이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때부터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행정처분을 성토하는 목소리와 함께 제도를 폐기해야한다는 주장이 비등했다.

지난 17일 열린 시도의사회장회의에서도 쌍벌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김제형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은 "경기도에서 한 회원이 자살. 대구에서도 개원 3년차 회원이 간호조무사의 내부고발로 적발돼 면허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당했다"라며 "다른 직종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은데 왜 우리만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정남 광주광역시의사회장도 "쌍벌제 처벌규정은 너무 가혹하다.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아도 자격정지 2개월이다"라며 "그런데 우리는 복지부 눈치만 보고 있다. 이제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만호 회장은 "변호사를 통해 다각도로 법률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위헌소송을 낼 것"이라며 달랬다.

복지부에 따르면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적발된 의사는 지금까지 500여 명이 넘는다.

하지만 복지부는 처벌 규정을 오히려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김국일 의약품정책과장은 <라포르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보건의약인단체 자정선언'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리베이트 쌍벌제를 끌고 갈 방침"이라며 "각 단체의 자정활동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고, 리베이트 적발시에는 끝장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이행 담보방안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행 담보방안과 관련해서는 "임채민 복지부장관이 지난 10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당시 "제약사에 대해서는 리베이트 적발시 해당 의약품을 시장에서 퇴출하고 리베이트를 2회 이상 받은 의사와 약사는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의 위헌소송에 대해서도 불가론을 폈다. 그는 "리베이트 쌍벌제는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한 것이다. 또 복지부는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를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건보재정 누수를 방지하고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베이트에 제제를 가하는 것이다. 결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의협이 불참을 선언한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의협이 복지부의 강경노선을 풀게 할지,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이 리베이트 관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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