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하지 못한 교란변수 있어…의료현장에 불필요한 혼선 초래 우려”

[라포르시안] 대한당뇨병학회가 고지혈증치료제인 '스타틴'을 장기간·고용량 복용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2.5배 이상 커진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 발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당뇨병학회는 24일 "스타틴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의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고, 수많은 임상시험 자료를 메타분석한 결과도 스타틴을 사용하면 9%~27%까지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그러나 당뇨병 발생 위험이 평균 88% 증가(1.88배)한다는 NECA의 연구결과는 환자들이 스타틴 치료에 잘못된 인식을 갖고 일선 의료현장에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특히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와 NECA 보고서가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지 근거와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 출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고지혈증치료제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위험도 분석' 보고서 중에서.

앞서 NECA는 지난 19일 발표한 '고지혈증치료제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위험도 분석'이란 후향적 코호트연구 결과를 통해 심혈관계 과거 병력이 없는 고지혈증 환자가 스타틴을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있으나 당뇨병 발생 위험도는 복용기간·용량에 비례해 높아진다고 밝혔다. NECA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수검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고지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치료로 스타틴을 처방받은 사람과 비처방군을 비교했더니 스타틴군이 비스타틴군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88배 높았고, 복용 기간과 용량에  비례해 최대 2.62배 높게 나타났다. 

NECA는 이 결과가 앞으로 한국형 스타틴 사용지침을 마련하는 데 유용한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뇨병학회는 "NECA가 청구자료를 토대로 스타틴 처방군의 특성을 파악한 후 당뇨병 발생과 관련이 있을 많은 교란변수를 보정하려고 노력한 것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고려하지 못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심혈관질환 조기 발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스타틴을 처방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회는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 등 단지 콜레스테롤만 높은 게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를 따져서 처방을 시작했을 수 있는데 이런 변수들이 연구에 반영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나열한 변수는 인슐린저항성과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당뇨병의 고위험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분석 기간인 2005~2012년까지는 진료지침의 변화가 상당한 시기여서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검진도 자주 받고 병원도 열심히 다니면서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기 때문에 당뇨병이 더 많이 진단됐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NECA가 이번 연구를 통해 스타틴과 당뇨병 발생 위험을 알았다면,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등 전향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후향적 코호트 연구결과를 스타틴 관련 진료지침에 적용하는 조급함과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학회는 "국민 건강과 보건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연구 결과는 공인된 학술지 등 동료평가 과정을 거친 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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