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장기이식 전문 의료진이 번역한 ‘니콜라스, 정말 네가 한 거야?’

[라포르시안] 1990년대 중반, 이탈리아의 장기기증률이 갑자기 급증하는 일이 있었다.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장기이식 건수가 가장 낮았던 지역이었다. 어느 날부터  대통령부터 정치인, 기업인,  유명 운동선수와 의료진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장기기증 서약이 이어졌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7살 미국 소년의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다. 1994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미국 소년 니콜라스는 강도가 쏜 총에 큰 부상을 입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니콜라스의 부모는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이탈리아에서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니콜라스의 심장, 각막, 신장, 간, 췌장을 기증해 죽음의 기로에 섰던 7명의 이탈리아인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다.

니콜라스의 기증 이후 1년 동안 이탈리아의 장기기증 건수는 2배 이상 늘었고, 이를 '니콜라스 효과'라고 불렀다. 7명에게 새 새명을 선사하고 떠난 7살 꼬마 니콜라스의 이야기는 몇 년 후 아빠 레그 그린에 의해 '니콜라스 효과: 세상을 향한 소년의 선물(The Nicholas Effect: A Boy's Gift to the World)'이란 제목의 책으로 쓰였다. 최근 이 책이 '니콜라스, 정말 네가 한 거야?'라는 제목을 달고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국내 장기이식 전문 의료진이 번역을 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이식혈관외과 조원현 교수와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김영훈 교수가 한글로 옮겼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대한이식학회, 생명잇기가 함께 발간했다.

'니콜라스, 정말 네가 한 거야?'는 니콜라스를 통해 가족과 미국·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화를 아빠인 레그 그린의 시선으로 써내려 간 책이다.

니콜라스와 가족의 장기기증 결정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엄청났다.

1994년 당시 미국과 이탈리아의 장기기증 건수는 인구 100만명 당 9명 안팎으로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그러나 니콜라스를 통해 생명나눔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1년여 만에 미국은 인구 100만명당 27명으로, 이탈리아는 22명으로 높아졌다. 니콜라스 효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장기이식을 통해 새 새명을 얻었을 지 생각하면 놀라운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긴 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국제크리스찬외국인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이던 50대 초반의 미국인 린다 프릴(여)씨였다. 프릴씨는 남편과 함께 1990년데 후반 한국에 들어와 국제크리스찬외국인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교육과 선교 사업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1년 1월, 수업 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프릴씨가 근무하던 국제크리스찬외국인학교장이었던 남편 렉스 프릴씨는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뇌사 판정을 받은 다음 날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곧바로 고인의 시신은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돼 간과 신장 두 개, 각막 두 개, 골조직, 피부 등의 장기와 인체조직 적출이 이뤄졌다. 혈액투석으로 연명하면 2명의 만성신장질환 환자, 간경화를 앓던 1명의 환자, 그리고 2명의 실명 환자가 프릴씨의 장기를 이식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안타깝게도 이탈리아와는 달리 한국에선 '프릴 효과'가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이식대기자 수는 2만5,000여명이지만 뇌사자 장기기증 수는 500건으로, 장기기증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책을 번역한 조원현 교수는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는 물론 종교지도자·사회 각계 지도층, 매스컴이 모두 나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해야 한다"며 "니콜라스의 생명나눔을 '나비 효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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