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년고용 확대 명분으로 야간전담 간호사 채용 활성화…“간호사·환자의 안전과 건강 심각하게 위협”

[라포르시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3월 인기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가 사람에게 비호지킨 림프종과 폐암을 일으킨다는 제한적인 증거 등을 근거로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등급으로 분류했다.

2A등급은 사람한테서 암이 발생한다는 증거는 제한적이거나 불충분하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암성에 대한 증거가 충분히 확인됐을 경우에 지정하는 것이다. <국제암연구소 관련 링크 바로가기>이보다 앞서 2A등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것 중에는 '야간작업'이 있다.

IARC는 지난 2007년 지속적인 야간 작업이 유방암과 같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야간작업을 2A등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야간 근무가 그만큼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한다는 의미이다.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우려를 비웃듯 야간업무만 전담하는 노동자를 정책적으로 활성화 하고 있다.그것도 병원에서."야간전담간호사 가산제도 폐지해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포괄간호 서비스를 통해 청년고용을 확대하고 병원 여성노동자의 일-가정 양립과 유휴간호사 재취업 장려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야간전담 간호사제 도입을 추진했다. 

이런 정책 방침에 따라 지난 6월부터 포괄간호병동에 야간전담 간호사를 고용할 경우 포괄간호료의 30%를 가산하는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야간전담 간호사 제도는 IARC에서 발암 위험인자로 지정한 야간근무를 전담간호사에게 몰아주는 셈이다. 

지난 20일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와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실 공동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야간전담간호업무가 건강에 미치는 문제점과 대책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한양대 의과대학 김인아 교수는 "야간근무를 고정적으로 계속할 경우에는 생체시계 교란, 수면장애, 우울증상, 뇌심혈관계 질환, 위장관 질환, 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유방암은 표적장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야간근무는 젊은 시절에 노출된 것이 더 영향이 크다는 보고가 있으며, 유럽은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기준근로시간보다 노동시간을 더 짧게 하도록 하고 있다"며 "고정 야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야간전담 간호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순천향대 간호학과 전경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외국에 비해 간호사 야간근무에 대한 보호제도가 전혀 없는 한국에서 야간전담 간호사제도 도입은 심각한 문제를 더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야간전담간호사 가산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우선적으로 야간근무자를 위한 건강보호 방안을 확보하고 업무량 증가에 따른 야간근무 인력 배치를 추가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며 "특히 복지부가 추진하는 야간전담간호사 제도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내용이 단편적이고, 정부 담당자들이 야간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위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부 "밤근무 전담간호사 제도에 대해 잘 몰랐다"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병원에서 야간전담을 하는 간호사는 주로 비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어쩔 수 없이 하는 야간노동을 전적으로 시키도록 하는 야간 전담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김혜정 간호사는 밤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를 하면서 야간근무가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일인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소개했다.

김 간호사는 "밤에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쉴 수도 없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주간에 비해 더 적어지는 인력으로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야간근무 업무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출근을 한두 시간 미리 해야 하고 퇴근은 늦어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야간근무만 전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근본적으로 병원내 간호인력 충원 등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복지부와 고용노동부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조승아 행정사무관은 야간전담 간호사 고용시 가산을 해주는 것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건강보험공단과 재검토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김정연 서기관은 "밤근무 전담간호사 제도에 대해 잘 몰랐다"며 "야간근로는 근본적으로 줄이고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사업주에게 주는 경제적 이유로 노동자에게 압력으로 가면 안 된다. 복지부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지난 21일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야간노동일 수를 줄이기 위해 30여 년간 투쟁해왔다"며 "그 결과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야간노동일 수를 제한하는 등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포괄간호제도에서 야간전담간호사 가산수가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간의 노력을 거꾸로 돌리고, 병원간호사들과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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