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김율리 교수, 옥시토신 투여후 식이장애 조절 효과 확인

[라포르시안] 음식 섭취를 조절할 수 없는 섭식장애 중 하나인 '폭식증'.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는 2008년 1만 940명에서 2012년 1만 3,000명으로 5년 새 18.8%나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 수만 집계된 건강보험 통계에 잡히지 않는 폭식증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폭식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인지행동치료나 심리치료가 사용되고 있으나 치료 반응률이 50% 이하이며,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도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폭식증 환자에게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을 투여할 경우 섭식장애가 조절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대학의 자넷트레져 교수팀이 폭식증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는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하고, 관련 연구논문을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김 교수와 자넷트레져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거식증 여성 35명과 폭식증 여성 34명, 그리고 건강한 여성 33명(평균연령 22세)을 대상으로 옥시토신과 위약을 1주일 간격으로 투여한 후 1일간 섭취열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폭식증 여성은 위약을 투여한 상태에서는 하루 평균 2,757칼로리를 섭취했으나 옥시토신 투여 상태에서는 2,277칼로리를 섭취해 하루 평균 480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여성의 경우 위약 상태(2,295칼로리)보다 옥시토신 투여 후(2,179칼로리)에는 하루 평균 116칼로리가 감소해 폭식증 여성보다 열량 감소가 적었다.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는 위약을 투여한 상태(1,988칼로리)보다 옥시토신 상태(2,151칼로리)에서 섭취 열량이 되레 늘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폭식증 환자를 대상으로 옥시토신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연구로, 향후 폭식증 치료제 개발에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율리 교수는 "이 연구는 정신질환에 대한 옥시토신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근거를 추가했다"며 "다만 이번에 나온 연구결과는 개념입증단계로 앞으로 광범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옥시토신이 섭식장애, 비만, 대사성 합병증 등의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섭식장애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플로스원에 게재한 논문에도 이 같은 사실을 명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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