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역학조사로 방역망 벗어난 접촉자 속출…“통제 벗어난 의심환자 언제 내원할 지 모르는 상황”

[라포르시안] "환자가 우리 병원을 내원 때 강동경희대병원 방문력을 밝히지 않았다. 해당 병원이나 정부기관 관리대상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환자여서 파악 자체가 힘들었다."

지난 23일 입원 중인 환자가  메르스 확진자로 판정받으면서 외래진료와 입원 병동을 부분 폐쇄한 강동성심병원의 하소연이다. 

병원 측 주장대로라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처럼 환자가 메르스 집중관리병원 방문력을 밝히지 않은 사례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76번째 환자의 경우 삼성서울병원에서 관절질환 치료를 받다가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쳐 건국대병원까지 가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건국대병원 응급실에서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의료진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98번째 환자도 내원 당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다가 폐렴 증상을 의심한 의료진의 끈질긴 문진에 뒤늦게 방문 사실을 말했다. 이런 식으로 병원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염자가 나오면서 문을 닫거나 부분 폐쇄에 들어가는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A병원 관계자는 "밀접접촉자 중에서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도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격리조치가 시행되면서 혹시라도 집중관리병원 방문 사실을 밝히면 진료 거부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한 마음에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초기 대응 지침이 너무 허술한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방역당국의 관리에서 벗어난 메르스 의심환자가 언제 병원을 찾을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허술한 역학조사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생한 확진자 중에서 밀접접촉자로 관리대상에 들어있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지난 16일 발생한 151, 152, 154번째 환자 3명은 모두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최근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173번재 환자도 지난 5일 76번째 환자가 체류했던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의 관리대상 명단에는 빠져 있었다. 또한 방역당국이 초기 메르스 대응 지침에는 밀접접촉자를 '환자와 신체적으로 접촉하거나 환자와 2m 이내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으로 한정한 것도 병원들의 대응 체계를 느슨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국대병원의 경우 76번 환자가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자 이 환자가 입원해 있던 남측 병실 입원환자와 의료진을 사전 격리조치 했지만 정작 추가 환자는 북측 병실에서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들은 전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B병원 관계자는 "병원 입구를 통제하고 출입자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있지만 마치 러시안룰렛 게임을 하는 것처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면서 "한 번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이 입는 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엄청난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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