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지난 4월 9일 아침, 영국에서는 많은 신문의 웹사이트에 눈길을 끄는 헤드라인이 떴다. 내용인즉, "아버지나 형제가 성범죄자인 남성은 평균적인 남성보다 성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5배나 높고, 강간이나 아동 성추행을 저지를 위험은 부계를 통해 유전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이 연구는 1973~2000년 스웨덴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 2만1,566명을 분석해 "성범죄의 약 40%는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스웨덴의 경우, 여성이 저지르는 성범죄는 1% 미만이어서 연구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성범죄자를 찾아내거나, 고위험 가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과 심지어 이번 연구에 참가했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몇 가지 심각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Science에 의하면 이번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은 "생애 초기에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 성인이 되어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성범죄자의 어릴 적 경험을 상세히 다루지 않았다. 그 대신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같이 자라거나 따로 자란 전(全)형제, 반(半)형제를 비교함으로써, 연구진은 공통된 환경과 공통된 유전자의 상대적 기여도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공통된 환경이 성범죄를 설명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한 데 반해, 공통된 유전자가 성범죄를 설명하는 비율은 약 40%"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충동이나 성욕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도 성범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관련성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번 연구에서 배재했다.

▲ 성범죄의 유전적 요인에 관한 연구결과를 소개한 영국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지 웹사이트 화면 갈무리.

성범죄에 대한 데이터는 수집과 분석이 매우 까다롭다

성범죄자와 그의 가족들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패턴을 찾아내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전국적으로 다세대등록제도(Multi-Generation Register)가 확립되어 있어 연구진이 익명의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범죄기록과 그 가족과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부족이라는 상황에 직면하자, 연구진은 충분한 샘플수를 확보하기 위해 (강간에서 시작하여 아동이 등장하는 포르노그라피 소유, 그리고 성기노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성범죄 유형을 연구에 포함시켜야 했다.

물론 연구진은 강간을 아동 성희롱과 구분하는 등 성범죄를 유형별로 분석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한 점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광범위한 행위를 뭉뚱그려 유전적으로 분석하려 했다는 비난을 모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범죄기록에 의존하여 연구를 진행한 데도 문제가 있다. 많은 성범죄들이 보고되지 않으며, 법정으로 가는 비율은 더더욱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범죄자의 가족은 복지기관이나 사법당국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게 되어 `성범죄는 가족성이 있다`는 인식을 증폭시키게 되는데, 이를 '탐지편향'(detection bias, 결과 확인 비뚤림)이라고 한다. 예컨대 뉴욕 시티대학교의 캐시 스패츠 위덤 교수(심리학)가 최근 발표한 바에 의하면 자녀학대의 경력이 있는 부모가 어린이보호국에 고발될 가능성은 다른 부모들의 2.5배에 이른다고 한다.

성범죄자가 될 절대적 위험은 매우 낮다

이번 연구의 결론 중에서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성범죄자의 남자형제와 아버지가 성범죄자일 확률은 일반 남성의 4~5배"라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엄청난 것 같지만, 스웨덴의 성범죄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스웨덴 인구 중에서 성범죄자의 비율은 겨우 0.5%에 불과하며, 성범죄자의 남자형제나 아버지가 성범죄자일 확률은 2.5%이기 때문이다. 위덤 교수는  "두 그룹의 수치가 모두 낮을 때, 양자(兩者) 간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해석한다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요컨대, `일부 가족이 다른 가족보다 성적 학대나 범죄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더 높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이 강간이나 기타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설명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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