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의료계와 내년도 보건의료 예산 논의 제안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3월 26일 청주 한국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은 3월 26일 청주 한국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관련해 재정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 및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성 확대’를 포함하고 의료계와 의료 분야 예산의 구체적 투자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두고 의사·병원 단체에 예산 편성에 관여하도록 특혜를 주고, 세금을 퍼주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2025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의결하면서 재정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 및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성 확대’를 포함했다. 

정부는 이러한 중점 투자방향에 맞춰 의료개혁 5대 핵심 재정사업을 검토했다. 5대 핵심 재정사업을 보면 먼저 전공의 수련 지원 분야를 집중 지원한다. 전공의 수련 내실화와 처우 개선을 통해 역량있는 전문의를 양성하고, 의학교육 질 제고를 위한 투자에 우선순위를 둔다. 특히 의대정원이 대폭 증원된 지역 거점대학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한다. 

지역의료 발전기금도 신설한다. 지역의 거점병원과 강소병원 육성을 지원하고 지역 내 인력 공유체계 구축과 지역의 의료기관 간 연계를 위한 디지털 전환에 투자한다. 어린이병원, 화상치료, 수지접합 등 필수의료 기능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저출산이나 질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나,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사후보상 확대 등 새로운 보상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밖에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과 거점병원 등 대학병원의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 혁신형 보건의료 R&D에 대한 예산 지원도 재정투자 중점 분야에 포함했다. 

정부는 "이러한 기본 틀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예산 투자 내용에 대해 의료계 등 각 계와 논의해나갈 계획"이라며 "의료계가 내년도 의료 분야 예산의 구체적 투자 방안 논의를 위해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노동·보건의료·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정부 예산을 의사·병원 단체들과 논의한다는 발상이 놀랍고, 이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사·병원들은 지금 자신들의 밥그릇이 축날까 봐 의대 증원에 반대해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이어가고 있다"며 "(윤석열정부는) ‘의료 개혁’하겠다면서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과 예산을 논의해 의견을 반영하면 그 예산이 의사·병원들에 유리하게 편성될 것은 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필수의료 공백은 공공의료 확충 없이는 절대로 메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가 중점으로 삼은 ‘의료 개혁’ 5대 재정사업에 공공의료 확충은 한마디도 없다"며 "정부가 민간 병원 중심 시장 의료 체계를 전혀 손대지 않고 재정을 대폭 투자하면 정부의 말, 의도, 목표가 무엇이건 간에 지역·필수의료는 살아나지 않는다. 수익이 최고 가치인 민간 병원들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돈벌이가 안 되는 지역·필수의료로 돈과 인력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거듭 ‘필수의료’에 의료 영리화 내용을 끼워 넣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금까지 병원의 연구 기능 강화와 ‘바이오’ 운운은 대부분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와 연결된 것으로, 이번에는 필수의료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이라며 "첨단 바이오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맞물려 제대로 된 기술 발전보다는 주식 시장을 띄워 큰 손 투기꾼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돼 왔는데, 여기에 정부 재정을 투자하는 게 어떻게 필수 의료 재건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과 정부 재정을 민간 병원과 의료 영리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급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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