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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유전자를 발견했다” 주장한 딘 해머, 거짓말쟁이란 오명 벗을까[미리안 브리핑]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속 한 장면.

[라포르시안]  분자생물학자 딘 해머의 정당성이 마침내 입증된 것 같다. 20여 년 전 과학계와 문화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논문에서 그는 X 염색체의 한 부분을 지목하며 게이 유전자의 직접적 증거를 처음 제시했었다. 그러나 많은 후속연구들은 그의 발견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409쌍의 게이 커플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역사상 최대의 독립된 재현연구를 통해 X 염색체의 동일한 부분을 동성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全)유전체에서 뭔가를 처음 발견했을 때, 우리는 늘 `혹시 우연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진실을 확실히 밝혀냈다"고 해머는 말했다.

그러나 모든 과학자들이 이번 연구결과를 설득력있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유전적 연관분석(genetic linkage study)이라는 기법이 다른 기법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 같은 접근방법의 한계로 인하여, 이번 연구는 "행동유전학자들이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 것, 즉 `동성애의 근저에는 특정 유전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버지니아 공중보건대학교의 케네스 켄들러 교수(정신유전학)는 "동성애라는 주제를 연구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과학자들은 별로 없다. 과학 모임에서 `동성애의 유전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심지어 행동유전학자들조차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동성애의 과학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동성애에는 유전적인 요소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하나 이상의 유전자가 한 인간을 게이로 만든다`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어떠한 유전적 소인일지라도 환경요인과 상호작용하여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을 발달시키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많은 유전체 연구들이 `성적 지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제시해 왔지만 연구 대상자가 적다는 점 때문에 늘 비판에 시달려 왔다. 1993년 해머(당시 미 국립보건원 재직중)는 이 분야의 첫 번째 논문을 발표하며, "X 염색체의 Xq28이라는 부분에 `남성으로 하여금 게이 성향을 지니게 하는 유전자(들)`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해머의 발견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X 염색체에 존재하는 동성애 관련 유전자」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생물학자들의 의문(게이 남성이 자손을 덜 낳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라는 형질이 인구집단에서 유지되어 온 이유는 무엇인가?)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즉, "게이 유전자가 남성에게 (한 개만) 존재할 때는 동성애자를 만들어 인구를 감소시키지만, 여성에게 (두 개가) 존재할 때는 출산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해머의 연구결과에 대해 "겨우 38쌍의 게이 커플을 분석한 결과이므로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많은 과학자들은 해머의 연구결과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켄들러 교수는 "내 주변의 과학자들은 `또 하나의 위양성 결과가 나왔군`이라고 수근거렸다. 그 당시만 해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행동유전학 연구의 고질적 문제는 재현성이었다"고 회고했다.

해머의 논문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쪽에서는 `동성애 유전자가 존재한다면, 유전자검사를 통해 동성애자를 차별할 수 있게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동성애가 생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구글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해머는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우익 종교집단의 웹페이지가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라고 해머는 말했다. 그는 2011년 NIH에서 퇴직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J. 마이클 베일리 교수(심리학)는 Xq28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나는 해머의 연구가 훌륭하다고 믿었지만, 문제는 연구의 규모였다. 나는 연구의 재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지난 2004년에 그는 몇 개의 가문을 대상으로 유전적 연관성 분석을 시작했는데, 이 가문들은 최소한 2명의 게이 자손을 보유하고 있었다.(`유전적 연관성 분석`이란 공통의 형질을 보유한 사람들이 일관되게 공유하는 DNA 영역을 찾아내는 연구방법을 말한다.)

베일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409쌍의 게이 커플을 모집하여 그들의 DNA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두 부분, 즉 `Xq28`과 `8번 염색체의 한 부분`이 동성애와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후자(8번 염색체의 한 부분) 역시 해머가 선행연구에서 섹슈얼리티와 관계있다고 지목한 곳이었다. 이번 연구결과는 11월 17일자 Psychological Medicine(온라인판)에 실렸지만, 세상에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구를 주도한 베일리와 앨런 샌더스(정신과학, 노스쇼어 대학교 보건시스템 연구소)는 7여 년 동안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여념이 없다가 2011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미팅을 가지며 연구결과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로도 논문이 출판되기까지 2여 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샌더스에 의하면 하나 이상의 저널로부터 논문을 기각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논문의 발표가 미뤄지는 동안 생물학계의 트렌드가 바뀌어 전유전체 연관성연구(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ies)라는 연구방법이 유전적 연관분석을 대체했다`는 것이다. 유전적 연관분석은 수십~수백 개의 유전자가 존재하는 지역을 광범위하게 찾아내는 반면, GWAS는 특정 유전자와 특정 형질 간의 연관성을 찾아낸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에 대해 샌더스는 "현재 GWAS가 유전적 연관분석보다 선호되고 있지만, 해머의 연구결과를 직접 재현하는 연구방법은 유전적 연관분석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편 Psychological Medicine의 편집인 중 한 명인 켄들러는 "솔직히 말해서, 베일리와 샌더스가 낡은 방법론을 적용한 논문을 갖고서 게재를 신청했을 때, 나는 적이 놀랐다. GWAS가 판을 치는 오늘날 유전적 연관분석을 적용한 논문을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지만, 이번 논문이 동성애 연구에 획을 그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UCSF의 닐 리시 교수(유전학)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논문은 Xq28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지 못했다. 나는 1999년 발표한 논문에서 `Xq28과 동성애 사이에서 아무런 연관성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 발표된 증거들도 Xq28에 대해 추가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연구에서 보고된 두 가지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샌더스는 `단일 유전표지(isolated genetic marker)를 이용할 경우, 8번 염색체와 동성애 간의 상관관계는 유의성 기준을 충족하지만 Xq28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게이 커플들이 높은 수준으로 공유하는 인접표지(neighboring markers)를 이용할 경우, 두 가지 요인(8번 염색체와 Xq28)과 동성애 간의 상관관계는 - 유의성이 다소 부족하기는 하지만 - 모두 인정된다. 모든 증거들은 하나같이 Xq28과 8번 염색체를 동성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베일리와 샌더스는 조만간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또는 기각)하기 위해 좀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현재 GWAS를 수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번 연구의 데이터 외에 1,000여 명의 게이로부터 수집한 DNA 정보가 추가될 예정이다. "오늘 발표한 논문을 기준으로 할 때, 8번 염색체와 Xq28에 `동성애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누군가가 특정 유전자를 발견할 때까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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