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이상화·주미연 박사, 김준기 교수
사진 왼쪽부터 김준기 교수, 이상화·주미연 박사

[라포르시안] 방광암은 전 세계 암 진단의 3%를 차지할 만큼 흔한 암이지만 종양의 전이성이나 위험도가 높을 경우 사망률이 크게 증가하는 위험한 질환이기도 하다.

사망 위험을 낮추려면 조기 진단과 종양 평가가 중요한데, 국내 연구진이 라만분광과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소변에서 방광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방광암 동물모델의 소변에 표면증강 라만분광(이하 SERS)이라는 바이오마커 검출법과 AI 통계처리 기술을 적용해 방광암의 중증도를 진단하고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소변을 통해 비칩습적이면서 저비용으로 방광암을 정확히 진단한다면 치료의 질과 반응 시간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침습성 증가에 따른 방광암 전이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명의학 분야 저명 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 Bioelectronics·피인용지수 12.6) 최신 호에 게재됐다.

방광암 진단은 주로 소변 세포 검사, 종양 표지자에 대한 소변 검사, 경요도 방광경 검사, 생검, 배설요로 조영술, 복부 초음파 및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명확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나 침습적 방법을 통해서는 방광암의 70%만 조기에 진단되고 있다.

액체 생검을 통한 소변 대사산물 진단은 핵 기질 단백질 22(NPM22), 섬유소 분해 산물, 텔로머라제, 헤모글로빈에 대한 스크리닝으로 이뤄지는데, 이 역시 종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신뢰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한편 액체 생검을 할 때 단백질, 싸이토카인, 엑소좀 등 나노미터 단위의 바이오마커를 표적으로 삼으면 한 방울 정도의 적은 샘플에서도 타깃하는 바이오마커가 존재할 확률이 매우 높다.

연구팀은 이에 근거해 나노미터 마커를 필터링하면서 나노 바이오마커의 라만신호만 선택적으로 증강시키는 센싱 칩을 활용했다. 나노 구조체 제작 기술을 이용해 나노 바이오마커를 가둘 수 있는 나노다공성 구조를 제작한 다음 금속 재질의 표면처리를 통해 국소 표면 플라즈몬 공명(LSPR)을 유도했다. 

그 결과 LSPR을 통한 라만신호 증강이 이뤄져 고민감도의 SERS 신호를 획득해 조기 진단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랫트(실험용 쥐)가 마시는 물에 발암물질 ‘BBN’(N-butyl-N-4-hydroxybutyl nitrosamine)을 공급해 랫트 방광에 종양 발생을 유도했다. 이후 직경 1mm의 굴곡형 미세  내시경을 이용해 랫트 방광 내부의 종양 발생을 상처 없이 최소 침습적으로 추적 관찰했다.

해당 미세 내시경은 연구팀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명(明) 시야와 형광 이미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형광 조영제 ‘5-아미노레불린산’(5-ALA)을 통해 종양 초기 단계의 소변도 확보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미세 내시경을 이용해 동일 동물모델과 대조군의 종양 초기 및 중증 단계의 소변을 확보한 후 이를 나노 바이오마커 검출용 SERS 칩 위에 올려 라만신호를 획득했다. 

획득된 라만신호의 진단 성능은 판별분석(DA)을 통해 확인했다. 판별분석은 주성분 분석(PCA)의 통계 분석 및 기계학습 알고리즘 중 하나인 부분최소제곱(PLS) 메커니즘이 접목됐다.

판별 분석 결과, 라만 스펙트럼의 데이터 분포가 ▲암이 없는 군 ▲초기 암 ▲폴립 형태의 암군으로 잘 분리된 점이 확인했다. 

PCA-PLS-DA의 기계 학습 조합은 초기 및 폴립 단계 방광 종양 진단에서 99.6%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라만 스펙트럼의 피크 값이 타깃 물질의 화학적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이러한 피크들을 변수로 PCA 및 DA로 차원 축소해 진단된 결과였다.

한편 라만 스펙트럼 피크 중에 암 또는 방광암 샘플에서 발견됐던 상피세포접착분자(EpCAM), 지질(Lipids) 및 아마이드III(AmideIII) 관련 스펙트럼 영역만을 활용해 판별 진단을 수행했을 때 정확성이 85%로 나타나 해당 물질이 방광암 진단에 기여도가 큰 사실도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방광암 진단에 대한 근거가 확보된 것은 물론 고민감도를 위해 확장된 바이오마커를 진단 기준으로 활용돼야 할 필요성이 입증됐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기존 방광암 동물모델의 암 발생 평가는 그룹별 동물모델들을 모두 희생시켜 방광을 적출 해야만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룹별 마우스마다 개체 특성이 모두 다르고 방광암 발생 시기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개체 내 방광암 추적관찰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미세 내시경을 이용한 비침습적인 영상화로 추적 관찰된 마우스  샘플이 진단 연구에 활용됐기 때문에 방광암 진단에 있어 SERS 활용의 유효성이 유의미하게 잘 검증됐다. 또한 소변 한 방울의 SERS로 매우 적은 볼륨의 방광암도 진단할 수 있게 된 결과는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저자로는 서울아산병원 이상화 박사(공동 제1저자), 주미연 박사(공동 제1저자·현 Apollon 소속), 김준기 교수(교신저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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