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임신부 하루 평균업무시간 9.8시간 달해

[라포르시안]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의 대부분이 모성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국가의 출산장려정책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 등으로 인해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산하 지부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는 62개 의료기관에서 1만8,263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보건의료 여성노동자 중 법으로 금지돼 있는 임신부의 야간근로 유경험자가 21.9%에 달했고, 일일 평균 근로시간도 9.8시간에 달했다.

개별 작업장의 노동강도와 근무환경 등으로 임신부의 유·사산 경험도 18.7%나 됐다.

특히 간호부의 경우 가임기에 있는 간호사들이 임신의 순번을 정하는 '임신순번제'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17.4%에 달했다.

임신순번제 비율은 민간 사립대병원이 20.7%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특수목적공공병원 20.2%, 민간중소병원 15.6%, 지방의료원 15.5%, 국립대병원 15.3% 등의 순이었다.

임신순번제는 주로 부서장 지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임의적으로 임신을 할 경우 근무표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직무스트레스 증가로 타 부서로 이동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보건노조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임신순번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병원사업장에 근무하는 여성노동자의 노동현실이 그만큼 열악하고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성보호 측면에서 육아휴직 사용비율 또한 매우 낮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공공병원 17.6%, 민간병원 12.6% 등으로 평균 14%에 불과했다. 심지어 출산 후 조기복귀 유경험도 12.3%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노동자의 임신부 보호 및 모성보호가 취약한 원인은 만성적인 인력부족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25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노동자가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가 시행에 들어갔지만  보건의료 여성노동자에게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는 "임신한 여성노동자가 직접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을 단축해달라고 신청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인력충원을 하지 않아 노동량이 줄지 않은 상태에서는 동료에게 업무를 전가하게 되므로 눈치가 보여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 보장 ▲출산 및 육아휴직에 대한 대체인력 보충 ▲수유⦁탁아 등 육아에 필요한 보육지원시설 의무 설치 ▲여성노동자의 생리적 문제에 따른 건강권 확보 ▲임신기간 근로시간단축제도 정착을 위한 여성가족부 면담 ▲보건의료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 조사와 시정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고용부와 여성가족부가 모성보호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보건의료기관의 모성보호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법위반 사항 개선, 모성보호를 위한 인력충원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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