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항생제 내성이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세균이 여러 항생제에 쉽게 적응하며 살아남는 비결이 'DNA 스위치'가 유도하는 세균의 변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고려대 의과대학(학장 김효명)은 김희남 교수<사진>팀이 병균이 항생제 공격에 대항해 내성을 갖게 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김희남 교수팀은 항생제 중 감염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등 베타락탐아제(β-lactamase)의 진화 경로와 메커니즘에 대해 수년간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를 통해 항생제 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 내에 새로 생성되는 반복서열이 효소의 구조를 변형시켜 다른 항생제를 분해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매커니즘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4개 이상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단위체가 유전자상에 반복서열의 생성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효소의 구조적 변형을 유발한다.

변형된 베타락탐아제는 새로운 항생제 분해능력을 얻지만 기존 항생제에 대한 분해능력을 잃기 때문에 종래의 항생제에 다시 노출될 경우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 세균의 생존력을 높인다.

실제로 연구진은 베타락탐아제에 짧은 DNA 반복서열을 발생시킨 새로운 형태의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이 신종 돌연변이는 베타락탐아제를 DNA 스위치 작동에 의해 두 가지 형태(효소 기능)간 쉽게 전환할 수 있게끔 함으로써 다양한 항생제에 대항해 세균의 생존능력을 향상시켰다.

김희남 교수는 "이 DNA 스위치 매커니즘이 세균뿐만 아니라 인간의 유전체에도 존재하며 인간의 다양한 유전병의 원인이 되므로 감염병 치료 외에도 향후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제네틱스(PLOS Genetics)' 최근호(9월 1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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