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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고지혈증약을 에볼라 치료에 활용” 제안에 찬반논쟁 격렬[미리안 브리핑]
▲ 뉴욕타임스에 실린 'Can Statins Help Treat Ebola?' 관련 기사 캡쳐

[라포르시안]  지난 8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 윤리위원회의 결정은 일련의 조건을 만족시키기만 한다면 미승인 약물이나 백신을 에볼라 창궐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미승인 실험약·백신 중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을 치료할 만한 물량이 확보된 것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WHO 윤리위원회는 "한정된 약물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과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른 질병에 사용하도록 승인받은 약물 중에서, 에볼라 환자에게도 잘 듣는 약이 있지 않을까?"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기존의 약물을 이용해 에볼라를 치료하는 방법을 제안해 왔다. 그중의 하나는 "스타틴(statins) 또는 널리 사용되는 저가약(cheap medicines)을 사용해 보자"는 것인데, 이러한 계획에 관한 논평이 지난주 뉴욕타임스에 실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예컨대 텍사스 주립대 의과대학의 토머스 가이스버트 박사(에볼라 전문가)는 그러한 약물들의 효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은퇴한 제약사 경영자로, 브라운 대학교의 스티븐 오팔 교수와 문제의 논평 초안을 작성하는 데 참여한 데이비드 페드슨은 "스타틴과 ACEI(ACE 저해제),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가 에볼라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충분하므로 한번 사용해 볼 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드슨에 따르면 약 30명의 과학자들(이름을 대면 알 만한 저명한 과학자들 포함)이 논평 기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려도 좋다고 동의했다고 한다.

페드슨은 "에볼라는 `바이러스 감염증`일 뿐만 아니라 `고삐 풀린 면역반응`이기도 하다. 그런데 스타틴, ACEI, ARB는 그러한 면역반응을 잠재울 수 있는 약물이다. 2012년 패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은 심각한 패혈증의 위험을 83%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WHO의 마리-폴 키니 사무차장에게 이 같은 생각을 전달했더니 그녀는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전세계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뉴옥타임스에 기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이스버트 박사는 페드슨의 생각을 `끔찍한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무릇 과학자들이라면 아프리카에 보내는 약물에 대해 `최소한 원숭이의 사망률은 줄일 수 있다`는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페드슨과 오팔이 내세우는 약물들은 그런 기준을 충족시킨 적이 없다. 물론 나는 두 사람의 선의를 충분히 이해한다. 모든 이들이 뭔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유망한 약물들이 설치류 실험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설치류 실험을 통과한 약물이 원숭이에게 듣지 않는 사례를 수도 없이 봐 왔다. 아무리 급해도, FDA가 다른 적응증에 승인한 약물을 무턱대고 끌어다 쓸 수는 없다. 게다가 면역반응을 변화시키는 화합물은 에볼라 감염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페드슨은 "에볼라바이러스와 같은 필로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중 상당수가 아직 `면역반응을 치료한다`는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그저 바이러스를 때려잡는 방법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참고로 페드슨은 오랫동안 "스타틴과 기타 면역조절제들을 범유행성 인플루엔자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기존 약물의 전용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들은 또 있다. 예컨대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엘러너 피시 교수는 WHO와 국경없는의사회에게 "C형간염 등의 치료제인 인퍼겐(합성 인터페론알파, 왼쪽 사진)을 사용해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녀에 의하면 인퍼겐의 제조사인 우크라이나의 Pharmunion BSV Development는 "아프리카에 60,000바이알의 인퍼겐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고 한다.

피시 교수는 오랫동안 인터페론알파의 광범위 항바이러스 작용을 연구해 왔다. 2003년에는 인터페론알파를 이용해 SARS 환자를 치료한 사례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보고한 바 있다.<논문 바로가기>  피시 교수는 지난 8월 11일 국경없는 의사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캐나다 공중보건국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 2편을 인용하며 "인터페론알파가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이스버트 박사는 "그녀가 인용한 논문에서 인터페론알파(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전달됨)가 단클론항체의 칵테일과 함께 투여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숭이의 생명을 살린 것은 인터페론알파가 아니라 단클론항체"라고 반박했다. 가이스버트는 선행연구에서 "인터페론 하나만으로는 에볼라바이러스를 무찌를 수 없다"고 보고했었다. 피시 교수도 "인터페론알파 자체가 원숭이의 생명을 살렸음을 입증하는 근거가 없다"는 가이스버트의 지적에 동의했다.

시카고 소재 바이오업체인 'Cour Pharma'에서 CSO(최고과학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대니얼 게츠 박사는 WHO에 자사가 생산하는 면역조절 나노입자(Immune Modifying Nanoparticles, 단핵구에 의한 조직손상을 감소시키 약물)를 사용해 보라고 건의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는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FDA는 원숭이를 치료한 증거가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마지막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FDA의 승인을 받아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2개의 선택적 에스트로겐수용체 조절제(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s)를 추천하고 있다. 이 약물들은 2013년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에서 'in vitro'와 마우스 모델에서 에볼라 감염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피시 박사는 "현재 WHO에 건의하고 있는 과학자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온갖 약물을 들고 나올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WHO가 그중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능력(시간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8월 8일의 기자회견에서 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WHO는 극도로 긴장해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단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국경없는 의사회의 관계자는 Science의 이메일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창궐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월 12일 현재 WHO가 발표한 통계자료는 감염자 1848명, 사망자 1013명이지만 실제 인원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일부 환자들이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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