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비만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체중 감량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비만이 있는 경우 치매 유병률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는 등 체중과 치매와의 관련성은 학계의 큰 논쟁거리다. 

국내 연구진이 ‘비만 역설’ 논쟁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이준영, 김근유 교수 및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가 체중 변화와 치매와의 관계가 비만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가설에 착안해 국가 노인 코호트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비만 여부를 체질량지수(이하 BMI)에 의해 정의하고(≥ 25kg/㎡) 복부 비만은 허리둘레로 정의해 65세 이상 대상자 4,600여명의 1년간 체중 변화와 이후 4년간 치매 발병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비만이 아닌 대상자는 1년간 BMI가 1%씩 감소할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3.3%씩 증가하고,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도는 4.8%씩 증가했다. 비만인 대상자의 BMI 감소와 치매 발병 위험도는 연관성이 없었다. 반면 비만인 상태에서는 허리둘레가 이전보다 감소할 경우 알츠하이머 발생이 낮아졌다. 

김근유 교수(제1저자)는 “후각과 식욕을 담당하는 뇌신경세포의 퇴행으로 인해 체중 감소가 선행하고 이후 인지장애 증상이 드러날 수도 있으나 지방 조직량 이외에 신경보호 역할을 하는 근육량도 BMI 지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근육량 정도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BMI보다 지방량이 더 잘 반영되는 허리둘레 감소는 오히려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감소시킨 것이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근육량을 포함해 적정 체중과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살이 빠지는 것’보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살이 빠진다’면 몸무게가 아니라 복부 지방이 줄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노년기의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육량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년기 비만 유무에 따른 BMI 또는 허리둘레 감소와 치매 발병률 간 연관성을 규명한 최초 연구"라며 "체중감소는 비만이 아닌 경우에만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대상자들의 체중감소 원인을 알 수는 없었으므로 운동이나 식이조절에 따른 의도적 체중감량이 치매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연구에서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공식 학술지 ‘알츠하이머&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최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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