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발 쿨락(산업부 산업정책국장)·알리송 이글레시아스(위생감시국 등록부장)

사진 왼쪽부터 아니발 쿨락 산업부 산업정책국장, 알리송 이글레시아스 위생감시국 등록부장
사진 왼쪽부터 아니발 쿨락 산업부 산업정책국장, 알리송 이글레시아스 위생감시국 등록부장

[라포르시안] 남미 대륙 한 가운데 위치해 ‘남미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라과이. 브라질·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8%를 차지하는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자유무역과 경제협력을 위해 설립된 경제공동체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무관세 협약과 한국 대비 7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낮은 인건비는 수출품 생산 거점으로써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료기기·의약품 등 의료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파라과이 정부는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삼아 자국 내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 파라과이는 우리나라 기획재정부 주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KSP) 중 하나인 ‘파라과이 의료산업 발전 방안 및 인증제도 컨설팅’ 연구과제를 계기로 국내 의료기기·제약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과 양국 규제기관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라포르시안은 지난 7일 해당 연구과제를 수행 중인 사이넥스 본사에서 파라과이 호세 아니발 히메네즈 쿨락(Anibal Gimenez Kullak) 산업부 산업정책국장과 알리송 로시오 이글레시아스 발데스(Alison Rocio Iglesias Valdez) 위생감시국 의료기기·치과기기 등록부장을 만나 한국 의료기기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 시 규제 및 세제 혜택에 대해 들어봤다.

그에 따르면 파라과이 정부가 해외 기업 유치 중점국가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아니발 쿨락 국장은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료기기·의약품 산업 경쟁력이 미국·일본에 버금갈 정도로 커졌다. 또한 보건의료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특허에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점 때문에 파라과이의 의료산업 종사자들은 한국과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료기기 시장의 약 90%가 중국·인도 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파라과이에서 과연 한국 의료기기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알리송 이글레시아스 부장은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그는 “파라과이는 의료기기 제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기기 시장의 90%를 중국·인도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이 이제는 해외에서 인허가 및 인증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을 찾고 있기 때문에 규제 수준이 높은 한국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니발 쿨락 국장 역시 “파라과이가 중국·인도산 제품에 의존하는 것은 꼭 가격만을 고려해서가 아니다. 아직 파라과이 의료기기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제품의 품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로 1~2등급 저부가가치의 중국·인도산은 인증서가 없거나 인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도 많다. 파라과이 정부와 업계 종사자 모두 안전성이 입증된 의료기기를 찾고 있는 만큼 한국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를 통해 한국 의료기기 기업들의 파라과이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국가 공보험 중심의 정부 조달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내수시장과 사보험 기반 고품질 의료제품 수요가 공존할 뿐만 아니라 수출을 위한 원재료 수입에 관세 특혜를 주는 ‘마낄라(Maquila) 제도’를 운영하는 파라과이 내 현지 생산시설 투자기업을 찾고 있다.

아니발 쿨락 국장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협정을 맺은 중남미 대부분 국가가 자동차·식품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파라과이는 의료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파라과이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칠레 대비 가장 낮은 법인세·개인 소득세율은 물론 현지 제조를 위한 원자재 수입 시 관세가 1%에 불과한 마낄라 제도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송 이글레시아스 부장은 “파라과이는 중남미 최대시장인 브라질과 의료기기 규제 측면에서 긴밀한 우호 관계에 있다. 실제로 파라과이 위생감시국(DINAVISA)과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은 동일한 규제와 요구사항이 많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파라과이를 현지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면 브라질의 의료기기 인허가 획득과 시장 진출에도 매우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 중인 업무협약 체결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식약처와 파라과이 위생감시국은 한국 의료기기·의약품에 대한 등록 절차 간소화를 위한 양해록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파라과이 규정에 한국을 고위생감시국으로 지정하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의약품에 대한 GMP 실사가 면제돼 현지 품목허가·등록 기간이 6개월 이상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알리송 이글레시아스 부장은 “파라과이 위생감시국은 식약처와의 업무협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의료기기가 수입되고 현지에서 제조·생산된 제품을 여타 중남미 국가로 수출할 때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와 업무협약이 체결되면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식약처의 역량과 경험을 공유해 파라과이 의료기기 규제를 국제조화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강화함으로써 자국 기업들의 의료제품이 수출까지 가능하도록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아니발 쿨락 국장도 “전 세계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파라과이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했다. 비교적 짧은 기간 의료산업에 큰 발전을 이뤄낸 한국의 기업이 파라과이 현지 생산시설 투자로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는 한편 이를 중남미 시장 공략 거점으로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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