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의원 유형 협상단(김봉천 단장, 조정호 부단장, 강창원·백재욱 위원)

[라포르시안] 의료 공급자단체의 한해 농사를 판가름하는 수가협상이 시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8일 영등포 남부지사에서 공급자단체와 2024년 요양급여비용계약 1차 협상을 진행했다. 

올해 수가협상 역시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공급자단체는 건강보험 재정 누적적립금이 24조원, 당기수지 흑자가 3조 6,000억원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계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2024년도 수가에 반영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보험료 수입 증가에 따른 흑자라며 밴드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의원급 유형 수가협상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에서 의원급 수가인상율은 전년도 3.1%에서 2.1%로 떨어졌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보험학술 분과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2024년도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수가 인상률을 얻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는 내용을 담은 권고문을 의협 집행부에 제출했다. 불공정한 구조에서의 수가협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의협 출입기자단은 지난 18일 1차 수가협상을 마친 직후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 김봉천 단장, 조정호 부단장, 강창원 위원, 백재욱 위원을 만나 2024년도 수가협상 방향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2024년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 사진 왼쪽부터 강창원 위원, 김봉천 단장, 조정호 부단장, 백재욱 위원.
2024년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 사진 왼쪽부터 강창원 위원, 김봉천 단장, 조정호 부단장, 백재욱 위원.

-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수가 협상 구조 자체가 불합리하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의협에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가 협상에 참여한 이유는. 

김봉천 수가협상단장 : 의료계 안팎으로 수가협상 참여 여부에 대한 많은 갈등과 논란이 있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그만큼 의협이 현재 수가협상 구조에 참여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했다는 것과 그동안 수가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개원회원들에게 수가 인상은 수입과 직결된다. 수가 인상의 복리 효과가 회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부에서는 최종적으로 수가협상 참여를 결정했다. 

단장으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수가가 의사 회원 권익과 실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수가협상단장의 중책을 맡기로 결심했다. 대개협을 포함한 일부 회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임하는 건보공단의 태도와 재정운영위원회의 불합리한 밴딩 결정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협상중단까지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 최근 열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5% 이상의 인상률을 집행부에 권고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라는 의견도 있다. 협상을 통해 기대하는 현실적 인상율은.

= 강창원 위원 : 현재 우리나라 보험재정 상황과 그간의 정황을 볼 때 5%라는 인상율이 실현 불가능한 인상율이라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러나 대의원들이 의료현실에 대한 인식을 배제한 채로 터무니없이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도 원가 이하 저수가임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연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원가보전을 위해서는 5% 인상으로도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은 오히려 현행 건강보험 수가협상의 틀과 현행 수가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의료가 제공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최소 물가인상율 수준에서 5% 인상율을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원가에도 못미치는 저수가 상황에서 물가인상율 수준으로도 인상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은 현행 수가협상의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반증일 것이고, 수가협상 체계 및 구조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미가 함축된 권고안일 것이다. 

현실적인 인상율은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역대 최고로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 생각되지만 대의원회에서 의료기관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상수준을 강력 권고한 만큼 협상단은 대의원들의 뜻을 존중해 5% 수가인상의 필요성을 협상과정에서 최대한 설득해나갈 예정이다.

- 진료비 증가율은 수가 인상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어땠나. 

조정호 부단장 : 행위료 기준 23.4% 증가했으며, 법과 제도를 제외한 행위료 순진료비 증가율은 22.6%이다. 높은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코로나19 관련 진료비와 비급여의 급여화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부분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부분이 오히려 인상율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은 신속항원검사와 진찰료 등으로 진료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 의원급에서 많이 노력하면서 진찰료와 감염관리료, 신속항원검사 비용 등이 고스란히 진료비에 반영됐다. 건보공단에서도 이에 대해 대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순진료비 증가율은 22.6%지만 코로나 관련 진료비를 빼면 증가율은 반 정도 내려가는 것으로 보고 있고, 건보공단도 13~14% 정도를 진료비 증가분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13~14%의 진료비 증가율도 문제인케어에 따른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진료분이 수면 위로 올라온 ‘허수’이며, 순수 진료비 증가로 보지 않는다.

코로나19 진료비는 특수상황에서 발생한 비용이며,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고로 지원돼야 함에도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했으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위험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 간이검사, 재택치료 등을 통해 코로나 상황 종료에 헌신적으로 기여한 부분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 지난해 진료비 증가율을 감안하면 의원급 유형은 하위권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번 수가협상에서 펼칠 논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백재욱 위원 : 현행 수가결정 모형인 SGR 모형은 진료비 증가율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되지만 의협과 공급자단체에서는 SGR 모형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특히 앞서 조정호 부단장이 설명한 것처럼 지난해 진료비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코로나19 관련 진료비와 문재인케어로 시작된 비급여의 급여화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의원급의 90%는 전문의로, 간단한 수술 및 처치까지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병원과 달리 장례식장이나 부수적 수입이 없는 의원급은 급여진료비가 주된 수입원으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료 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해야 안정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 역할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인상율이 필요함을 설득할 예정이다.

- 공급자 단체는 불공정한 수가협상 구조를 문제로 지적해왔다. 18일 진행한 첫 협상은 어땠나.

조정호 부단장 : 18일 첫 협상도 오래 걸렸다. 의견의 차이가 커 현실이 녹록치 않다. 매년 지적했지만 수가협상 제도에 대한 불만은 매년 지적했지만 밴드 설정 규모를 사전에 알 수 없고, 어떻게  설정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도 비슷할 것 같다. 건보공단은 작년처럼 SGR모형만 고집하지 않고, 연구 용역 결과인 GDP증가율 모형, MEI증가율 모형, GDP-MEI 연계모형 등 4가지 개선모형으로 산출한 결과 값을 수가밴드를 결정하는 재정소위에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공급자단체의 동의를 통해 정해진 바는 없다. 

현행 수가계약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정해놓은 밴딩 내에서 건보공단이 연구용역 결과 등을 통해 정해놓은 기준을 공급자단체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나 계약의 당사자인 공급자단체는 연구용역 결과는 물론, 정확한 재정규모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불평등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수가협상 전에도 사전에 정보를 공유 받은 것이 없으며, 의협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인상 필요성 및 당위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충분히 마련한다 할지라도 공단과 공급자단체의 공평한 협상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협상을 이뤄내기는 어렵다.

지난해 수가협상을 마치고 밴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재정위에서 공급자단체에 설명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왜 수가가 올라야 하는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 및 조율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올해는 그런 자리를 마련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지만, 중요한 점은 작년처럼 공급자단체가 읍소하는 자리가 되기보다는 상호의 입장과 밴드의 객관성 설정 규모를 설명하는 자리가 꼭 마련돼야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다. 밴드설정 규모에 대해 공급자가 이해하는 협상 구조 하에서 유형별 협상이 진행돼야 제대로 된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밴드 규모는 1조원 내외에서 결정됐다. 의원 유형은 진료비 비중이 37% 정도로 높은데, 문제는 진료비가 원가보전율이 가장 낮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밴드 설정 규모는 1조 5,000억에서 2조원까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12일까지 재정운영위원회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정운영위 구성이 늦어진 점이 협상에 미치는 영향은.

강창원 위원 : 협상구조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구조개편 없이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년과 달리 수가 협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구성까지 늦어져 원활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특히, 공급자단체에서 요구한 공단 재정운영위 위원 참여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수가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불합리한 밴드 결정 문제였다. 공급자단체의 객관적인 인상율 데이터 제시에도 불구하고, 재정운영위원회의 밴딩 결정은 건강보험 재정과 상관없이 보험료 인상의 부담감을 이유로 해마다 2% 내외의 심리적 상한선 내에서 결정되는 구조였다. 보험료의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밴딩 내에서만 공단이 협상 가능토록 하다보니, 최대한 수가인상을 통제해야만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만이 밴딩을 결정하는 요인이라 생각된다.

수가 ‘협상’이라는 타이틀에 맞도록, 건강보험의 한 축인 공급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입자의 일방적 논리로만 설정되는 밴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행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대한 해답을 내려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보험료 인상만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상율이 결정될 수 있도록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한다.

- 모형 산출 순위가 중요한 수가협상에서 모든 단체의 의견을 통일해 단체행동(전면 거부 등)을 하긴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김봉천 단장 : 공급자단체에서는 근거 없는 재정운영위의 밴딩 결정과정과 불합리한 협상구조등에 대해 동일한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유형별 계약제도 이후 각 단체별 입장과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수가협상 전면거부 등의 단체행동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속적인 저수가 체계 하에서 근거가 부족하고, 재정운영위원회가 임의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나눠가지는 현행 수가협상 방식으로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공급자단체는 국민에게 최상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적정한 수가가 책정돼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 제공도 가능할 것이다. 결국, 국민건강 수호라는 공통된 목표와 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행 수가협상 방식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매년 임시방편적으로 협상에 임하기보다는 수가협상 구조 개선을 위한 공급자단체의 방향성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수가 인상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봉천 단장 : 건강보험 재정은 적립이 원칙이 아니다. 당해연도 소비가 원칙이고 이를 지켜야 한다. 작년 5월 협상 당시 건보공단은 8월 수가제도 개편 때문에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보험료가 더 걷혀서 재정이 늘었고 누적분이 남았다. 결국 건보공단이 추계를 잘못한 것이다. 누적금은 결국 공급자에게 가야 할 돈이라고 생각한다. 수가를 한 번에 올리기 어려우면 누적분을 사용하면서 적정 수가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부분은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만큼 서서히 제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재정이 부족할 때는 어려워서 수가 인상을 못해주고, 재정이 여유 있으면 미래를 대비해 인상을 못해준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이해는 하지만 공급자단체의 희생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누적 흑자는 국민 의료비에 써야 한다는 점을 협상에서 강조할 것이다.

- 수가 협상에 대한 불만도 많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회원들도 많다. 2024년도 의원 유형 수가협상의 중책을 맡은 각오는.

김봉천 단장 : 대한개원의협의회의 협상권한 반납과 협상 참여 거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어려운 상황과 협상 거부에 따른 회원들의 피해를 고려해 대승적으로 협상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코로나로 인해 기업체와 공공기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유독 건보공단만 2년 연속 흑자, 누적 흑자 24조를 기록함에도 수가 인상에는 유독 인색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8일 1차 협상에서 우리 협상단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물가상승률, 고금리 등 의료환경을 둘러싼 많은 어려움 극복과 저수가 지속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 회복을 위해 합리적인 수가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건보공단에 주문했다. 협상 구조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수가협상 또한 예년과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협상단은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경감하고 의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협상 과정에 임하고 있다.

현행 수가계약 구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지만 의협은 의원급 수가인상의 필요성을 최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 수가협상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인상율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합리적인 수가모형과 수가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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