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근(이노솔루션 대표이사)

[라포르시안] 의료서비스 분야를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부른다. 노동집약적이란 건 그만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병원 내 의료진 등 인력 규모와 역량 그 자체가 곧 의료서비스 제공량이나 질과 직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2000년대 이후부터 의료기관 간 환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병상 규모 확대와 함께 인력 확충은 병원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떠올랐다. 병원들도 다양한 인적자원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끌어낼 수 있게끔 인적자원개발에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전문가 직종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인적자원개발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임직원 교육훈련이 병원 경영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면 똑 부러진 답을 찾기 어렵다. 

의료기관 교육·컨설팅 전문기업인 이노솔루션(대표이사 문현근)은 2009년 설립 이후 의료기관을 위한 인증·심사청구 컨설팅과 의료인 양성 전문교육을 실시해 왔다. 대한병원협회 온라인교육센터와 환자안전전담자 온라인보수교육센터 등을 운영하며 전문성을 확장하고, 분야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의료전문 교육기관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방식을 접목한 패키지 구독형 원격훈련 시스템을 도입해 주목받고 있다. 이노솔루션 문현근 대표로부터 병원의 직원 교육훈련이 왜 필요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노솔루션 교육 플랫폼을 통한 교육 이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교육 플랫폼에 등록된 수강생만 33만여 명에 달하고, 실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인원은 70~80만 명 규모다. 병원 직원들의 경우 온라인 직무교육을 수강하는 인원이 많은 편이다. 교육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장 수가 800개 정도인데, 그중 80% 이상이 병원 사업장이다. 병원 규모별로 보면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이 가장 많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인하대병원, 가천대학교 길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대학병원도 10개가 넘는다.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은 고용노동부 환급과정을 이용해서 수강하는 비중이 크고, 필수교육과 직무능력 향상 교육을 많이 수강하는 편이다. 대형병원은 직원 수가 많다 보니 직무능력 관련 교육보다는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대비한 법정의무교육을 주로 수강한다. 

-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병원 대상 온라인교육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 같다. 

=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기업 전반적으로 온라인교육이 이전보다 활성화됐다. 그런데 병원계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코로나19 유행 이유 병원들이 방역 대응을 위한 업무량이 늘면서 오히려 직원 교육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더 힘들어졌다. 오히려 오프라인 교육은 전면 중단되기까지 했다. 우리는 직무능력개발과 법정의무교육 위주로 하는데, 직무능력개발 교육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줄었다. 그나마 장기계약을 진행한 병원이 많아서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정도였다. 코로나19 유행이 꺾이고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지금은 병원들의 교육 열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선 1분기 매출이 벌써 작년 한 해 매출을 뛰어넘을 정도다. 

- 코로나19 유행이 병원의 직원 교육훈련에도 변화를 가져왔나.

=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아무래도 방역 대응이 병원의 중요한 업무로 떠올랐기 때문에 감염예방과 환자안전 교육 콘텐츠를 많이 보강했다. 이노솔루션은 대한병원협회 온라인교육센터 위탁기관이며 보건복지부 환자안전전담자 보수교육 기관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서는 병원의 환자안전 전담자 교육 수요가 늘었다. 환자안전 전담자 교육인원이 연간 1400명 정도다.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병원들이 감염예방이나 환자안전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자각해서 교육 수요도 증대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노솔루션이 소비자인 병원들로부터 가장 전문적인 교육기관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 지난 3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2023년 패키지 구독형 원격훈련(HRD FLEX)’ 사업 기관으로 선정됐다. HRD FLEX는 어떤 건가.

= 기존에는 병원 등에서 직원교육에 대한 요구도 조사를 거쳐서 직무나 직종에 따라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꾸려주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HRD FLEX는 기업과 훈련기관 간 구독서비스를 체결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해 무제한 수강할 수 있는 훈련비 전액 지원 사업이다. 전국 150여개 원격훈련기관 중 상위 8%에 해당하는 우수한 훈련기관에게만 사업을 운영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노솔루션은 HRD FLEX 사업을 위해 ‘이노플렉스(INNOFLEX)’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3,304개  교육콘텐츠 준비 ▲교육콘텐츠의 99.9% 3년 이내 최신과정 ▲교육 콘텐츠 추천 기능(큐레이션) ▲사전·사후 역량진단 기능 ▲사용자 친화적 UI·UX 학습사이트 등을 구현했다. 쉽게 말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처럼 수강생이 원하는 교육 콘텐츠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는 기업교육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 병원 종사자들이 HRD FLEX로 교육을 수강하는 방식은 복잡하지 않나. 

= 수강생이 ‘이노플렉스(FLEX)’ 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수강하기 위해선 먼저 직종과 업력을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묻는 설문에 응답해야 한다. 5분 정도 소요되는 사전조사를 거치고 나면 수강생 개인별로 직무나 업력을 고려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반으로 적절한 교육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현한다. 이렇게 추천한 교육 컨텐츠 중에서 수강생이 듣고 싶은 부분만 자유롭게 선택헤 무제한 수강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까지 직무교육 중심으로 관련 교육 콘텐츠를 3000개 이상 갖췄다. 25분 미만 숏폼(short-form) 콘텐츠부터 25분~4시간 사이 마이크로 과정, 4시간 이상 환급과정 등으로 구성해 수강생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들으면 된다. 6개월 이내에 총 15시간 수강을 하면 교육비를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 이노솔루션은 4월부터 HRD FLEX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병원 관련 교육기관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 현재 4000명 정도가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으며, 올 해 안에 수강생이 1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노솔루션 연남동 사옥 내에 구축한 자체 스튜디오 모습. 이 곳에서 비대면 실시간 웨비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노솔루션 연남동 사옥 내에 구축한 자체 스튜디오 모습. 이 곳에서 비대면 실시간 웨비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올해 추가하려고 계획한 교육 콘텐츠가 있나.

= 올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새로운 중소병원 적정성 평가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맞춰 올해에는 중소병원 적정성 평가에 대비한 교육 콘텐츠를 구성하려고 준비 중이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이들을 잘 케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콘텐츠도 지속해 보강할 계획이다. 앞서 요양병원에서 노인 환자의 존엄한 삶을 위해 필요한 '존엄케어' 관련 요양실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콘텐츠를 선보였다.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을 지낸 손덕현 이손요양병원장이 직접 제작을 돕고 강사로도 참여했다. 손덕현 원장은 '4무2탈'(냄새제로, 욕창제로, 낙상제로, 신체구속제로, 탈기저귀, 탈와상)에 기반한 존엄케어를 선도하고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존엄케어에 필요한 요양실무를 익힐 수 있는 교육콘텐츠를 기획하고 우리와 함께 공동 제작했다. 

존엄케어 관련 콘텐츠가 예상 외로 수강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수만 회의 수강 횟수를 기록하면서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처럼 이노플렉스의 킬러 콘텐츠가 됐다. 아마도 의료현장에서 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내용이다 보니 수강생들로부터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인기를 얻은 것 같다. 이 교육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작년에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개최한 ‘2022년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원격훈련부문 최고상인 ‘대상’(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보건의료 분야에도 빅데이터나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 등을 활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직무교육에 빅데이터나 챗GPT 활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룰 계획도 갖고 있나. 

= 현재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에서 ‘디지털 융합과정’이라는 게 있다.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활용 역량을 높이는 목적의 교육 콘텐츠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의료빅데이토 활용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기, 의료 인공지능과 딥러닝 등의 이해도를 높이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챗GPT를 활용해 개별 직원의 필요에 맞는 맞추명 직무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전문가 인력풀을 확보하는 게 관건일 텐데.

= 현재 의료기관인증, 환자안전, 감염예방, 심사청구 및 적정성 평가, 의무기록 등의 분야에서 30명 이상 관련 전문가 인력풀을 갖추고 있다. 간호사와 의무기록사 등 일부 전문가는 이노솔루션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증 관련 전문가로는 간호사나 원무과 등에서 실무경력이 20~30년 이상 되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 중에는 관련 분야에서 병원 실무자들에게 상담이나 멘토 역할을 하면서 ‘일타강사급’으로 인정을 받는 분들도 있다. 올해는 심사청구 분야 등에서 전문가 인력풀을 보강하고, 인원도 60명 수준으로 확대해 교육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양적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 직원교육 실시 이후 효과와 성과 측정도 이뤄지나. 교육훈련이 병원의 경쟁력 강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 심사청구 교육과 컨설팅의 경우 교육훈련 효과가 단기간 내에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심사청구 교육을 한 후에 요양급여비 청구에서 삭감률 감소 등으로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서 욕창 관련 평가에서는 의무기록을 잘 작성해야 하는 데 간호사들이 이를 제대로 못하거나 처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있다. 의무기록과 처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직무교육을 받고 올바른 처치를 시행해 적정성 평가에서 등급이 상향되는 사례도 있었다.  

- 직원교육을 대하는 병원장들의 인식은 어떤가.

= 솔직히 직원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는 병원장이 많지는 않다. 인적자원개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병원에서 직원을 인적자원이란 개념으로 바라보고, 직무교육을 꾸준히 제공해 업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면 환자안전 및 의료서비스 질 향상은 물론 병원의 경쟁력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병원 경영자에 대한 인적자원관리 인식 향상에 대한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병원장이나 의사가 병원행정실무 내용을 파악한다면 경영에도 훨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교육 컨설팅 전문기업으로서 이노솔루션이 추구하는 가치는.

= 이노솔루션이 존재하는 이유는 병원에 근무하는 케어기버(Caregiver)의 직무역량을 키워서 환자를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걷는 사람은 뛰게 하고, 뛰는 사람은 날게 하고, 나는 사람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교육훈련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맞춤 콘텐츠 제공과 개인화에 최적화된 이노플렉스 시스템을 통해 병원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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