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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기증자 NK세포 투여’ 백혈병 진행 절반으로 낮춰NK세포 투여군, 비투여 환자군보다 병 진행 사례 50% 적어
사진 왼쪽부터 이규형 교수, 최인표 명예연구원, 조광현 교수

[라포르시안] 혈액질환 중에서도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골수이식을 받아도 재발이 잦아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환자에게 부모나 자식의 골수를 이식한 후 동일 가족의 자연살해(NK) 세포를 투여하면 병의 진행 가능성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NK세포는 혈액 내 백혈구 일종으로 면역체계 최전방을 방어하는 세포다. 다른 자극 없이도 암세포의 근원이 되는 암 줄기세포를 인식하고 살상하기 때문에 차세대 면역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와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 조광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부모·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들에게 골수 공여자의 NK세포를 투여한 결과 투여받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병이 진행한 비율이 50%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혈액암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루케미아’(Leukemia·피인용지수 12.897)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재발이 잘 되거나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혈액질환에서 NK세포 치료제가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며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간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들이 있었지만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 대조 방식에 기반해 진행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험 참가자 76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는 모두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인해 부모·자식 간 골수이식을 받은 반일치 골수이식 환자들이었다.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병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백혈병 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고 골수이식을 시행하더라도 대부분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NK세포 투여군(40명)과 대조군(36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NK세포 투여군에게는 골수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 치료제를 골수이식 후 2~3주에 걸쳐 2회 투여했으며 치료에 따른 면역학적 상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혈중 림프구 수치와 세포 독성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했다.

관찰 기간은 2020년 9월까지 30개월로 그 사이 병이 진행된 경우는 투여군이 35%, 비투여군이 61%로 두 집단 간 50% 가량 큰 차이를 보였다. 골수이식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면역회복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NK세포와 T세포의 평균적인 개수를 측정했더니 투여군이 비투여군보다 각각 1.8배·2.6배 더 많았다.

반일치 골수이식 당시 치료 효과가 매우 낮은 불응성 환자는 57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완전한 차도를 보인 비율이 투여군에서 77%, 비투여군에서 52%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을 통해 작용기작을 분석한 결과 NK세포 투여군에서 유사메모리 NK세포(memory-like NK cell)가 비투여군에 비해 34배 증가한 점을 확인했다. 또한 증가된 유사메모리 NK세포가 환자의 메모리 CD8 T세포를 증식시킴으로써 항암 효능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난치성 혈액질환에서 NK세포의 효력을 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추가 치료가 불가능했던 많은 환자들을 위해 NK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 2상으로 진행됐으며 현재 NK세포 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위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군을 대상으로 국내 의료기관 세 곳에서 NK세포 치료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00년대 초부터 말초단핵구로부터 NK세포를 분화·증식시키는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기존에 얻을 수 있던 NK세포 양보다 약 10배 정도 증폭된 NK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최근 인게니움 테라퓨틱스에 이전돼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정희석 기자  leehan28@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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