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의사회, 강제적 의료전달체계 구축 필요성 제기
"방임형 의료전달체계, 의료자원 효율적 사용 저해"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임원진.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임원진.

[라포르시안]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광역진료권을 설정하고 강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별한 사정없이 지역을 넘어서는 의료전달이 어렵도록 함으로써 지방 필수의료의 자체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19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춘계학술대회 및 제49회 연수강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2월 9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합의한 비대면 진료 원칙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검체검사 위탁 관련 고시에 담겨진 정부 정책방향에 대한 평가, 그리고 강제적 의료전달체계 구축 필요성 및 가정의학과 발전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복지부와 의협이 합의한 비대면 진료 원칙은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도 없고 대체해서도 안 된다는 대면진료 우선 원칙과 함께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위한 보조 수단이라는 점, 그리고 비대면 진료는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해 정확한 진단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초진 진료는 대면 진료만 가능하게 해 오진의 위험을 줄이도록 한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에 대해서도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 도구라 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사업초기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펼쳐 고객경쟁을 할 때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겠으나, 어느 순간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가 된 이후에는 의료공급자나 의료 수익자 모두 지배적 사업자에 의해 좌지우지돼 적절한 대체 및 통제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를 시장경제 하에서 서비스 업체와 환자와의 계약과 선택에 따른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을 이용한 하나의 치료제의 하나로서 의사가 디지털 치료제를 적용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자에게 처방하는 체계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개 플랫폼이 디지털 서비스 업체에 의해 생산되더라도, 환자에게 적용되기 위해선 의사가 여러 플랫폼의 효과성 및 위해성을 주체적으로 판단해 처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복지부가 밝힌 검체검사 위탁 관련 고시에서 드러난 기저의 정부 정책 방향, 즉 검사나 수술 위주의 일차의료기관에서 진료 위주 일차의료기관으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입장도 밝혔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저수가 및 행위별 수가 체제로 현재의 진료 수가가 실제 양질의 진료를 상정하기보다는 병원 등록비와 같은 개념”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진료 수가만으로 일차의료기관이 설립되고 운영되려면 적어도 하루 100명 이상의 내원 환자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토로했다.

의사회는 “결국 검사가 진료의 일부분이 됨으로써 검사수가로 부족한 진료수가를 보완하고 있는 구조”라며 “결국 진료 위주 일차의료기관의 롤모델을 상정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진료 수가 인상을 전제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강제적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최근 환자들이 빅5병원으로 더 몰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상 방임형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의료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발전이 저해돼 왔을 뿐만 아니라 지방 대학병원조차 장기간 환자 및 의료자원 유출로 잠재 경쟁력조차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발전을 위해서는 병증의 경중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환자에게 전적으로 의료 사용이 결정되는 현 체계보다는 보다 강제적인 의료전달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특별한 사정없이는 지역을 넘어서는 의료전달이 어렵도록 함으로써 지방의료 특히 필수 의료의 자체적 발전을 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그러지 못해 지역 소멸 및 필수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며 “예를 들어, 해당 환자 담당 의사 이외 상급 의사 1인 이상 동의를 한다면 환자가 지역을 넘어서 적절한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의료기관으로의 회송 역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강제책이 필요하다”라며 “처방 기간이 2개월을 초과하거나, 처방의 큰 틀이 변경되지 않는 반복적인 재진은 상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중증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만큼, 상급 의료기관에서 처방기간 2개월 초과 불가 및 치료 계획의 변경 없는 1년 이상 재진 불가와 같은 억제책과 더불어 하급 의료 기관 되의뢰시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유인책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강태경 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광역진료권의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다.

강태경 회장은 “1997년 이전까지 광역진료권이 있었는데 이를 포기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에서 수도권과 빅5 메이저병원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 상급병원들은 주요 수술을 거의 못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런 문제는 정부를 비롯해 모두가 인정하고 있겠지만 광역진료권으로 되돌아갔을 때의 불편함이 존재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설득의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런 기본적인 문제 개선없이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노력은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치려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근 수년간 이어진 가정의학과 전공의 충원 미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정의학과 경쟁력 하락 현상을 언급하며, 인증의 제도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가정의학과는 지속성 및 포괄성이 있는 진료 전문과로 개설됐으나, 그동안 개별 전문의에 의한 진료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 의료 현실에 순응해, 건강검진·노인·비만·미용·통증·365 등 소비자 니즈가 있지만 개별 전문과로 개설돼 있지 않는 전문 분야에 특화되는 경향을 보였다”라며 “이를 가정의학과의 정체성인 지속성 및 포괄성에 접목시키지 못한 한계로 현재의 가정의학과 경쟁력 하락 및 전공의 충원 미달 현상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가정의학의 지속성, 포괄성을 유지하는 한계 내에서 ▲노인병세부전문의 ▲내시경인증의 ▲초음파인증의 ▲비만미용인증의 ▲만성통증인증의를 추진하고, 이를 위해 수련 과정 및 교육, 인증, 갱신 과정에 대해 가정의학회와 체계적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각 개별 카테고리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의사회는 “가정의학과 진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노인포괄평가, 다약제관리, 노쇠통합관리 등 노인병 관련 수가와, 비만상담, 건강검진결과상담, 심층진료 등 교육상담수가, 가족기능평가, 가족상담 등 가족기능수가가 인정받도록 관련된 용역 및 학술 작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결국 이런 수가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정의학과의 생존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 전환이 촉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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