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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인·싸]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이 환영받지 못한 이유서화석(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산업위원회 부위원장)

[라포르시안]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 후속편이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전편에서는 주인공이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뤘다면 후속편에서는 처참한 복수가 전개됐다. 넷플릭스 시청률 상위를 차지할 만큼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치밀하게 계획한 복수에 큰 희열과 통쾌함을 느꼈다.

현 정부는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수립한 ‘바이오헬스 및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방안’을 잇는 후속편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다만 더 글로리처럼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이나 짜임새가 있어 보이지 않아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규제 완화 지원책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혁신적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한 통합심사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그리고 통합심사를 통해 혁신 의료기술로 선정되더라도 시장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마치 임상시험을 하듯 수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여러 승인과정의 번거로움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또한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의료기술평가로 가는 길은 멀어 보인다. 더욱이 건강보험 급여 등재로 가는 길은 찾을 수조차 없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헬스케어 보험 급여 적용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이에 미국은 저만치 나아가고 있다. 이미 2001년부터 운영 중인 고가의 약이나 신의료기술에 대한 추가지불보상제도인 ‘NTAP’(New tech Technology Add on Payment)에 십여 개 제품이 등재돼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CT ‘ContaCT’를 비롯해 ▲Rapid aspect ▲Caption guidance ▲Briefcase for PE 등 다양한 AI 솔루션이 혜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 보험청(CMS)은 올해부터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대상으로 기존 이미지 촬영과 포괄로 묶어 보상하던 방식에서 소프트웨어에 별도 추가 수가(Add on code)를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비록 현재 6개 수가 코드에 한정했지만 그간 비용 보전이 없었던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도 영상 이미지 촬영과 별도로 보상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기술이 있다면 미국처럼 보험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로 의료기기산업의 글로벌화 추진 전략도 시청자 눈을 사로잡기엔 부족했다. 개방형 혁신환경을 조성한다고 하지만 정작 글로벌 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동기나 유인책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내 기술이 우수하기 때문에 글로벌 회사가 참여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금물이다. 덩치 큰 글로벌 기업이 이끄는 세계 시장에서 왜소한 한국기업이 함께하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상생과 협업이 필요하다. 국내기업과 협업하고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우리의 혁신 생태계 안으로 그들을 한 걸음 더 다가오게 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을 등지고 국내기업에만 집중된 지원은 오히려 혁신 생태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올림푸스는 태웅메디칼을, 보스톤사이언티픽은 엠아이텍을,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를 인수하기로 발표했거나 최대 주주가 됐다. 주도권을 글로벌 기업에 넘긴 국내기업 모두 국가 연구개발 사업 혜택과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결국 글로벌 기업에 편입된 것이다.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을 통해 단순 인수합병을 넘어 글로벌 기업이 국내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상생 생태계 조성이 시급한 이유다.

세 번째로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에도 기대보다 염려가 앞선다. 이미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뛰어난 역량을 갖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수년 전 혁신 의료기업 인증을 받았다. 문제는 어렵게 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지원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혁신의료기기 기업 인증 무용론을 제기한 기사는 차고 넘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지원을 위한 또 다른 법을 제정한다고 한다. 이미 제약 분야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부족한 지원 혜택에 공감해 이번 발표에 약가 및 인센티브 확대 추진이 포함됐다. 새로운 지원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기산업 육성 지원법 설립 취지를 살리고 의미 있는 제도도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과 같은 날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내용을 살펴보니 치료재료 전 품목을 대상으로 실거래가를 조사한다고 한다. 원자재와 물류비용은 크게 올랐고 인플레이션은 역대 최고치인데 오히려 치료재료 보험가는 삭감될 거 같아 업체들의 고민이 깊다. 뿐만 아니라 내과에서도 정액수가 제도 개선으로 내시경 치료재료 가격을 60%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하물며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얼마 전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안을 보니 영상과 진단행위 수가 15% 삭감이 예상되는 만큼 영상 장비와 진단 제품 판매는 더 힘들어 보인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 “연진아, 우리 이대로 가면 큰일 날 거 같아.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줘”라는 대사가 나온다. 정부가 바이오헬스·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산업이자 신시장으로 판단한다면 진정 의료기기 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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