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윤 강북삼성병원 교수, 병원장 임명 무효소송 제기
최근엔 병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병원장 임명 시스템 갖춰야"

강북삼성병원 오태윤 교수.
강북삼성병원 오태윤 교수.

[라포르시안] 강북삼성병원 오태윤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현 강북삼성병원 신현철 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월 24일 삼성의료재단과 육현표 이사장을 상대로 신현철 원장 임명 무효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한 이유는 뭘까. 그는 왜 개인 신분으로 삼성의료재단과 법정 싸움에 나선 걸까. 

오태윤 교수는 1994년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시작해 진료협력센터장, QA팀장, 적정진료실장, 흉부외과 주임과장, 대외협력실장, 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30년 가까이 병원과 인연을 맺어왔다. 작년에는 강북삼성병원 4기 총동문회장에 선출됐다. 

동료 교수들에 따르면 오태윤 교수는 누구보다 병원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강북삼성맨’이다. 그런 그가 강북삼성병원 신현철 원장 임명 과정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했다며 삼성의료재단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 강북삼성병원 의사는 왜 병원장 임명 무효소송을 제기했나>    

라포르시안은 오태윤 교수를 직접 만나 그가 생각하는 강북삼성병원장 선임 관련한 문제의 원인과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장 선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오 교수의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벽면을 가득 채운 메모였다. 그는 강북삼성병원 9대 원장 임명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비롯해 원장 선임과 관련해 불공정·불합리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메모로 작성해 기록해 두고 있었다.  

강북삼성병원 제9대 원장으로 신현철 교수가 지난해 8월 2일 취임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취임 4일 전인 지난해 7월 29일 삼성의료재단 이사회가 개최됐으나 신현철 교수에 대한 원장 의결이나 승인 내용은 없었다. 삼성의료재단 정관상 원장 임면(任免, 임명과 해임)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의결 사항이다. 7월 29일 개최된 이사회 회의록에 신임 원장 의결이나 승인에 관한 내용은 전무하다는 것이 오 교수의 주장이다.

오태윤 교수는 “정상적인 원장 임명 절차는 작년 7월 29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의결한 후 임명하는 것이 맞다"며 "그런데 작년 7월 27일 원내에 공개된 전임 원장 이임사에서 이미 누군가가 벌써 내정이 됐고, 이 내정자에 대해 7월 29일 개최되는 이사회에서는 승인 절차만 남았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전했다.

원장 선임 관련한 문제의 발단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당연히 강북삼성병원 원장 임명은 7월 29일 개최되는 이사회 의결 사항인데 이미 벌써 외부인이나 외부 기관에 의해 내정이 됐고, 이사회에서는 내정된 인사에 대해 승인만 하면 된다라는 사실을 주저없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이라며 “더 심각한 문제는 7월 29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원장 임명 의결은커녕 승인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7월 20일, 이사회가 열리기 9일 전 신임 원장이 내정됐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9년 만에 새 원장이 선임되는데 정상적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폭풍이 올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라며 “그래서 이사회 개최 이전인 지난해 7월 23일 운영회의 워크숍에서 원장 임명방식을 시대 상황에 맞게 공정하게 바꿔야 한다고 발표했고, 7월 26일에는 신호철 전 원장을 만나 원장 선임에 대한 합리적인 절차와 형식을 갖출 것과 시기적으로 촉박해 그게 어려우면 이사회를 잠시라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 개최 직전인 7월 28일에는 간부운영회의에서 100년 미래 우리 병원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더 정상적인 절차와 내용을 담아 심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병원은 7월 28일 원장 내정에 대한 사실을 공식화하고 발표문을 냈다”고 했다.

병원장 임면 관련한 삼성의료재단의 정관을 문제로 지목했다. 재단 정관을 살펴보면 2008년 7월 이전에는 재단 이사회에서 ‘병원장’을 선임토록 하고 있었지만, 이후 이사회에서 ‘병원장’ 의결을 ‘의료원장’ 의결로 개정했다. 그리고 병원장 임명은 정관외 하위 인사 규정으로 의료원장 추천을 받아 재단 이사장이 선임토록 하고 있다. 

법적 공방의 핵심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앞서 2011년 삼성의료원이 폐지되면서 의료원장이 존재하지 않게 되고 각 독립재단 소속의 병원장 체제로 전환됐다. 

오태윤 교수는 “당시 정관 상의 의료원장은 당연히 병원장으로 개정돼야 했지만 이사회에서 정관 개정 작업을 10년 이상 방치했다”며 “따라서 현재 정관 상의 의료원장 임면은 실질적으로는 병원장 임면과 같은 의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철 원장 취임 이후 1년 4개월 동안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 및 삼성전자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장인 임영빈 사장과 육현표 재단 이사장에게 편지와 문자메시지, 전화, 총동문회 공문 등을 통해 십수차례 이상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병원장 임명 시스템을 갖추자고 의견을 전했지만 수용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오 교수에 따르면 정관을 ‘병원장은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재단 이사회에서 의결한다’라고 개정하고, 좀더 공정하고 투명한 원장 임명 방식을 제정한다면 병원장 선임의 정당성 문제는 해결된다. 또 재단 이사회 구성에 강북삼성병원 명망있는 교수를 추가한다면 정당성과 공정성이 더욱 확보될 것이라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재단 이사회 이사 7인 중 강북삼성병원 소속은 신현철 원장 외에는 없다. 

삼성의료재단은 왜 정관 개정과 이사진 구성원 변화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재단은 다시 의료원장 제도가 생길 수 있지 않겠냐는 가능성으로 정관을 11년째 방치해왔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는 삼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며 “개인적 추측으로는 육현표 이사장이나 임영빈 사장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규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다가 문제를 제기하니 정관을 보고 구색을 맞추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충분히 협의하고 소통하면서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자체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는데 단순한 이유 때문에 호기를 놓치고 최후의 방법에 이를 수밖에 없어서 안타깝다”라며 "현재 삼성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흠이 보이지 않을 만큼 준법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곳에서는 아직도 곰팡이가 피고 있다. 이를 정화하자고 목청껏 외쳐왔지만 결국은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은 거대한 공적 개념의 조직으로, 반드시 법과 원칙에 기반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용역 직원들까지 포함해 강북삼성병원의 직원 수는 약 4,000명이다. 또 비영리 삼성의료재단법인 소속이자 성균관의대 교육병원"이라며 "재단은 병원 직원에겐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이야기하면서, 강북삼성병원이라는 거함을 이끌어나가는 원장을 뽑는 데 있어서는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신현철 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1년 이상 어렵게 절차를 밟아 사실에 기반한 자료를 모아서 삼성의료재단과 육현표 이사장을 상대로 병원장 임명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신현철 원장의 임기가 끝나도 소송이 결론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라는 것이 법무법인 측 판단”이라며 “지금도 원칙과 규정에 맞지 않는 사람이 병원장을 하고 있다. 병원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으로 가처분 신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병원장 자리에 욕심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오 교수는 “병원장 자리에 욕심이 있어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2018년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에게 편지를 통해 신호철 전 원장의 세 번째 연임을 반대하면서도 내가 새로운 리더십의 주체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고 자격도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지난 6월 육현표 이사장과 식사를 하면서 '나는 강북삼성병원에서 이룰 수 있는 꿈은 다 이뤘다, 원장될 자격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을 지냈고, 개인적으로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흉부외과의 국가대표라는 소신을 갖고 있다. 국가대표까지 지냈는데 병원장 자리를 바라고 문제 제기를 하겠는가”라며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법리적 다툼보다 중요한 건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가 공익제보의 개념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과 근거를 기반으로 호소를 하다보면 결국에는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여지가 크다고 믿는다”고 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