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범(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라포르시안] 국내 전립선암 환자 발생률이 가파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는 10만9,921명으로 2010년 3만5,688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전립선암 유병률이 크게 늘면서 수술 건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과거 전립선암 수술은 개복수술로 진행됐으나 2000년대 초부터 다빈치로봇이 도입되면서 최소 침습을 통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전립선암 수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요실금을 호소하는 환자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기존 전립선암 로봇수술(이하 C-RARP)은 방광과 전립선 앞쪽으로 접근하는데, 수술 과정에서  요자제(urinary continence) 유지에 중요한 구조물에 손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전립선 뒤쪽으로 접근하는 로봇수술은 요자제 유지에 중요한 구조물을 보존하기 때문에 수술 후 요실금 발생 비율이 낮아 환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전립선 뒤쪽을 경로로 수술하는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라포르시안은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김태범 교수를 직접 만나 전립선 제거 경로에 따른 로봇수술의 차이와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가장 큰 원인은 평균 수명의 증가와 서구화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전립선암이 남성 암 중 유병률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생활방식이 비슷한 일본도 남성 암 중 전립선암이 유병률 1위다. 국내에서는 남성암 중 유병률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0년대 후반에는 1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지금까지 시행된 전립선암 치료와 수술에 대해 의학적 미충족 요구는 어떤 것이 있었나.

= 국소 전립선암은 거의 대부분 전립선을 전부 제거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했다. 고령 또는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 방사선 치료를 통해 치료했다. 이후 암이 재발하거나 전립선 외부로 전이된 경우는 전립선 제거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를 했고, 이마저 효과가 없으면 항암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복강경과 로봇이 나오기 전에는 개복수술을 했다. 아랫배를 절개한 후 방광 앞과 치골 뒤 사이 공간을 박리해서 전립선을 제거한 후 방광과 요도를 이어주는 방식이었다. 이후 복강경에 이어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이 정교해지고 시야도 확대되고 출혈도 거의 없는 등 많은 혜택이 생겼다. 그러나 기존 로봇수술 역시 개복 여부 차이만 있을 뿐 전립선을 제거하는 경로는 똑같다고 보면 된다. 

기존 C-RARP의 가장 큰 문제는 암은 잘 컨트롤됐지만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C-RARP의 경우 수술 후 초창기에 요실금 부작용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눈에 띄게 확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C-RARP는 전립선을 제거하기 위해 ‘Retzius 공간’ (Retzius space)이라 불리는 방광 앞쪽과 치골결합부 사이의 복막 외 공간을 경로로 이용한다. C-RARP에서는 바로 retzius 공간으로 접근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방광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방광을 자연적인 해부학적 위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전립선을 제거하기 위해 요자제 구조물을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

- 실제로 전립선암 수술 후 요실금을 걱정하는 환자가 많은 편인가.

= 전립선암과 관련한 환자 커뮤니티를 보면 수술 후 요실금 여부가 환자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전립선암 수술에 대해 환자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 요실금이다. 가족이 6년 전에 전립선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 후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요실금으로 인해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고민도 볼 수 있다. 외부 출입을 1~2시간만 해도 속옷이 다 젖어서 기저귀를 차야 한다는 것이다. 요실금 때문에 기저귀 차는 것이 두려워 수술을 기피한다는 고민도 있다. 

환자마다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등 부작용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르지만 사회 활동을 영위하거나 일상 생활에서 발기부전보다는 요실금에 따른 기저귀 착용 여부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수술이 잘 됐다 못 됐다를 가르는 기준을 수술 후 요실금 여부로 판단하는 환자도 상당수다. 

- 전립선암 수술 후 요실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 요자제 유지 기능을 가진 구조물을 보존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즉, 방광의 자연적인 해부학적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Retzius 공간을 이용하는 C-RARP와 달리 retzius을 보존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Retzius-sparing RARP’(이하 RS-RARP)라고 한다. RS-RARP에서는 방광과 전립선 앞쪽을 경로로 이용하지 않아 방광이 자연적인 해부학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또 retzius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때문에 요자제 유지에 중요한 구조물을 거의 손대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 

실제로 C-RARP에 비해 RS-RARP가 요실금이 적게 발생하고 요실금으로부터의 회복 또한 빠르다는 논문도 나오고 있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C-RARP은 요실금 발생비율이 11% 정도이지만 RS-RARP는 1%에 불과하다. 부작용 관리도 중요하지만 수술은 효과와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논문을 살펴보면 종양학적 수술 결과에서 차이는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RS-RARP 후 환자 만족도는 어떤가.

= RS-RARP 방식으로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대부분 기저귀를 하지 않고 있다. 수술 후 하루 만에 좋아지는 환자도 있고 일주일 만에 좋아지는 환자도 있다. 길어야 두세 달이다. 최근에는 전립선암 수술을 앞두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접한 후 RS-RARP로 수술을 받겠다는 결정을 하고 오는 환자도 있다. 

- 전립선 뒤쪽 공간을 경로로 이용하는 RS-RARP의 특성상 요실금 외에 다른 비뇨의학적 장점도 있을 것 같다. 

= 그렇다. 전립선암 수술 후 부작용으로 흔히 요실금과 발기부전을 주로 이야기하는데, 음경길이단축(penile shortening)이나, 음경이 휘어지는 페이로니병(Peyronie's disease), 서혜부탈장 (inguinal hernias) 등이 있다. 이런 부작용은 결국 전립선 앞쪽을 건드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RS-RARP는 전립선 뒤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같은 부작용이 적다. 최근 유럽에서 나온 SCI급 논문에 따르면 C-RARP에 비해 RS-RARP가 수술 이후에 음경길이단축, 페이로니병 및 서혜부탈장과 같은 부작용이 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 국내에서 RS-RARP는 어느 정도 활성화돼 있나.

= 가천대 길병원을 비롯해 일부 병원에서만 RS-RARP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 유명 대학병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병원은 기존 로봇수술을 고수하고 있다. 전립선 앞쪽으로 들어가면 공간이 넓지만 뒤쪽으로 들어가면 공간이 상당히 좁아서 부담을 느끼는 점도 있는 것 같다. 반면, 해외에서는 2019년 기준으로 약 4,000여건이 보고됐으니 지금은 더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가천대 길병원의 경우 RS-RARP가 60% 가까이 차지하는 것 같다. 아마 길병원이 국내에서는 RS-RARP를 가장 많이 하는 편인 것 같다. 앞으로 길병원이 RS-RARP에서는 국내 탑 클래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김태범 교수.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김태범 교수.

- 아직은 RS-RARP 활성화를 위해 갈 길이 먼 것 같다.

= 앞서 설명했듯 국내에서 전립선암 유병률은 계속 증가세이고 결국은 1위가 될 것이다. 수술이 잘됐음에도 부작용으로 힘들어하는 환자 사례를 접하면 의사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환자 삶의 질을 감안하면 RS-RARP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들어 전립선 앞쪽보다는 뒤쪽이 요실금에 좋다는 논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만큼 나중에는 RS-RARP가 주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시간은 필요하지만 3~5년 정도 지나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RS-RARP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길병원에서 RS-RARP 케이스가 더 쌓이면 약 4~5년 후 논문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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