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오일환 교수, 규제당국 허가심사 역량 강화 필요성 강조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오일환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오일환 교수.

[라포르시안] 국내 의약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 과학의 인적 인프라 보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3일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 환경 조성에 있어서 정부 부처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신년대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담회에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비롯해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김영만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융합산업과장,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 안재용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사장,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발표자로 나선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오일환 교수는 규제당국의 허가심사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전방위 밀착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R&D 투자 대비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오일환 교수는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려왔고 GDP 대비 정부 주도 R&D 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지만 우리나라의 바이오 경쟁력은 2009년도에 15위에서 2018년도에는 26위로까지 떨어졌다”라며 “규제 평가로 인해 기술 활용도가 낮았던 것이 원인이다라고 하는 지적도 있고, 실제로 우리나라 R&D 구조를 놓고 봤을 때도 식약처 중심의 R&D 비중은 불과 3.2%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낮은 규제 과학에 대한 투자를 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CT는 우리나라 전체 수입의 22%를 차지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지만 바이오는 전체 GDP의 0.65%밖에 안 된다”며 “열심히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는,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효자 산업으로까지 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은 미국 40%, 유럽 13%, 중국 11%인데 반해서 한국은 1.3%에 머물로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범부처 연구 사업이 연계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 교수가 제기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원천기술에서 출발해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로 진입하는 비율이 10.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의 첫 번째 원인으로 바이오 인프라, 소위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한계 상황 등을 꼽았다. 

오 교수는 “독성 검사 등을 할 수 있는 곳이 두 군데밖에 없고 그나마 2~3년 후에나 가능하다. GMP 시설에서 생산하려고 이듬해에나 가능하고 동물실험을 위해 비글을 구입하려고 해도 당해에는 어렵다”며 “이것저것 다 따져지면 시스템을 가동하는 데만 해도 5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규제 과학의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오 교수는 “2013년에 식약처 인원이 196명이었고 2021년도에는 228명이었다. 인원 증가율이 10년 간의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며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연평균 20%까지 성장률을 유지해 왔는데 정작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는 인원들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객관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결과가 없기 때문에 규제 과학의 인력이 필요없는 것인지, 규제 과학을 좀 더 열어주면 우리나라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늘어갈 수 있는 것인지는 함께 고민해 봐야 될 숙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다”고 덧붙였다. 

규제 과학 분야 인력 확보를 위해 대학교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인력양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 상태에서 연 1~2% 정도 인력을 증가시키는 것은 인력 부족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최소한 각 대학마다 매년 100명 이상 바이오에 관련된 인력들을 3~5년 내에 급히 배출해야 적체됐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규제과학은 바이오 산업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라는 것이 오 교수의 주장이다.

오 교수는 “우리가 개발하려는 제품과 의약품 기술이 자동차라고 한다면 규제과학은 그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에 해당하기 때무에 아무리 자동차가 좋아도 도로가 비포장 도로면 성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며 “사람들은 자동차를 더 파워풀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지 정작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는 노력이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새로운 산업 인프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규제과학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관련해 국가적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에서 대전환을 통한 기회를 노려볼 만 하다”며 “식약처도 담당자 한 사람이 맡는 게 아니라 독성, 약리성 평가 등과 관련한 구성원이 팀을 이뤄 동시 다발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이렇게 됐을 때 제대로 된 품질 평가가 이뤄져서 국가 출하 승인이 강화되고 수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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