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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업계가 각 캠프에 전달한 대선공약 제안은?의료기기협회 TF 꾸려 회원사 의견수렴
신개발 의료기기 ‘선 시장진입-후 신의료기술평가’ 건의
‘의료용 SW' 이용 활성화·건보 적용 제안

[라포르시안]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이 59일 남은 가운데 각 당 대선후보들이 민생 현장을 돌며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거대 양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는 보건의료 협·단체를 방문해 장밋빛 정책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보건의료 직능단체 역시 직역 간 갈등 조정 등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유리한 정책 공약이 수립되도록 회원들의 의견을 담은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각 당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산업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의료기기산업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정책제안서

의료기기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가 발 빠르게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회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각 위원회 검토를 거쳐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각 당 대선 캠프에 전달한 이유다.

이는 협회가 의료기기제조사·다국적기업·수입사를 아우르는 회원사를 둔 것은 물론 법규위원회·보험위원회·IVD위원회·혁신산업위원회와 같은 전문성을 갖춘 조직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의 정책 파트너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선을 앞두고 네번째로 만든 협회 정책제안서는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라포르시안은 국회 내 의석이 있는 여·야 대선 캠프에 전달된 해당 정책제안서를 입수했다.

115쪽 분량 정책제안서는 ‘의료기기산업 발전’과 국민건강과 치료접근성 강화’를 주제로 총 19개 항목의 정책 제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내용은 ‘의료기기 선(先) 진입-후(後) 신의료기술평가’ 전환이다.

정책제안서에 따르면 신개발 의료기기가 국내에서 도입·사용되기 위해서는 해당 의료기기를 활용한 의료기술에 대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한다.

NECA는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새로운 의료기기를 활용한 기술 안전성·유효성을 문헌적 근거를 평가하기 위해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론을 통해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해 수행된 임상연구를 객관적·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후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에 따라 3단계 권고 등급(신의료기술·연구단계기술·조기기술)으로 나눠 발표하는데, 이때 ‘신의료기술’ 단계로 평가된 의료기술에 대해서만 국내 의료현장 도입이 허용된다.

문제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경우 개발 직후 임상근거를 축적하기까지 비용·시간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절차에 의거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 받은 제품이라도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할만한 충분한 임상근거를 축적하지 못해 시장진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

실제로 NECA 2007~2016년 신의료기술평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청 기술 중 약 40%의 기술은 연구단계기술·조기기술 권고 등급을 받아 신의료기술평가에 통과하지 못해 시장진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비용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는 다국적 의료기기 수입업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약 23%의 의료기술만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 국산 의료기기 발전에도 큰 제약 조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4월 보건복지부가 인체 유해성이 낮은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에 한해 제한적으로 도입한 ‘선 시장진입-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시범사업을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인 전체 의료기기로 확대 적용하는 ‘단기 및 중장기 개편안’을 정책제안서를 통해 건의했다. 이는 식약처 허가 절차에 의해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는 허가 후 건강보험 등재 절차로 진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도입 후 3~5년 뒤 사후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하자는 내용이다. 단기 개편안과 함께 의료기기 시장진입 절차에 대한 중장기 개편안도 제안했다.

중장기 개편안은 신의료기술평가 시기를 시장진입 이후로 전환하고 식약처 등 관계기관이나 요양기관·업체의 필요나 요청 시 선별적·예외적으로 후 평가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신개발 의료기기 및 신의료기술 시장진입 절차를 현행 ‘의료기기 허가→신의료기술평가→건강보험 요양급여 등재→시장진입’에서 ‘의료기기 허가→건강보험 요양급여 등재→급여 여부 및 수가 결정→시장진입→신의료기술평가(심평원·건보공단 요청 시)→급여 여부 및 수가 조정’으로 개편하자는 것이 골자다.

의료기기 ‘선(先) 시장진입-후(後)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편안

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의료기기 선 시장진입-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도입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신개발 의료기기 및 신의료기술의 신속한 도입으로 향상된 환자 접근성을 토대로 국민이 보다 나은 의료 선택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의료기기제조사가 시장진입 과정에서 다국적 의료기기 수입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선 시장진입-후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도입이 국산 의료기기업체와 다국적 의료기기업체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국산 의료기기 개발·제조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의료인·의료기관 대상 ‘행위수가 신설·인센티브 제공’ 주문

협회는 또한 정보통신기술(ICT)·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기술 발달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질병 진단·예방·관리·예측 등 헬스케어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의료용 소프트웨어’(디지털 헬스케어) 이용 활성화와 대국민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주문했다.

현재 3D 프린팅 의료기기업계는 환자 CT·MRI 등 의료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손 된 뼈 등을 모델링하고 있으며, 수술에 필요한 임상 및 해부학적 요소 등을 감안해 모델링 파일에 대한 의료인의 리뷰 단계를 거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소견에 대한 수가가 마련되지 않아 의료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격 재활업계는 국내 법규로 인해 해외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병원이 솔루션을 구매 후 환자에게 원격 재활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용을 받고 있는 미국 시스템이 국내에서는 적용이 어려워 원격 재활 솔루션의 국내 병원 도입이 더딘 상황이다. 따라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료인 전문 소견에 대한 요양급여 ‘행위수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게 협회 주장이다.

독일이 심사에 통과한 의료용 소프트웨어에 수가를 부여하고, 12개월 이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협상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의료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한시적 수가 인증’ 제도를 활용해 의료현장의 부담을 줄여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기업은 데이터가 누적돼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신개발 의료기기와 마찬가지로 의료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개선도 주문했다. 신의료기술평가 후 요양급여 비용 보상 형태는 현저한 진단능력의 향상, 치료효과성·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하지만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의료현장에 도입되기도 전에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료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 레퍼런스를 찾아야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협회는 개발 기업들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수적인 평가기준을 개선하고, 과거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이 가산수가를 통해 확산된 것처럼 한시적 수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간 사업자 주도의 의료정보 빅데이터 4차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도 건의했다. 의료정보 데이터는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의 성장과 발전의 근간이 되는 핵심자원.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는 개인정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데이터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유통’되며,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공공 및 개인 건강을 ‘관리·예방’하는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기술적 발전과 산업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데이터 3법 통과로 개인의료정보 활용의 1차적 법제화를 구축했고, 보건복지부 또한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 중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산업 성장·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협회는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산업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수익구조와 보안문제의 책임소재 해소 등을 통해 민간 주도 진흥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존 심평원의 건강보험 공공데이터는 급여청구 코드로 구성돼 다양한 질환·의료서비스별 데이터 분석이 어렵고 의료기관 청구 이후 데이터로 최신 데이터 활용이 불가하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급여 청구 데이터가 아닌 의료정보 데이터를 공동 또는 민간 등 외부로 제공할 의무나 인센티브는 없고, 심의 절차 및 데이터 유출 시 발생할 위험에 대해 부담감만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데이터 외부 제공에 대한 ‘인센티브’(수가)를 마련하고, 기관별 분산화 된 의료정보 통합 망을 구축해 민간사업자들이 손쉽게 활용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정보 공공데이터 통합 망을 구축하고 의료기관의 데이터 제공에 대한 의무와 구체적인 규격 및 방법을 제시하되 참여 시 ‘의료정보 제공 수가’(가칭)와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민간기업의 개인별 의료정보 추적관리 서비스 기준 마련도 주문했다. 웰니스·웨어러블 기기를 포함해 개인별 의료정보를 끊임없이 생성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고 개인의료정보 관리에 대한 포괄적 동의 제도를 통해 민간 기업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민간 사업자 주도 의료정보 빅데이터 4차 산업 진흥을 통해 “각종 질환과 질병 유병률 분석을 통한 보건의료 및 방역 정책의 과학적 접근을 강화하고 연령·지역·환자특성별 다양한 조건의 지표 분석으로 국민 맞춤형 예방의료·보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정보 공공데이터 통합 망의 개인별 의료데이터 분석으로 효율적인 예방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의료비 절감과 디지털 기반 헬스케어시스템 구축으로 글로벌 K-의료서비스 수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감염·흉터 관리 ‘치료재료’ 급여기준 현실화 건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의료기기업계 이익단체로서 회원사들의 이익 극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료재료·검사 중심의 다양한 정책 제안에도 공을 들였다.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암 조기검진을 위한 일반건강검진 검사항목에 ▲20대 이상 여성의 자궁경부암 조기검진을 위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 ▲40대 이상 여성의 난소암 검사 CA-125 ▲40대 이상 간암 조기발견을 위한 PKVKA Ⅱ 검사를 포함해야한다고 건의했다.

치매 조기진단을 위한 ▲베타아밀로이드 ▲tTau ▲pTau 검사를 국가치매검사진단 가이드라인에 추가하고 건강보험 급여 필요성도 제기했다.

30대 이상 가임기 여성 난소기능검사인 항뮬러호르몬검사(Anti Mullerian Hormone·AMH)의 시행가능 횟수 조정 및 급여 확대를 비롯해 비급여검사인 고위험임신부 ‘비침습산전검사’(Non Invasive Prenatal Test·NIPT)를 급여화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협회는 또한 의료감염 문제 해결과 환자 안전을 위해 행위료에 포함된 일회용 치료재료 중 침습적인 치료에 사용되는 일회용 치료재료에 대해 별도산정 급여화 추가를 추진해야한다고 건의했다.

세부적으로는 감염병 예방 기능 가치를 인정받은 치료재료를 건강보험 급여권 내로 수용하고, 감염병 예방 기능을 인정받은 치료재료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술 환경 질 관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혈액매개감염병 의심환자의 방문율이 높은 감염내과·소화기내과의 경우 환자 상태나 수량에 대한 조건 없이 의료인 안전을 위한 치료재료를 사용 가능하도록 급여기준을 현실화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에서 단초점인공수정체를 비포괄 항목으로 변경해 포괄수가와 별도로 보험상한가격에 급여하도록 하고, 제왕절개 분만을 하는 산모가 흉터 최소화 등 현실적인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흉터 관리·방지 목적의 치료재료를 비포괄 선택항목으로 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희석 기자  leehan28@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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