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1회 투여만으로 희귀질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
국내 허가 났지만 20억 넘는 비싼 약값이 걸림돌

[라포르시안] “또 다른 척수성 근위축증(이하 SMA) 치료제의 급여 논의 당시 초고가약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비싼 약으로 아이를 치료할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죽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을 때는 너무 상처 받았다. 졸겐스마가 하루빨리 보험급여가 적용돼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 기대한다.”

한국노바티스가 9일 개최한 ‘졸겐스마’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문종민 이사장은 SMA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이같이 토로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진행성 희귀 유전질환으로 영아 사망의 가장 큰 유전적 원인 중 하나이다. 

정상적인 SMN1 유전자의 결핍 혹은 돌연변이로 인해 근육이 점차적으로 위축되는 치명적인 희귀 유전질환으로, 질환이 진행될수록 모든 근육이 약해져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며 치료하지 않을 시 SMA1형의 90%는 2세 전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호흡 보조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SMA 2형 환자의 30% 이상의 환자들은 만 25세 이전에 사망한다.

졸겐스마는 평생 1회 정맥 투여로 SMA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유전자 대체 치료제로, SMA의 원인인 SMN1 유전자의 기능성 대체본을 투약해 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전으로 개발됐다. <관련 기사: 한국노바티스, 근위축증 유전자 대체 치료제 ‘졸겐스마’ 허가 획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희귀의약품, 혁신신약(Breakthrough Therapy) 등으로 지정된 후 2019년 5월에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SMN1 유전자에 이중대립형질 돌연변이가 있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 중 ▲제1형의 임상적 진단이 있는 경우 또는 ▲SMN2 유전자의 복제수가 3개 이하인 경우에 사용 가능토록 허가받았다.

노바티스 글로벌 의학부 산드라 레이나 부사장.
노바티스 글로벌 의학부 산드라 레이나 부사장.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졸겐스마의 혁신성과 글로벌 치료 현황’을 발표한 노바티스 글로벌 의학부 산드라 레이나 부사장은 “졸겐스마는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생후 6개월 이상 환자에서도 기존 치료제의 투약 여부와 관계없이 혁신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졸겐스마로 치료 받은 11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전에 다른 치료제를 투약한 경험이 없는 환자 100%와 기존 치료제에서 졸겐스마로 치료제를 변경한 환자의 85.7%가 운동 발달 지표를 개선하거나,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산드라 레이나 부사장에 따르면 졸겐스마는 투약 연령이나 기존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SMA 환자들에게 안전성 프로파일을 유지하면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졸겐스마는 평생 치료가 필요했던 기존 치료 패턴을 새롭게 바꾸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비용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까지 개선할 수 있는 만큼 한국 환자들도 졸겐스마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치명적인 유전질환인 SMA에서 확인한 졸겐스마의 가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노바티스 의학부 강현덕 메디컬 리드는 “졸겐스마는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증상이 발현된 환자 뿐만 아니라 증상 발현 전 환자에서도 모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받지 않은 제1형 SMA 환자에서는 절대 나타날 수 없는 ‘도움 없이 앉기’, ‘도움받아 서기’, ‘도움없이 걷기’ 등 운동 발달 단계를 달성했으며 해당 운동 능력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졸겐스마는 현재까지 6년 이상 지속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15년 동안의 장기간 추적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신생아 선별검사에 SMA 포함해야”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문종민 이사장이 참석해 SMA 환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종민 이사장은 국내 SMA 조기진단을 위해 제도적 마련을 촉구했다.

SMA는 조기 진단이 치료성과를 좌우하며 특히 가장 심각한 유형에서 결정적이며 자연경과를 보면 가장 심각한 유형의 SMA 환자는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높고, 특히 제1형은 예외없이 조기사망으로 이어진다.

문종민 이사장은 “SMA는 어렸을 때 병이 진행되기 전 진단받고 빠르게 치료받는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신생아 선별검사에 SMA도 포함해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고가약으로 인한 환자들의 어려움과 졸겐스마의 보험급여 필요성도 설명했다. 이 치료제는 1회 투약 비용이 약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이사장은 “(SMA 치료제) 스핀라자의 급여가 진행될 때 초고가약이라는 이유로 화두에 올랐다”며 “당시 그렇게 비싼 약으로 아이를 치료해서 뭐하냐, 그냥 죽이라는 말을 듣고 상처받았다. 졸겐스마도 초고가약이기 때문에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스핀라자가 제한적 급여를 받고 있는데 졸겐스마는 제한적 급여가 아니라 환자 모두가 치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바티스에 졸겐스마의 선치료 후지급 시스템도 제안했다.

그는 “졸겐스마가 초고가약이기 때문에 위험분담제로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며 “먼저 정부와 의료진과 제약사 간 협의 하에 평가기준을 만들고 우선적으로 치료 후 효과가 있을 때 비용 지급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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