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이동경로 알기쉽게 가리키는 유도사인·구멍뚫은 영수증 등 서비스에도 디테일 필요

▲ 베스티안병원과 아이알아이 등이 공동으로 펴낸 중소병원 서비스디자인 가이드라인북.

“산부인과 진료실의 경우 심각한 질환보다는 검진하는 환자가 많으므로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는 편안한 이미지와 방음시설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가 대중교통 하차 후부터 병원까지 도착하는 경로에 적절한 사인물을 배치해 병원 위치 정보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병원 방문 횟수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환자가 전체 재방문 횟수 및 재방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면 환자만족도가 올라간다.”

국내 한 전문병원이 디자인 전문업체와 공동으로 펴낸 ‘중소병원 서비스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내용이다.

화상치료 전문 베스티안병원은 최근 디자인업체 아이알아이 등과 함께 산업자원통상부의 디자인기술개발사업 과제로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들을 위한 서비스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병원 의료서비스의 단계별 접점을 총 10단계(검색-예약-병원도착-접수/대기-진료-검사/촬영-치료/처치 상담처방-입원-수납/예약-귀가 후 서비스)로 구분해 ▲브랜딩서비스 ▲병원환경서비스 ▲웨이파인딩(길찾기)서비스 ▲커뮤니케이션서비스 영역에서의 접점별 기준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소병원이 브랜딩서비스 효과를 높이려면 병원만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픽토그램을 사용하고 홍보물과 판촉물, 유니폼 등에 있어 일관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나누리병원은 전용 서체를 개발해 달력 디자인에 접목해 차별화된 병원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축한 사례로 꼽혔다.

환자의 대기공간, 진료공간, 입원공간 등의 병원환경을 개선하는 서비스디자인은 진료과별로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 일본 캇다병원의 바닥사인(좌)과 영국 남부 테네사이드병원의 유도사인(우).

가이드라인 연구팀은 소아과의 검진시간을 줄이기 위해 보호자가 어린이의 옷을 입히거나 간호사가 정리하는 동안 의사가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검진실을 2개 이상 갖추는 것을 제안했다.

접수처나 로비 등에 독특한 공기정화기나 아로마테라피 기기를 설치해 병원 특유의 약품냄새와 소독냄새를 없애는 해외 어린이병원의 사례도 제시됐다.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를 받고 귀가하기 까지 막힘없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사인물을 적용해 동선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도 환자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구체적으로 병원 도착 시 로비와 떨어진 경우 유도사인을 적용해 쉽게 이동할 수 있게끔 하거나 환자의 접근성이 불리한 장소를 방문할 때는 계단 및 엘리베이터 인근에 유도사인을 설치해 동선을 예측하게 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사인물을 통한 동선 확보 사례로 본관, 별관, 암센터 등의 존(Zone)에 컬러를 다르게 적용한 영국 테네사이드병원l, 바닥 웨이파인딩 사인을 통해 환자를 위한 친절한 경로 안내를 시도한 일본의 캇다 종합병원 등이 제시됐다.

가이드라인 작업에 참여한 베스티안병원 신현경 본부장은 “사인물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병원 호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병원 주차장이나 건물 입구의 세심한 사인물 하나로 병원 접수데스크의 민원을 줄이고 환자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환자와 커뮤니케이션 이뤄져병원과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로 감성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다 보면 환자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환자가 일상에서 보관이 쉽도록 영수증 및 서식 사이즈를 통일하거나 구멍을 뚫어 제공하는 사소한 것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한 Q&A를 활성화하는 등 지속적이고 세심한 커뮤니케이션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국립아동병원(Nationwide Children's Hospital)은 환자의 네임태그 뒷면에 병원의 전체 맵을 제공해 어린이 스스로 병원 안에서 길찾기를 수월하게 했다.

▲ 메이요클리닉의 당뇨병 교육 카드.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당뇨병 별 증상에 따른 비주얼 시스템을 설계해 개인 맞춤 카드를 제공해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게 했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중소병원이 스스로 서비스디자인 개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디자인맵을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병원이 브랜딩서비스, 병원환경서비스, 웨이파인딩서비스, 커뮤니케이션서비스의 접점 개수를 원의 크기(1~6)와 4가지 컬러로 체크해 서비스 개선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베스티안병원 신현경 본부장은 “중소병원 서비스디자인맵은 대형병원과는 차별화된 영역을 의료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 활용 방안을 구축해 중소병원의 경쟁력 강화 및 브랜드 위상 향상을 위한 기반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스티안병원은 전체적으로 표준 맵과 비슷했으나 예약 단계에서 모바일 채널 활용도가 떨어지고, 로비나 입원병동에서 감염관리 체계가 다소 미흡한 것으로 확인돼 이 영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디자인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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