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에 기록된 의학 윤리를 담은 문서로 이를 지금까지도 활용한다. 제네바선언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수정해서 말이다.

환자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는 내용을 비롯해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엄숙히 서약했지만 의료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환자들의 불안을 이용해 과도한 검진을 요구하거나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해 이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활발한 상담과 수술이 진행되는 성형외과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하며 병원의 수익을 올리려는 곳들이 있다. 이는 의료진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떨어뜨림은 물론 성형외과 방문을 망설이게 되는 소비자 행동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만들어가는 작금의 시대에서, 외부적인 불편함으로 미(美)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행위가 위협받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안을 찾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수술을 집도하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직접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성형 코디네이터가 환자의 겉모습만 보며 방향을 설정해주는 것과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수술 방향을 안내하는 것은 불필요한 수술을 막는 것과도 연결된다.

신논현역에 위치한 T성형외과는 수술을 집도하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직접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상담시간을 평균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진행한다. 환자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통하며 원하는 수술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할 수 있도록 한다. 환자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 또한 불필요한 수술을 막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더불어 원하는 모습의 연예인 사진을 환자가 직접 가져와 이를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하는데, 닮고 싶은 얼굴형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수술방법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왜 이 수술이 필요한지 근거를 가지고 납득할 수 있다. 이 역시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병원 내부의 시스템적인 변화는 보다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있는 환자들의 안목도 요구되는데, 지혜로운 판단을 위해 여러 병원에서 직접 상담을 받아보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함이 필연적이다.

신논현 T성형외과 김탁호 대표원장은 "주로 얼굴형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내원하는 데, 다른 병원에 안면윤곽수술을 상담하러 갔더니 효과를 높이려면 눈이랑 코 성형도 같이 하라고 권유 받아 수술을 결정하기 어려웠다는 분도 만나봤다"며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과도한 수술에 대한 불편함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김탁호 대표원장은 "안면윤곽수술은 복잡한 신경선을 피해야 하고 뼈를 절제하거나, 이동하는 등의  과정이 포함되는 고난이도 수술로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망설이는 분들의 심정에 공감한다면서도 신뢰도가 낮아진 의료계의 현실을 반성하고 병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시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돈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들은 의료 행위의 본질을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의사의 노력과 병원의 시스템 변화를 넘어 믿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적인 변화가 있다면 의료계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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