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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건강보험 저수가·저급여는 국가권력의 횡포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02.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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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해마다 추진하는데도 불구하고 보장성 지표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2011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1년 기준으로 63.0%로, 전년도의 63.6%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의 65%와 비교하면 2%p 떨어졌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의 원인이 법정본인부담은 줄어든 반면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한 탓이라고 한다. 정부는 나름 보장성 강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병원들이 비급여 진료를 계속 늘리는 탓에 보장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어이없는 논리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한계로 만들어진 비급여 영역을 온전히 병원 탓으로 돌리겠다는 것인지 의도를 잘 모르겠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률을 계산하는 방식은 '보험자부담금 / (보험자부담금 법정본인부담금 비급여본인부담금)'이다. 그런데 공단은 이번에 발표한 보장률 지표부터 조금 다른 계산 방식을 적용했다. 분자에 해당하는 ‘보험자부담금’에 상한제 환급금, 임신출산진료비, 요양비 등의 현금지급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2011년 보장률 지표는 현금지급을 포함시켜 63%(제외하면 62%)가 나왔다. 다른 건 차치하고 비급여본인부담금만 따져보자. 비급여는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의료서비스 영역이다. 이러한 비급여를 건강보험 보장률 산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건강보험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비급여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보험의 급여 영역이 제한적이란 의미이다. 비급여 증가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없이 비급여 진료비의 증가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보장성 후퇴의 원인이 병원들의 비급여 진료 늘리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과연 그럴까.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이다. 사회보장제도로서 가입자의 선택에 상관없이 누구니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의료기관 역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따라 건강보험 체계에 강제 편입된다. 가입자는 소득에 따라 정해진 건강보험료를 내고, 병의원은 의료행위에 따라 정해진 의료수가를 적용받는다. 의료서비스 공급 주체는 민간이지만 그에 따른 가격을 정하고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제도를 사회주의제도로 규정짓기도 한다.

건강보험제도가 어떤 성격이든 간에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추구하는 바다. 국민건강보험법 제 1조(목적)를 보자. ‘이 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보험급여를 실시하는 것이 건강보험제도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말이다.

국민 누구나 싫든 좋든 가입해야 하고, 의료기관 역시 강제적으로 건강보험 체계 아래서 운영되게끔 하고 있다. 또한 단일 보험자에 통합된 건강보험 재정 체계이다. 이렇게 했으면 가입자에겐 적정한 급여 보장을, 그리고 의료기관에는 적정 의료수가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현행 건강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저수가-저부담-저급여’라 불리는 3저 시스템이다. 가입자들은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때문에 큰 병이라도 걸리면 ‘재난적 의료비’로 인해 빚까지 지고 질병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병원들은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3분진료’ 방식의 박리다매와 각종 비급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여기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가입자들은 의료비 부담에 시달린다. 병원들은 건강보험의 낮은 수가 때문에  적정 진료 대신 과잉진료와 음성적인 수입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짧은 기간내 달성한 전국민 의료보험의 위업은 구조적 결함을 지닌 부실 건축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전국민 의료보험이란 이름 아래 의무가입과 당연지정을 강제한다면 당연히 적정 급여와 적정 수가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렇게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3저 시스템을 건강보험제도의 유지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국민들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 미납시 재산 및 금융자산의 강제 징수와 같은 강력한 행정조치가 취해진다. 의료기관 역시 개설과 동시에 건강보험 지정병원이 된다. 의료인의 모든 의료행위는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적용받고 정해진 의료수가를 지급받는다. 이를 어기면 보험급여비를 환수 당하거나 행정처분을 받는다. 적어도 건강보험제도 안에서는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 보험급여와 적정 의료수가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가권력의 횡포나 다름없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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