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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칼럼] 국시원 채점오류 어떤 이유로도 납득 안돼서울 모 의대 재학생(제 77회 의사국가시험 응시자)

제 77회 의사국가시험이 지난 1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치러졌다. 그리고 지난 23일 합격자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다음날 실시된 성적 발표에서 대다수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하 의대생)들이 발표성적이 본인의 가채점 결과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일부가 직접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을 방문해 답안지 확인을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국시원은 필기시험 채점 오류가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5일 오류를 시인하고 사과문을 페이지에 게재했다. 오류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이야기하는 국시원에 대해 이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의대생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국시원이 담당하는 의사국가시험에서 잡음과 문제가 발생한 것이 이번 한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1년에도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문제의 복원 논란이 제기됐다. 3000여명에 가까운 응시자 수와 국시원의 부족한 시설으로 인해 실기시험은 9월 중순에서 11월 하순에 걸쳐 지속적으로 시행된다. 국시원은 자신들의 시설 및 인력 부족으로 발생한 실기시험 문제 복원 사태에 대해서 의대생들을 ‘문제를 유출’한 범인 집단으로 매도했다.

그러나 실기시험은 필기시험과 다르게 시험장소에서 벽보 형태로 문제가 제시되며, 응시자가 이 지시에 따르는 형태로 시험이 진행된다. 응시자가 기억에 의존한 시험 응시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문제를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항검색대와 같은 수준으로 시험 전 응시자를 점검해 전자기기나 금속류의 반입을 일체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유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국시원의 논리대로라면 각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실시하는 CPX/OSCE 모의시험도 문제 ‘유출’이다. 실기시험에 나왔던 동일한 주제들을 재구성해서 시험을 치는데 ‘유출’이 아니고 무엇인가. 각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자. 2011년 당시 10명에 가까운 의대생들이 국시원의 소송 대상자가 되었고, 함께 응시한 3000여명의 의대생들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되었다. 이 후 국시원의 시설 및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태로 판단되어, 기소유예로 마무리되었지만, 시험에 응시한 의대생들은 사건이 마무리 될 때 까지 새내기 의사로서 마음편히 수련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전의련(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연합. 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의대협)이 나서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국시원은 “의사가 되기 위한 자질을 갖추었다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다”며 당위적인 이야기만 했을 뿐 재발 방지를 위한 시설 및 인력 확충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다만 필기 문제의 공개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 사태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과연 어떠한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은 여전히 하루 최대 72명밖에 응시할 수 없다. 기간도 여전히 60여일에 걸쳐있다. 채점 기준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필기시험에서는 채점오류까지 발생했으며, 문제 공개를 통한 응시자들의 가채점, 이를 통한 실제성적과의 비교가 없었다면 그마저도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들은 국시원의 시험평가업무를 신뢰하기 어렵다. 이미 일부 의대생 사이에서는 “컴퓨터로 채점해 인적 실수가 개입되기 어려운 필기시험 채점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실기 채점도 믿을 수 없다. 실수로 다른 사람의 성적을 입력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도 확산되고 있다. 또한 “문제 공개가 되지 않았던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 올해도 문제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었느냐?”며 분노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80여만원의 비싼 응시료를 내고 채점 기준도 모르고 응시할 수밖에 없는, 따라서 탈락할 경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는 실기시험을 응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필기시험 채점 오류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응시료가 50000원도 되지 않고, 응시자 60여만명에 달하는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도 발생하지 않는 일이 응시료 80여만원, 응시자 3000여명에 지나지 않는 의사국가시험에서 발생했으니 말이다.

의대생들 입장에서 국시원의 행위는 어떤 사과에도 납득되기 어렵다. 2011년 사건 이후에도 그들은 공허한 이야기만 했을 뿐, 실제로 미래 응시자들에 대한 편의성의 확보나, 국시원 자신의 신뢰도를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와 같은 필기시험 채점오류라는 초유의 실수를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국시원도 스스로 지적했듯이 ‘시험평가업무에 대한 국시원의 신뢰가 훼손’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 상황은 국시원 자신들의 신뢰도 문제뿐만 아니라, 국시원이 주관하는 시험을 응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문제다. 이번에는 자신들의 사과가 공허한 외침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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