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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골룸은 정말 미남인가?<이현석의 진료실 단상>

최근 보도에 의하면 얼굴 사진을 분석해 미모 평점을 분석하는 한 사이트에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흉측한 얼굴의 골룸이 미남으로 평가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골룸은 10점 만점에 7.71점을 마크하는 쾌거를 이루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분석 프로그램에 따르면 골룸은 수평 방향으로 얼굴 균형이 잘 맞고 얼굴과 코의 너비 비율도 이상적인 수준이다. 얼굴 너비와 길이 비율도 아주 훌륭하다. 다만 입이 코에 비해 너무 큰 게 단점이고 눈 사이 거리가 눈 크기에 비해 좁은 것이 흠이나 전체적으로는 미남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컴퓨터로 정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문제가 될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골룸을 보고 미남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럼 골룸을 흉측하게 보는 사람들이 잘 못 판단한 것이므로 골룸을 미남으로 느끼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까?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을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컴퓨터로 분석하는 것을 과학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과학자들은 모든 것을 데이터 베이스화하여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특히, 물리학자들)은 “지도가 곧 영토는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자주 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축소한 입체 지도를 정확하게 확대하여도 결코 실제 지형과 같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시람의 몸은 매우 신비스런 존재여서 같은 치료를 해도 사람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경우가 상당히 흔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치료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지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의사의 경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진료 가이드 조차도 시대에 따라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면서 계속 바뀔 수 밖에 없으며, 축척된 데이터에 의해 꾸준히 바뀌는 지침이 의료의 발전을 선도하게 된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다양한 지식을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컴퓨터로 평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한국적인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고혈압 약 중에서 beta blocker의 경우 2006년 영국 고혈압 학회가 당뇨 발생 위험의 증가 등을 이유로 1차 선택 약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이 결정에 사용된 연구의 대부분이 오래된 약인 atenolol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좀 더 선택적인 약효를 가진 bisoprolol이나 carvedilol과 같은 약에도 동일하게 적응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환자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고지혈증 약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영국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정상인을 상대로 statin을 투여하여도 심장병 발생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의료계에서는200mg/dl 이상의 수치를 나타내면 투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장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보험 기준은 이보다 훨씬 엄격하다.

따라서 의학적 지식은 지속적인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이를 근거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학회가 적절한 지침을 주도하는 대신 정부는 문제가 심각한 약이나 치료법을 강제 퇴출시키는 최소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의료는 각각의 환자의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처방이 나오고 이를 근거로 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런데 현재의 심사 방식처럼 컴퓨터에 의해 표준화된 방식으로 심사가 이루어질 경우 골룸을 미남으로 평가하는 것과 같은 결과도 드물게 나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그 책임을 의사에게 물어 약제비를 포함한 진료비를 환수하게 되므로 의사들의 소신 있는 진료는 위축되게 된다. 그리고 동료 의사들의 처방과 비교하는 방식의 평가도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심한 고혈압 환자를 많이 보는 의사는 부득이 하게 많은 약을 복합하여 처방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부적절한 처방을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매년 종합병원의 특정 질환의 성적에 대한 평가가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데 그 때마다 의사들로서는 당연히 최고 등급을 받을 줄 알았던 병원 중에서 1, 2 군데가 예상 밖의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심사는 매우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다만 최상위 병원으로 다른 병원에서 손을 못 대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였던 병원이 다소 가벼운 환자들의 수술을 주로 하는 병원보다 당연히 나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처럼 의료 분야는 심사와 평가가 쉽지 않은 분야이다. 그리고 적절하지 못한 평가가 그대로 환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은 의료의 왜곡을 낳게 된다. 골룸을 골룸으로 평가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개발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평가는 단지 권장 사항에 그치고 실제 진료는 전문가 집단의 양식에 맡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이현석은?

1986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사1994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수료 및 전문의1998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사2006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2011년 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의료커뮤니케이션 박사2012년 제1회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엔자임 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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