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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공(公功)의료를 버려야 공공(公共)의료가 산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01.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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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공공의료란 뭘까. 보건의료를 말할 때 우린 늘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거나 ‘공공의료가 취약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데 정작 공공의료의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현행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공공보건의료기관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또 ‘공공보건의료기관’이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공단체가 설립·운영하는 보건의료기관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공공의료란 설립 주체가 누구냐를 놓고 구분하는 개념에 불과하다. 민간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역시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행하는 활동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활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공공의료와 차별성은 설립 주체가 다르다는 점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민간의료기관이 수행하는 의료서비스 제공 행위가 공공의료가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민간병원이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건 민간병원 뿐만이 아니다. 최근엔 공공병원도 수익성을 추구하거나 강압적으로 요구받고 있지 않나.

게다가 모든 의료행위는 그 자체로 공익적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한다는 측면에서. 따라서 민간의료기관이 수행하는 의료서비스 행위 역시 공익적이며, 공공의료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일 설립 주체를 기준으로 공공의료를 정의한다면 우리나라의 '공공(公共)의료'는 '공공(空空)의료' 상태나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민간이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그나마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의료기관 중에는 제 역할을 못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공의료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설립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이미 '소유의 종말' 시대다. 정부나 지자체가 설립․운영하는 공공병원을 통해서만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데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고, 이미 포화상태의 민간병원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도 힘들다. 사실 정부는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의지조차 없다. 작금의 열악한 공공의료 인프라가 그것을 증명한다.

해결책은 민간의료기관이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2월 민간의료기관도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받으면 공공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공포됐다. 실제 시행은 올해 2월 2일부터다. 정부는 이 법의 시행을 계기로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의료기관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체 의료공급 시스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을 배제한 공공의료 확충은 헛구호에 그칠 뿐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한국 의료는 의사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다’는 뼈아픈 말을 듣고만 있을 텐가. 민간의료기관 역시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면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해볼만 하다는 믿음을 주면 된다.

차기 정부가 곧 출범한다. 다행스럽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보건의료 정책 공약이 상당히 빈약하다. 그만큼 새로운 정책을 담아낼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한 가지 조언하자면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민간의 것은 민간에게, 국가의 것은 국가에게’라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민간병원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에 맡기고 지원하되 국가가 해야 할 것은 정부가 책임지고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설하고, 정부의 공을 앞세우고 업적으로 내세우려는 ‘공공(公功)’ 의료를 버려야 진정한 ‘공공(公共)’ 의료가 산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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