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F'·문재인 후보 'B'·안철수 후보 'C플러스 '

지난 16일 연세의료원에서는 <대통령선거 보건의료 이슈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보건행정학회,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한국병원경영학회, 한국사회보장학회 등 4개 학회 공동주최로 대선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과 정책을 검증하고자 만든 자리였다. 애초에 준비하기로는 학회에서 만든 질문지를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개의 대선 캠프에 전달하고, 각 캠프의 담당자가 답변서를 제출하고 직접 토론회에 나와 기조발제를 하며, 상대후보 진영의 발제자와 학회의 토론자들과 더불어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토론회였다. 이를 위해 60여명의 학자들이 두 차례나 사전토론회를 가졌으며, 21개 문항을 엄선해 A4 7쪽 분량의 정성스러운 질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익사이팅한 토론회는 열리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81조를 근거로,  ‘단체의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도 일종의 선거운동이며, 후보등록일인 11월 27일 이전에 각 캠프의 담당자를 불러서 토론회를 갖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관련학회가 각 캠프에 정책적 질의를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검증하는 토론회를 갖는 것이 위법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이런 토론회가 공정성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학계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여 정책입안을 견인할 수 있고, 지역이나 이미지가 아닌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선거문화 창달에 기여해 ‘구태정치’를 일소하자는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민주시민의 상식으로는 오히려 적극 권장될만한 사안인듯한데, 선관위의 결정은 ‘법대로’였고, 해석은 ‘토론회 하지마’ 였다. TV토론도 없이 대선을 치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학회의 정책검증토론회마저 선거법을 이유로 열리지 못한다니 아쉬움이 크다. 결국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와 이상일 울산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각 캠프의 답변서와 공약을 40시간 만에 ‘영웅적으로’ 분석해 발제에 나섰고, 각 캠프의 관계자가 빠진 상태에서 토론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것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좌장은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았다.

■ 박근혜 캠프, 답변서 없음. 공약도 3줄. 4대 중중질환 100% 보장? 홈쇼핑 민간보험인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발제 전 축사가 있다면서 한 분이 앞으로 나갔다. 뉴라이트의사연합 공동대표였고, 두 차례 한나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였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던 장석일 국민건강실천연대 상임대표였다. “지금은 박근혜 캠프에서 선거를 돕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장석일 상임대표는 박근혜 후보의 축사를 대신 읽었다. 축사가 늘 그렇듯, 별 내용은 없었다. “선거 때만 되면 선심성 복지공약을 남발하는 작태가 우려스럽다”는 말이 그나마 뼈있는 멘트였다. 그런데 왜 박근혜 후보의 축사만 대독 되는지 의아해질 무렵,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회가 세 후보의 캠프에 질문지를 전달했지만 박근혜 캠프는 답을 보내오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 후보 캠프는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채 축사로 갈음(?)했으므로, 발제자는 새누리당이 발표한 보건의료 분야의 공약을 토대로 분석해야 했다. 그러나 자료집에 실린 새누리당의 보건의료 관련 공약은 고작 3줄이었다. “암도 무섭지만, 치료비가 더 무섭다!”라는 카피 아래, ‘의료비 걱정 없는 건강한 세상’이라는 문구를 달고, “암, 심장병, 중풍, 난치병 등 4개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 어르신 임플란트도 건강보험 적용. 경증 치매도 장기요양보험 적용”이 끝이었다.

왜 4대 중증질병에 대해서만 100% 국가부담을 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려면 얼마의 재원이 들며, 재원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4대 중증질환에 올인 했을 때 혜택 받는 사람의 수는 얼마이고, 다른 질환으로 고액치료비의 부담을 지는 사람의 수는 얼마인지 등은 일절 말이 없다. 2011년 기준으로 연간 본인부담액이 500만 원 이상인 환자들 중 4대 중증 질환자는 15% 정도로, 나머지 85%는 다른 질환 환자이다. 결국 고액 진료비로 고통 받는 사람들 중 15%만이 혜택을 보는 것인데, “100% 국가부담”이라는 문구아래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보건의료 분야의 문제에 보장성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달체계나 접근성의 문제, 건강증진이나 질 관리 문제 등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에서 발표한 자료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사공일 좌장의 전언에 의하면 모 포럼에서 만난 박근혜 캠프 인사에게 “왜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나?”라고 물으니 “새누리당에서 여론조사를 했더니, 4대 질환이 가장 부담이 된다는 답변이 나와서 그렇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고 답했다 한다. 질환별 보장이라니, 새누리당의 정책은 홈쇼핑에서 파는 민간보험을 연상시킨다. 어떤 질병은 보장이 되고 어떤 질병은 안 되는데, 그중 보장되는 질병만 유달리 강조해서 ‘파는’ 방식도 비슷하고,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표밭이라 불리는 시장조사에 의한 것이란 점도 닮았다.

이런 주먹구구식 정책이야말로 박근혜 후보의 축사에서 우려스럽게 표현된 ‘선심성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닌가? 자기진영은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할 능력이나, 질문지에 답을 할 정도의 성의도 없이 기껏 축사로 갈음하면서, 상대방의 정책에 대해선 무조건 ‘선심성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는 행태야 말로 대표적인 네거티브 전략이자, 악의적 프로파간다가 아닌가.

산발적으로 발표된 언론보도와 11월 10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박인숙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발언에 의하면 박근혜 후보의 공약에는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0%로 올린다는 항목이 있다. 이날 박인숙 의원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차액, 간병비등 ‘3대 비급여’를 점진적으로 급여화하는 것에 찬성하며, 재원마련을 위하여 건강보험료 기준을 소득으로 일원화하고 국고지원 수준을 늘린다는 공약도 소개했다. 그러나 입원, 외래, 약가 등을 모두 포함하는 총진료비의 보장률을 현재의 62%에서 80%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함부로 말할 공약이 아니다. 연평균 9조원 이상의 재원이 드는데다, 임기 안에 도달할 수도 없다. 4대 중증 질환을 100% 보장하거나,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목표치도 아니며,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나 국고지원을 몇 %늘린다고 충당될 수 있는 규모도 아니다.

그런데도 얼마의 재정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어떤 방법을 통해 총보장률 80%에 도달하겠다는 것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새누리당의 의료비 보장률 목표치가 80%’라는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반값 등록금 공약처럼, 나중에 ‘부담을 반으로 줄인다는 뜻 이었다’는 식으로 말꼬리를 흐리기 위한 포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캠프가 답변을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한 토론자들의 추측도 분분했다. 정책부재, 능력부족, 의지박약, 보건 분야 경시, 학회무시 등의 가설이 있었는데, 그중 “이명박 정부의 현행 시스템 그대로 가겠다는 뜻 아니겠느냐? 따로 개혁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며, 영리병원 등은 강화될 것”이라는 김선희(한국노총) 토론자의 의견이 가장 그럼직했다.   

■ 문재인 캠프, 본인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 의료영리화 정책 일체 중단 

문재인 캠프에선 김용익 의원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답변서는 ‘돈보다 생명이 먼저인 의료-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이라는 제목의 11쪽짜리 독립된 문건으로, 질문의 상당부분을 포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김용익 의원은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로 김대중 정권 때부터 의약분업을 비롯한 보건의료정책입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지난 총선 때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보건의료정책 학자가 작성한 문건답게 답변서는 체계적이고 완결적이었다.

특히 이번 답변서는 그동안의 공약들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에 중점을 둔 안을 마련하였다. 답변서는 첫머리에 문재인 후보의 보건의료공약 모토가 ‘무상의료’가 아니라, ‘돈보다 생명이 먼저인 의료’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무상의료’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본인 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가 대표 공약임을 분명히 밝혔다.

문재인 캠프의 공약은 외래와 약가의 보장률은 현상유지 하되, 선택진료비, 상급병실차액, 간병비 등 ‘3대 비급여’와 초음파, 항암제 등의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하며, 입원진료의 보장률을 90%로 늘리고, 연간 본인부담액을 1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하면, 총보장률로 환산했을 때 70%후반의 수치가 달성되며, 이를 위한 추가 재정은 연간 8조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바꾸어 연간 4조원을 확충하고, 국고에서 지원 비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늘려 6.6조를 확충하고, 보험료율을 인상으로 가구당 월평균 1만원 내외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부담하게 하여 3.2조를 확충한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현행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은 외국인 전용으로 제한하며, 향후 영리병원을 폐지할 것과, 당연지정제 폐지나 민간의료보험 확대 같은 의료영리화 정책은 일체 중단한다고 못 박으며,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보건의료 분야를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보고, 보건산업진흥과 R&D등을 언급하는 정책들도 언급되었지만, 그런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병상의 과잉 공급을 지적하며, 초과병상을 반으로 줄이기 위해, 지역병상 총량제를 실시하여 신규진입을 막고, 과잉 공급된 병상을 정부가 매입하여 공공기관으로 전환하고, 공공병원을 신축하여 전체병상 중 공공병상의 비율을 현행 8%에서 임기 내에 16%, 중장기적으로는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연평균 1.3조원, 임기 내 총 6.6조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추계하였다.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권역과 지역별로 응급의료, 고위험 분만, 신생아집중치료, 중환자실, 재활 등의 필수진료 분야의 지역거점기관을 확보하기 위하여 보조금 등의 지원정책을 확대하며,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 대학의 의약보건 분야의 신입생 지역할당제를 실시한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이 밖에도 건강보험 가입자 최하위 5%에게 건강보험료를 면제시킨다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자를 현재 6%에서 10%로 늘린다거나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전 국민으로 확대제공한다는 공약이 담겨있었다. 호스피스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또 의료기관의 질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진료비 보상과 연계시키겠다는 공약과,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 환자안전법을 제정하고 좋은 병의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환자백서를 출간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문재인 캠프의 답변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향상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나 의료의 질 관리까지 포괄하며 보건의료전반에 관해 폭넓은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이는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했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기에 전문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선희 토론자(한국노총)가 지적하였듯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입안되었던 정책들이 왜 실행되지 못하였는지를 분석하는 노력이 없는 것이 아쉽다. 당시에도 공공병상을 30%로 늘린다는 공약이 있었지만, 오히려 공공병상 비율이 줄어들었다. 민간병상이 늘어나는 것을 제어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민간병상에 대한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공공병상 몇 %를 정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구호이다. 민간병상을 제어하려는 정책으로 지역병상총량제가 제안되었지만, 이상일(울산대 예방의학)발제자와 김윤(서울대 의료관리학과)토론자는 기존 병상을 유지한 상태에서 신규진입만 규제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으며, 허가권한을 쥔 관료집단의 영향력만 키우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재국(한의학정책연구원장) 토론자는 기관의 소유가 영리인지 민간인지 공공인지로 구분하여 공공병상 30%니, 영리병원 결사반대라고 구호화하기 보다, 기관의 기능이나 역할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경영이 어려운 민간병원을 퇴출시켜 공공에서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민간병원을 지원하여 지역거점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캠프가 무상의료라는 문구를 폐기한 것에 대해 그동안 무책임한 용어를 써먹어왔던 것을 비판하며, 총보장률을 현행 62%에서 70%로 늘리는데도 5.7조가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형선(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발제자 역시 임기 내에는 3-4%만 늘리는 것도 어렵다고 말하면서, 문재인 캠프의 공약은 이상적인 모습과 임기 내 실현목표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정영호(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토론자는 소득에 관계없이 연간 본인부담금을 100만원으로 한정하는 것보다는 독일처럼 소득의 2%로 한정한다는 식의 소득과 연계된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이 더 공평하다고 제안했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캠프의 공약 중 가장 의아한 대목은 비급여항목을 모두 급여화 한다는 점이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차액,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한다고는 하지만, 간병비만 해도 현재의 지불액만으로 2-3조원이 추산된다. 의학적 비급여는 매년 30-40%씩 증가하고 있는데다 높은 가격 탄력성으로 말미암아 수요증가로 인한 재원이 얼마나 될지 추계조차 어렵다. 게다가 신약이나 신의료기술 개발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완전히 급여화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재국(한의학정책연구원장)토론자는 요양기관의 지출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비급여를 급여화 할 경우 풍선효과가 날 우려가 있다고 현실적인 지적을 하였다. 정형선(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발제자는 문재인 캠프 공약의 100만원 상한제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시행하는데 소요되는 재정을 연간 8조원으로 잡은 것은 과소 추계된 것이며, 재정 확충방안은 과잉 기대로 차있다고 비판하였다.

■ 안철수 캠프, 문 캠프의 공약과 대동소이. 구체성 떨어지나 몇몇 아이디어는 신선

안철수 캠프에선 이상이 제주대 의료관리학 교수가 답변을 보내왔다. 김대중 정부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입법과 의약분업시행에 관여하였고, 노무현 정부에선 건강보험공단 연구원장을 지냈다. 답변서는 보내준 질문지의 문항 하나하나에 성실히 답을 단 형식이었다. 질문을 제외하면 답변의 분량은 5쪽 정도이며, 원론적이거나 피상적인 답변이 많았다. 내용은 문재인 후보 측과 대동소이하였으나, 구체성이나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게 흠이었다.

안철수 캠프에선 임기 중에 외래와 약가를 제외한 입원 보장률을 80%로 끌어올리기 위하여, 2-3년간에 걸쳐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해야 하는데 여기에 연간 3.5조원이 재원이 소요되며, 이를 위해서는 국고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문재인 캠프와 마찬가지로 본인부담진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은 연간 4.5조원이며,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를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비급여화의 급여화에 대해서는 간병비 등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되, 의학적 비급여를 완전 급여화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밝히며 단계적 급여화를 말한다. 문재인 캠프가 입원보장률을 90%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에 비해 안철수 캠프가 입원보장률 80%를 공약으로 낮게 잡은 것은 그나마 현실인식이 높아 보인다.   

안철수 캠프는 포괄수가제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총액계약제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수용조건을 고려해 시기상조라는 안을 내놓았는데, 이는 문재인 캠프의 공약과 큰 차이가 없다. 보험료 부과방식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항목을 없애고 소득일원화로 바꾸자는 안에 대해서 안철수 캠프는 소득 파악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였다. 박근혜 캠프와 문재인 캠프가 기본적으로 소득일원화에 찬성한 것과는 다른 점이었다. 안철수 캠프는 일차의료특별법을 제정하여 치료뿐 아니라 예방이나 건강증진까지 포괄하는 전국민 주치의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캠프 역시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안을 내놓았는데, 안철수 캠프의 안이 더 적극적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는 보건의료 접근성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겠다거나 건강보험자료를 활용하여 건강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맞춤진료와 예방, 건강증진 등에 이용하겠다는 공약은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진다. 감옥이나 군대 등 수용시설 거주자의 특성에 맞는 보건시설을 확충하고 일반 병원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안이나 외국인 진료 지원 센터나 해외교포에 대한 건강 정보를 적극 제공하겠다는 안도 참신하다. 지역거점 대학병원의 고난이도 시술에 대한 진료비를 더 많이 보상하여 지역병원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공약도 문재인 캠프와는 다른 점이다.

김선희(한국노총 사회정책국장) 토론자는 포괄수가제와 총액계약제는 병행하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철수와 문재인 양 캠프에서 포괄수가제는 찬성하고 총액계약제는 반대하는 것에 대해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였다. 안철수 캠프의 1차 의료 특별법과 주치의제도도  별 내용이 없다며 비판하였으며, 정보통신기술을 의료에 활용하는 안도 안전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은 주치의재도와 맞물려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조재국(한의학정책연구원)토론자는 국민건강보험의 20년간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안철수 캠프의 안에 더하여, 맞춤형 건강정보는 물론이고 산업의 측면에서도 적극 활용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보험료 부과제계에서 소득파악에 한계가 있음은 감수할 밖에 없는 사항이라고 강조하며, 안철수 캠프가 보험료 부과에 소득일원화 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것을 비판하였다. 

■ 각 대선후보 캠프 보건의료공약 학점은?

토론시간에는 보건의료정책의 입안과정에 대한 회의 섞인 발언도 나왔다. 김소윤(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토론자는 선거 때 캠프에 참여했던 인물의 공약과 아이디어가 정권을 잡은 뒤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실험적으로 정책이 시행되는 일들이 반복된다고 지적하면서, 학계가  임기가 끝난 뒤 공약이 잘 실현되었는가를 따지는데 그치지 않고, 정책이 시행되는 당시에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내놓아야하는데, 지금껏 이러한 노력 없이 정권의 정책실험을 방기하고 묵인해왔다고 쓴 소리를 하였다.

이에 대해 김윤(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토론자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오히려 정권의 공약은 사회적 압력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으며, 정권말기에 관료를 중심으로 전혀 뜻밖의 정책들이 추진되는 양상이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보장성 강화 공약은 말잔치로 끝났고, 이명박 정권에서는 영리병원과 의료보험분권화가 추진되었지만 사회적 압력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하였으며 임기말년에 관료들에 의해 포괄수가제와 약가인하 등 전혀 뜻밖의 정책이 실현된 것을 예로 들었다.

보건의료정책을 추동하는 것이 정치권이든 관료이든 그것의 폐해와 혜택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는지를 분석하고 추인하는 역할을 학계와 시민사회가 방기해선 안 된다. 선거전에 각 캠프의 공약을 면밀히 살피고,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이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찬반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며,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자고 요구해야한다. 정치권과 관료집단들로부터 국민 복지를 제공할 정책을 끌어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이 역시 학계와 시민사회의 몫이다.

끝으로 세 후보의 보건의료관련 공약에 대한 학점을 매기며, 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문재인 후보 : B 학점. 안철수 후보 : C플러스  학점. 박근혜 후보 : F 학점’  

황진미는?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자격도 취득했다. 2002년에는 <씨네21>을 통해 영화평론가로 데뷔했다. 현재 <한겨레21>, <시사저널>, <비타민> 등에 영화 관련 글을, <한겨레 훅>에 법정르뽀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라포르시안의 '황진미의 라뽀&르뽀'란 고정코너를 통해 보건의료계, 혹은 의료시스템과 관련된 이슈를 진단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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